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한국당 '영남권 3선 용퇴론'…지역에선 "사람이 없다" 한숨

인적쇄신 지목된 당사자들 "인위적 안돼" 사실상 거부
"당내 혁신 없으면 위기 맞지만 대체 인물 없어"

(부산=뉴스1) 박기범 기자 | 2019-11-09 08:00 송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6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롯데호텔 3층에서 열린 '국제 아카데미 16기'에 참석해 강연을 하고 있다. 2019.11.6/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6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롯데호텔 3층에서 열린 '국제 아카데미 16기'에 참석해 강연을 하고 있다. 2019.11.6/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자유한국당 내부에서 영남권 3선 이상 중진은 용퇴해야 한다는 '정풍운동'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대상으로 지목된 지역에서는 "인물이 없다"는 한숨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여기에 인적쇄신 대상이 된 지역 중진들이 반발하면서, 사실상 인물교체가 힘들 것이란 부정적 전망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한국당 3선 용퇴론은 김태흠 의원이 지난 5일 한국당의 텃밭인 영남과 서울 강남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에 대한 불출마 및 험지 출마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남권, 강남3구 등을 지역구로 한 3선 이상 의원들은 용퇴하든지 수도권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한국당 초선 의원들도 가세했다. 초선 의원들은 지난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수대통합과 인적혁신의 길' 성명서를 발표, "늘 위기에서 빛났던 선배 의원들의 경력과 연륜이 또 한 번 빛을 발해야 하는 중요한 때"라며 김태흠 의원의 '중진용퇴론'에 힘을 보탰다.
초선 의원들은 "철저한 자기반성을 통해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는 아름다운 자기희생에 앞장서야 한다"며 "그 흐름의 물꼬를 트기위해 누군가의 헌신과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중진들의 용퇴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국지전에서의 승리가 아닌 당과 국가를 구하는 수도권과 같은 전략적 요충지에서 승전보를 전해주시길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퇴론 대상이 되는 부산지역 국회의원은 6선의 김무성 의원(중·영도)을 필두로 4선의 김정훈(남구갑)·유기준(서·동구)·조경태(사하을), 3선의 유재중(수영)·김세연(연제)·이진복(동래) 의원 등 7명이다. 부산지역 18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한국당 소속은 11명이다. 중진들은 한국당 의원 절반을 넘어선다.

이번 용퇴론에서 영남권이 특히 지목된 이유는 내년 초선의 성패를 가를 지역으로 영남권이 꼽히기 때문이다.

영남은 과거 ‘보수텃밭’으로 불릴만큼 보수정당이 맹주를 자처했지만,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과 울산에서 비(非)보수정당 소속으로 처음으로 승리했고,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부산, 울산, 경남 모두에서 민주당이 압승하며 새로운 정치지형을 만들어냈다.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정치지형 속에서 당내 쇄신 없이는 사실상 과거와 같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것이다.

지역에서도 이같은 이유로 인적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대체적이다. 우선 중진의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현재 공식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한 인사는 김무성 의원 1명에 불과하다.

앞서 불출마를 시사했던 김정훈 의원은 ‘용퇴론’이 나온 다음날 입장문을 통해 "기준없이 특정지역만 거론한 것도 문제이고, 게다가 3선 이상 중진들은 정치를 10년 이상 한 사람들인데 누가 나가라고 해서 나가고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올 사람들도 아니다"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자신의 향후 정치적 행보를 두고는 "이번 정기국회가 끝난 후 적절한 시기에 신중히 검토하여 책임있는 정치적 입장을 명확히 밝히겠다"며 입장표명을 유보했다.

유기준 의원 역시 한 유튜브 방송에서 "특정 지역을 찍어 몇선 이상, 그런 지역에서도 국회의장이나 당 대표, 원내대표를 할 수 있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나"라며 부정적 입장을 전했다.

특히 김 의원과 유 의원 모두 ‘대의’에는 공감한다고 밝히면서도 부정적 입장을 전하고, 정작 자신들의 거취에 대해서는 침묵해 ‘용퇴론’과는 사실상 선을 그었다. 이진복 의원 역시 용퇴론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진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역에서는 “인물이 없다”는 한숨섞인 반응도 나온다. 한 당원은 “인적쇄신은 무조건 해야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지금 당장 이들을 대체할 만한 인물이 없다”고 했다.

또 다른 당 인사 역시 “지금 상황에서 선수만 갖고 인위적으로 교체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들은 모두 “3~4선을 하면서 다음 인물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은 채 기득권만 지켜왔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온 것”이라며 “과거 보수텃밭에 안주해 인물혁신을 전혀 준비하지 못했다. 중진들이 ‘인적쇄신’이 필요하다면서도 자기 거취와 선을 긋는 것 역시 여기서 나온 자신감”이라고 꼬집었다.

황교안 대표 역시 부산에서의 인위적인 인적쇄신에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황 대표는 지난 7일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부산을 비롯한 당내 인적쇄신 요구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면서도 "획일적 기준으로 할 일은 아니다. 국민 눈높이에 맞춰서 판단해야 한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조국 사태이후 한국당에 대한 지역 내 지지율이 다소 올랐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 한국당이 추가 동력을 잃어버린 것”이라며 “인적쇄신 등 당 혁신이 보이지 않을 경우, 한국당은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pkb@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