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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답답한 곳에서 갑갑했던 벤투호…연속 무관중 아래 연속 0-0

축구대표팀, 레바논과의 월드컵 2차예선 4차전서 무승부

(베이루트(레바논)=뉴스1) 임성일 기자 | 2019-11-14 23:58 송고
14일(현지시간) 오후 레바논 베이루트 카밀 샤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2022년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4차전 대한민국과 레바논의 경기가 무관중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날 경기는 레바논축구협회가 반정부 시위 악화 등 안전상의 이유로 아시아축구협회에 무관중 경기를 제안해 치러졌다.2019.11.1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각국 축구대표팀의 모든 A매치 기록을 한꺼번에 살필 수는 없으니 추측에 불과하지만, 특정 국가의 A매치가 2경기 연속 무관중으로 치러지는 것은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것도 단순한 친선경기도 아닌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대륙별 예선 과정에서 나왔다니 먼 지역에서 전해진 뉴스라면 '설마'라고 할 이야기다.

그 황당한 일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겪었다. 2경기 연속 텅빈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월드컵 예선. 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대표팀이 또 한 번 답답한 내용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4일 오후 10시(한국시간) 베이루트에 위치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레바논과의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2차예선 H조 4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2승2무 승점 8점이 된 한국은 H조 선두를 유지했고 레바논는 2승1무1패로 승점 7점이 됐다.

2020년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열리고 있는 A매치가 과연 맞을까 싶을 정도로 여러모로 열악한 배경이었다.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은, 과장을 조금 보태 폐허 같은 느낌이었다. 시위가 격화 양상을 보이는 등 불안한 레바논 내부 상황으로 군인들이 상주하고 있어 더 으스스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과연 이곳에서 대표팀 간 A매치를 치러도 되는가 싶은 노후 된 시설과 맞물려 한숨을 자아내게 했다. 필드 상태 역시 좋지 않았다. 멀리서도 굴곡이 보이는 수준이었다.4만9500명 정도가 들어온다는 스타디움은 200~300명 소수 팬들에게만 공개됐고 그중의 1/3 가량은 군인이었으니 뛸 맛은 나지 않던 조건이다. 그런 곳에서 선수들은 나름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아쉬웠다.

대표팀은 최전방에 황의조를 세웠고 그 아래 '벤투의 남자' 남태희를 중심으로 손흥민과 좌우 날개를 달아 공격진을 구성했다. 그 아래에는 활동량이 많은 황인범 그리고 중장거리 패스 능력을 갖춘 베테랑 정우영을 투 볼란치로 배치했다.

전체적으로 '밸런스'에 치중한 조합으로 읽혔다. 황의조-손흥민-남태희는 공격에 방점을 찍은 인물들이지만 이재성과 황인범, 정우영은 모두 수비력이 뛰어나고 방대한 활동량을 자랑하는 플레이어다. 적진에서 펼쳐지는 복병과의 경기, 어느 정도 '보험'을 두는 모양새였다.

상대에 대한 경계도 들어있는 라인업이었는데 전체적인 흐름 역시 주고받는 공방전이었다. 한국이 다소 주도했으나 점유율이 크게 높았던 것은 아니고, 레바논 역시 웅크리다 역습만 노리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준비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예상대로 쉽지 않았다. 팽팽했고 서로 좋은 기회도 비슷했다. 이 균형감 속에서 전반전은 0-0으로 마무리됐다.

먼저 변화의 칼을 꺼내든 쪽은 한국. 벤투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황인범을 불러들이고 황희찬을 투입했다. 보다 공격적인 변화였다. 원정이지만 무승부에 만족할 수 없다는 뜻이고. 전체적으로 무게 중심을 앞으로 옮겼다. 그러나 레바논 역시 주장 하산 마투크를 중심으로 한 짜임새 있는 플레이로 한국을 위협했다.

좀처럼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진 않았다. 벤투 감독은 후반 18분 남태희를 빼고 장신 스트라이커 김신욱을 투입했다. 승부수였다. 어느 정도는 벤투스러움을 버리고 접근을 단순화하겠다는 의지였다. 그리고 후반 34분에는 드리블이 좋은 이재성 대신 크로스가 날카로운 이강인을 넣었다. 더더욱 단순화 하겠다는 복안으로 읽혔다.

그러면서 동시에 수비도 신경을 써야했다. 경기 막판으로 향하면서 이제는 최악의 경우(패배)도 염두에 둬야했고 때문에 선수들이 무리한 전진 대신 수비협력에 애쓰는 인상도 있었다.

가뜩이나 축구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시작된 경기는 막판으로 갈수록 더 무거워졌다. 전반전이 끝날 때까지만 해도 화창했던 날씨는 음산해졌고 후반 중반부터는 경기장 밖에서 종교 색채가 짙은 소리들이 담을 타고 넘어왔다.

결국 경기는 6분의 추가시간이 모두 지날 때까지 서로 득점하지 못한 채 0-0으로 마무리됐다. 평양에서 열린 '깜깜이 경기'에 이어 음산한 베이루트에서도 답답한 0-0이었다. 환경을 지켜봤으니 어느 정도는 이해는 된다. 그러나 이제 2차 예선이라는 것을 떠올린다면 걱정도 따른다.


lastunc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