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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림의 북살롱] 옌롄커 "나는 나약하다…홍콩시위, 자유 향한 노력"

중국에서 가장 폭발력 있는 작가 옌롄커
"홍콩 민주화시위, 인간 존엄과 자유 위한 치열한 노력의 흔적"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2019-11-12 16:04 송고 | 2019-11-14 13:48 최종수정
중국작가 옌롄커의 모습. 2019.11.12/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중국작가 옌롄커의 모습. 2019.11.12/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저는 정말 나약한 사람입니다. 중국사회의 여러 상황들에 대해 책에 사실 그대로를 적었을 뿐 비판한 적이 없죠. 제 인생, 문학을 성찰해보면 제 나약함, 유약함이 드러납니다."    

대산문화재단·교보문고가 마련한 '세계작가와의 대화'를 위해 방한한 중국 작가 옌롄커(61)는 12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제가 중국사회의 문제점을 말하고 행동하는 작가라고 말하는 건 과대평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옌롄커는 위화, 모옌과 더불어 중국 현대문학의 3대 거장으로 평가받는 작가다.

한국에서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딩씨 마을의 꿈' 등의 작품으로 인기를 끌며 한국의 중국 문학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다.

게다가 그는 중국이 숨기고 싶어 하는 어두운 부분을 날카롭게 파헤쳐 현실 그대로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날 그의 모습은 겸손 그 자체였다. 모두가 성공한 작가이자 인생으로 평가하고 있음에도 "제 글쓰기와 인생은 실패의 연속"이라고 말했고, 모든 답변 말미에 '셰셰'(谢谢, 감사합니다)를 붙였다.

옌롄커는 "많은 이상을 가지며 살아왔지만 80% 이상 실패했고, 글쓰기에서는 진정한 독창성을 가지고 창조력을 최대한 발휘해 쓴 작품이 없다는 점에서 실패한 사람"이라며 "일상적인 면에서도 참 재미없고 심심하게 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세계 문학계는 그의 작품을 높이 평가한다.

루쉰문학상, 라오서문학상 등 20여개의 문학상을 수상했고 노벨문학상 후보로 계속 언급되고 있다.

이같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에서는 8권의 책이 금서로 지정되는 등 다소 외면 받는 모습도 나타난다.

작가는 "금서가 꼭 좋은 책은 아니다, 예술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자면"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개의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60세가 넘은 작가의 입장에서 제 모든 창조력을 녹여낸 작품을 쓰는 데에만 관심 있지 출판될지 금서가 될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오히려 자신의 창조력을 "갈아 넣은" 작품을 쓸 수 없다는 게 철저한 실패 인생이란 점에서 걱정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옌롄커의 사회와 문학에 대한 생각만은 확고해보였다.

다소 통제된 사회인 중국이기 때문에 터놓고 대화를 나눌 순 없었지만 그의 말에는 솔직함이 가득 묻어났다. 

옌롄커는 홍콩 민주화 시위, 사드(THAAD) 배치, G2반열에 오른 중국, 출판 검열제도 등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홍콩 시위는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흔적"이라며 "제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어떤 이유든 간에 폭력이 자행되는 것을 반대하고,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위한 행동은 가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일반인들은 사드와 관련된 일을 다 잊었을 것"이라며 "살아가면서 신경 쓸 게 너무 많다, 사드는 이미 흘러간 문제일 뿐"이라고 했다.

또한 "중국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해 미국과 함께 G2 국가 반열에 올라섰지만 인구수인 14억으로 나누면 경제수준은 그렇게 높지 않다"고 했고 "검열제도가 글 쓰는 사람의 자유를 억압하는 건 사실이지만 출간 여부로 작품성을 판단하지 말고 심미적인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한국소설을 읽어봤다며 청년작가 중에는 김애란이 단편 소설을 가장 잘 쓰는 작가라고 했고, 한강 작가와 황석영 작가의 소설도 인상 깊게 읽었다고 했다.

옌롄커는 올해 말과 내년 초 사이에 대산세계문학총서로 출간될 예정인 실험적인 작품 '빨리 함께 잠들 수 있기를'으로 한국독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또한 옌롄커는 12일 교보인문학석강, 13일 연세대 고려대 강연, 작가대담 등을 통해 '침묵과 한숨-내가 경험한 중국과 문학'을 주제로 한 대화를 나눌 계획이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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