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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꽉 막힌 '타다' vs 해외로 보폭 넓히는 VR…샌드박스로 '숨통'

[규제 넘어 혁신으로]①선진국 시장 노리는 모션디바이스
규제샌드박스로 인증문제 해소…'도심형 VR 테마파크' 확장

(서울=뉴스1) 남도영 기자 | 2019-11-06 06:30 송고 | 2019-11-06 09:32 최종수정
편집자주 검찰의 '타다' 기소로 국내 스타트업 업계가 여전히 높은 규제 장벽을 실감하며 정부와 국회에 "숨통을 틔워 달라"고 호소한다. 그동안 정부는 끊임없이 신산업을 위한 '규제개혁'을 추진해 왔지만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과 산업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다. 이같은 규제개혁의 현실적 대안으로 주목받는 게 바라 올해부터 시행된 '규제샌드박스' 제도다. 규제샌드박스는 기존 시장에 없던 창의적·혁신적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려 할 때 기존 규제를 적용하지 않거나 유예해 시장에서 먼저 테스트 또는 출시를 해볼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규제샌드박스는 혁신산업과 전통산업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원칙상 금지되지 않는 것은 다 할 수 있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뉴스1>은 대표적인 융합 신산업인 가상현실(VR) 분야에서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발견한 기업 현장을 찾아 규제해법을 들어봤다.
모션디바이스의 VR 어트랙션(모션디바이스 제공)© 뉴스1
모션디바이스의 VR 어트랙션(모션디바이스 제공)© 뉴스1

지난달 23일 찾아간 경기 안양시 모션디바이스 본사에선 해외에 보낼 가상현실(VR) 어트랙션의 테스트가 한창이었다. 이 회사는 올 연말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핵심 상권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 '페스티벌 슈퍼몰'에 130평 규모의 첫 실내 VR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모션디바이스는 이달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리는 국제 테마파크 박람회(IAAPA)에도 참가해 현지 시장 진출을 타진한다. 전세계 테마파크 산업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규모 행사에서 아직 VR 테마파크 불모지인 선진국 시장 진출길을 뚫어보겠다는 계획이다.

이종찬 모션디바이스 대표는 "선진국은 안전기준이나 인증 등이 까다롭기 때문에 새로운 제품이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며 "하지만 VR에 대한 관심은 계속 높아지고 있어 조만간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나 동남아 VR 업체들이 자국 시장을 기반으로 상대적으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선진국 시장에선 제품의 '퀄리티' 문제로 불만을 사고 있는 상황이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모션디바이스는 이 틈새를 파고들기 위해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업체들 보다 제품력이나 신뢰도 면에서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발 빠르게 움직이면 선진국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소관 부처마다 복잡하게 얽힌 규제…'샌드박스'로 숨통

이종찬 모션디바이스 대표가 해외에 나가기 위해 테스트 중인 VR 기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뉴스1
이종찬 모션디바이스 대표가 해외에 나가기 위해 테스트 중인 VR 기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뉴스1

현재 국내에서 VR 상용화가 가장 빠르게 진척된 시장이 바로 모션디바이스가 뛰어든 체감형 엔터테인먼트 분야다. 최근 KT 등 대기업에서도 5G 상용화와 함께 이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모션디바이스는 올해 6월 첫 VR 임시매장을 연 이후 현재 총 5개의 도심형 VR 테마파크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주로 사람들이 몰리는 대형 쇼핑몰 등에 입점했다. 이 회사는 자체 기술력으로 VR 콘텐츠와 모션 시뮬레이터를 직접 만들고 매장까지 운영한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이 대표는 "2016년 이후 우후죽순으로 VR 매장들이 늘어났지만 이제는 일정 수준 퀄리티를 갖추지 못한 매장은 운영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실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매장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모션디바이스가 올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정부의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임시허가와 실증특례를 받은 도움이 컸다. 현재 국내에선 VR 산업과 제품, 서비스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법·규제 체계가 없는 상황이다. 특히 VR 테마파크 사업은 VR 장비와 콘텐츠, 매장 운영 등이 연계된 구조인데, 각 분야를 소관하는 부처가 모두 다르고 관련 규제도 복잡하게 얽혀있어 사업자들이 애를 먹고 있다.

모션디바이스의 경우 현행 게임산업법상 VR 모션 시뮬레이터가 게임물 등급분류를 위해 '전기용품 안전확인'을 받아야 했고, 전파법상 전자파적합성 평가도 필요했다. 하지만 주문형으로 다품종 소량생산되는 모션 시뮬레이터 특성상 일일이 관련 검사와 평가를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출시에 어려움을 겪었다.

돌파구를 찾던 모션디바이스는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정보통신기술(ICT) 규제샌드박스의 문을 두드려 지난 5월 전파법상 전자파적합성 평가에 대한 실증특례를 받았다. 문화체육부는 VR 모션 시뮬레이터가 전기용품안전법상 '안전확인 대상 전기용품'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해석에 따라 게임물 등급 분류 시 '전기용품 안전확인 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고 업체들에 공지했다.

이 대표는 "규제샌드박스 도움이 없었다면 매장 오픈 시기를 맞추지 못해 사업에 치명적일 뻔했다"며 "샌드박스를 진행하면서 인연을 맺은 전자파연구소와 협조하면서 기술력도 더 보강해 미국에서도 더 수월하게 인증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VR 산업 성장 위해 규제 기반 마련하고 투자 촉진해야

모션디바이스가 운영 중인 '콩 VR 테마파크' 매장(모션디바이스 제공)© 뉴스1
모션디바이스가 운영 중인 '콩 VR 테마파크' 매장(모션디바이스 제공)© 뉴스1

모션디바이스는 현재 공간 자체를 가상현실로 꾸며 머리에 VR 장치(HMD)를 쓰지 않고도 가상체험을 할 수 있는 '혼합현실'(MD) 서비스 등을 개발 중이다. 하지만 앞으로 규제 환경이 전반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신제품을 개발해도 또다시 걸림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앞으로 분산된 VR에 대한 규제를 일원화하고 장기적으로 '네거티브 규제'가 실현돼야 국내 VR 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VR에 맞지 않는 기존 규제를 따라가느라 에너지가 분산되면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해진다"며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핵심적인 규제만 두고 시장에서 기업들이 좀 더 자유롭게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현재 VR 산업은 '옥석 가리기'에 들어갔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VR 기업 중 대부분이 수익을 내지 못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VR 붐'이 꺼지면서 벤처투자도 위축된 상태다. 앞으로 안정적인 규제 환경 내에서 기술력과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들에게 좀 더 충분한 투자가 이뤄져야 다음 성장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이 대표는 "VR 산업은 콘텐츠 등을 만드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 가는 데 아직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해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며 "이제 막 초기 투자의 성과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어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들에게 좀 더 활발한 투자가 이뤄져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h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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