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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또 연기되더니, 이번엔 美 NASA 벽에 가로막혀…'파란만장' 韓 달탐사

오늘 한-NASA 2차 협의회…궤도 변경에 대한 입장확인과 논의 예정
韓, "NASA 제안, 기술적으로 어려워 '협의' 지속적으로 진행돼야"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2019-11-19 06:45 송고
달 궤도선 사업 관련 이미지(항우연 누리집 제공)© 뉴스1
달 궤도선 사업 관련 이미지(항우연 누리집 제공)© 뉴스1

수차례 일정이 연기되는 등 정권의 '입맛'에 따라 오락가락한 달 탐사 사업이 이번에는 핵심 파트너인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의 갈등으로 표류하고 있다.
1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에 있는 존슨우주센터에서 우리나라 달 탐사 관계자들과 미국 나사측 관계자들이 이날 만나 '제 2차 대면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회의는 최근 우리나라의 궤도선의 임무 변경 제안과 관련한 나사의 공식적인 입장을 확인하고 논의하는는 자리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지난 9월10일 '달 탐사 사업 주요계획 변경안'을 발표해 궤도선 발사 시기를 2020년 12월에서 2022년 7월로 17개월 늦췄다. 궤도선 중량이 당초 550kg에서 678kg으로 증가함에 따라 달 공전 궤도도 고도 100㎞ 원형에서 타원형으로 바꾸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연료부족 문제를 우리나라 연구진 기술로 실현하기 위해 궤도선을 타원궤도(100x300km) 궤도에서 9개월, 원궤도(100x100km)에서 3개월 임무를 수행하기로 변경했다. 당초 계획은 원궤도에서만 꼬박 1년을 운영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 결정에 지난달 17일 열린 '제 1차 대면회의'에서 나사가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타원궤도로 수정하자는 제안에 나사가 '퇴짜'를 놓은 셈이다.
나사는 원궤도를 1년으로 유지하면서, 연료부족의 문제가 있다면 달 까지 가는 방법을 변경해 연료를 보존하자는 입장이다. 궤도선에 실리는 6개 과학탑재체 중 하나가 NASA가 개발해 싣는 음영지역 촬영 카메라인 '쉐도우 캠'인데 궤도를 바꿀 경우 쉐도우 캠을 이용한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나사의 판단이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나사는 궤도선이 달 근처로 가는 방식을 변경해 연료부족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제안된 방식은 'WBS(Weak Stability Boundary) 전이 방식'이다. 지구·달·태양 등 중력체의 약한 중력장 변동을 이용해 위성체의 연료 소모량을 최소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최근 미국 달 중력장 탐사 미션 그레일(Grail)에 사용됐다. 다만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 38만km에 비해 약 80~120만km까지 탐사선이 항해해야하기 때문에 '통신'에 어려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의 당초 계획은 WBS가 아닌 '위상궤도 전이 방식'(Phasing Loop)을 계획했다. 지구 근처를 굉장히 긴 타원궤도로 몇 차례 공전하고 달 궤도에 진입하는 방법이다. 한국형 시험용 달 궤도선(KPLO)는 3.5회 지구 공전 후 달 궤도에 진입할 예정이었다. 이럴 경우 달 궤도 진입까지 1개월 시간이 소요돼 일정 정도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 위성체의 주요 부품의 정상작동을 확인하는 등 여유가 생긴다. 첫 달탐사를 수행한 일본과 인도도 이 방식을 사용했다.

문제는 우리나라 연구진들은 WBS 궤도에 대해 교과서적인 개념만 아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당초 WBS를 검토하지 않았던 것 역시 항우연 자력으로 할 수 없는 부분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항우연 관계자는 "우리 연구진들은 WSB에 대해 현재 교과서 적인 개념만 알고 있는 상태"라면서 "기술적 어려움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먼저 해당 궤적 정보가 필요하며 현재 항우연은 해당 궤적을 생성하는 데 있어서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관계로 나사에 궤적 정보를 요청하고 이를 토대로 영향성 검토, 적용시 기술적 어려움 등을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우리나라가 자체적으로 WSB를 판단하거나 검토할 시기가 충분한지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사업기한은 또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미국의 기술적 '조력'이 없다면 사업 기간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사업이 좌초되거나 지난 2016년부터 이어져온 한미 우주개발 협력이 파기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현재 나사는 사업 성공을 위해 최대한의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 기본입장"이라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회의를 통해 기술적 어려움이 구체적으로 파악되면, 이를 토대로 대면회의를 수행하고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미국이 2024년 유인 달탐사 사업 '아르테미스'를 구상하기 위해 쉐도우캠을 이용한 사전 조사, 연구는 꼭 필요하기 때문에 사업이 무산될 위험은 없다"면서 "우리가 나사의 제안을 수용한다고 해도 지난 9월 발표한 내용을 뒤집은 것이라기 보다 사업의 최종 성공을 위해  두 기관이 적절히 논의한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 해명했다.

전날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를 가진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도 "달 탐사 사업은 우리 부처와 항우연, 나사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면서 "나사는 우리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으며, 앞으로도 전문가들이 논의를 통해 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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