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美대통령을 또 '재벌'이 하겠다고?…블룸버그 안 반기는 이유

"블룸버그, 대부분 미국인들의 삶을 대변하지 못해"
시장 재임시절 인종차별 정책도 출마에 걸림돌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2019-11-12 15:17 송고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 로이터=뉴스1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 로이터=뉴스1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2020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위해 민주당 경선에 후보 등록 신청서를 제출했다.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민주당 내 진보 진영에서는 사실 '가진 자'가 더 가지려는 '욕심'을 반기지 않는다.  

당내 진보 진영이 야심차게 반(反) 재벌 정책들을 내놓고 이에 대한 지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블룸버그 전 시장이 이러한 정책들을 과감하게 시행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다른 당적이긴 해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재벌 대통령을 했는데 연이어 또 재벌이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 자체도 차단하고 싶어하는 분위기인 것.
블룸버그 전 시장은 부인할 수 없는 재벌이다. 미국 내 8번째 부자로 재산만 534억달러(약 62조2600억원)에 이르며 트럼프 대통령보다도 무려 18배나 재산이 많다. 그러나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저소득층이나 소외된 이들의 표심을 겨냥한 정책을 내놓은 것은 딱히 보이지 않는다.

이를 두고 크리스 코피니스 민주당 전략가는 "'메디케어 포 올'과 '그린 뉴딜' 같은 (진보적인) 정책들이 8년, 12년, 16년 전보다 당내에서 훨씬 더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의 진영은 이런 전략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메디케어 포 올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의료보험을 시행하겠다는 정책이고, 그린 뉴딜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만들고 100%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자는 내용의 정책이다. 

실제로 미국의 빈부 격차는 지난 1920년대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버클리대학의 가브리엘 주커만 경제학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가장 부유한 400명이 하위 60%보다 더 많은 부를 갖고 있는 나타났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워런 의원은 반재벌 정책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두 의원은 수십년동안 계속되어 온 불평등을 바로잡기 위해 부유층에 대한 세금을 대폭 인상해 헬스케어와 보육비, 기타 정부 프로그램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들을 갖고 있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지난 9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州)에서 열린 유세 현장에서 아예 블룸버그 전 시장을 꼭 집어 비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억만장자가 자신의 부를 이용해 선거를 매수하려 한다"고 한 것이다.  

지난해 정치 신인이었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AOC) 당선에 일조했던 브랜드뉴 콘그레스의 제이냅 데이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는 "선출직 공무원은 그들이 대표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매일 살면서 겪는 일을 함께 겪는 이들을 선출해야 한다"며 블룸버그 전 시장은 거기에 꼭 들어맞는 사람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중도 진영에서도 바이든 전 부통령과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등의 지지율 하락을 우려해 블룸버그 전 시장의 출마를 경계하고 있다. 

미국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많은 민주당원들이 경선 선두주자들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블룸버그 전 시장이 그 해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민주당 경선에 출마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왼쪽)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가운데),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오른쪽) © AFP=뉴스1
민주당 경선에 출마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왼쪽)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가운데),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오른쪽) © AFP=뉴스1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최근 모닝컨설트와 폴리티코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경선 후보 중 블룸버그 전 시장에 대한 지지율은 4%에 그쳤다. 

그럼에도 블룸버그 전 시장이 출마하려는 이유에는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지지율이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얽히면서 답보 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은 너무 급진적인 정책을 내세우고 있어 "중도층을 흡수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주 켄터키주(州)를 비롯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지난 대선보다 못한 것으로 나타나 그의 출마에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켄터키주는 공화당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지역으로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후보를 무려 30%포인트(p) 차이로 앞선 곳이다.

아울러 블룸버그 전 시장 출마시 민주당의 급진적인 정책 노선을 우려하고 있는 '부호들'의 지지는 확실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도 작용했을 것이다. 미 인터넷 매체 리코드에 따르면,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여러 부호들이 블룸버그에게 대선 출마를 고려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엄청난 부호'라는 점 외에 블룸버그 전 시장이 뉴욕 시장으로 재임할 당시 전개했다가 인종차별적이란 지적을 받았던 정책도 그의 출마에 제동을 걸고 있다. 그는 시장으로 재임 당시 '신체 불심검문'(Stop and Frisk)을 강화했다. 이 제도는 경찰이 거리에서 임의로 몸수색을 할 수 있도록 한 것. 그런데 흑인 남성만 검문된다고 해 인종 차별적 정책이라는 비난이 쏟아졌었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의 찰스 블로우 칼럼니스트는 11일 자신의 칼럼을 통해 "흑인이나 히스패닉계 등 유색 인종 유권자들은 블룸버그에게 투표해서는 안 된다고"까지 주장했다. 그는 블룸버그 시장의 첫 임기였던 2002년 9만7296건이었던 불심검문이 재임기간 동안 증가해 2011년에는 68만5724건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한 2008년에는 58만건의 불심검문 중 흑인이 55%를 차지했고 히스패닉은 32%, 백인은 10%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승리하기 위해선 유색 인종 유권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yellowapollo@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