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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리뷰] '감쪽같은 그녀', 평범한 신파 vs 비범한 배우들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2019-11-13 08:29 송고
'감쪽같은 그녀' 스틸 컷 © 뉴스1
'감쪽같은 그녀' 스틸 컷 © 뉴스1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내용은 평범한 신파인데,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비범한 연기가 결국 마음을 울리고 만다.
지난 12일 오후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처음 공개된 영화 '감쪽같은 그녀'(감독 허인무)는 소원하게 지낸 할머니와 손녀가 가족이 돼 가는 이야기를 그린 휴먼 코미디 영화다.

집집마다 드라마 '허준'을 틀어놓고 보던 2000년대 초반 부산의 한 달동네, 혼자 살고 있는 72세 말순(나문희 분) 앞에 죽은 엄마의 유골함을 들고, 갓난 아기 하나를 둘러업은 한 아이가 찾아온다. 유골함 속에는 오래 전 집을 떠난 말순 딸의 유골이 담겨있었고, 그렇게 자신을 말순의 손녀라고 주장하는 공주(김수안 분)와 공주의 동생 진주의 동거가 시작된다.

자수를 놓은 수건을 관광지에서 팔며 근근이 먹고살던 말순과 고작 초등학생인 공주의 육아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젖동냥을 하고, 편법(?)을 사용해 공짜로 나눠주는 비매품 기저귀를 모으는 등 갖은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 진주를 키운다.

유난히 애어른 같은 공주와 그런 공주를 안쓰럽게 생각하는 말순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끈끈한 가족이 돼 가지만, 태어날 때부터 혈소판에 이상이 있었던 진주의 병원살이가 이들의 발목을 잡는다. 설상가상으로 말순에게 치매 증상까지 찾아오게 되고, 결국 말순은 아이들을 위해 쉽지 않은 결정을 하게 된다.
'감쪽같은 그녀'의 스토리는 무척 익숙하고 평범하다. 할머니와 손녀딸의 고생담은 다른 시대에도 수도 없이 되풀이 됐던 익숙한 신파 서사다. 비슷한 이야기를 해도 구체적이고 특별한 설정들이 있다면 작품만의 고유성으로 새로움을 줄 수 있으나 '감쪽같은 그녀'가 그려낸 세계는 어쩐지 그럴듯한 묘사가 부족하다.

따뜻하고 착한 이웃의 모습이나 교실에서 아이들 벌이는 앙증맞은 사랑싸움 등은 어디에선가 본, 따뜻하고 귀여운 것들을 한 데 모아놓은 듯한 그림이다. 그 뿐 아니라 배우들이 쓰는 사투리의 어색함이 영화의 가짜 같은 느낌을 한층 배가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쪽같은 그녀'가 관객들에게 호소력을 가질 수 있다면 나문희 김수안의 연기 때문일 것이다. 한평생 쉽지 않은 삶을 살아온 말순이 툭툭 내뱉는 대사들이 가슴을 때린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할머니가 아닌 72세 '말순'이라는 여성의 형상을 그려낸 나문희의 비범한 연기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김수안 역시 그런 나문희의 옆을 지키는 속 깊은 애어른 공주를 훌륭하게 연기했다. 러닝 타임 104분. 12월 4일 개봉.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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