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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레드 다이아몬드 "한국의 위기는 '북한'…물밑에서 대화하라"

[이기림의 북살롱] '대변동' 출간한 문명연구가 재레드 다이아몬드
한일·한중미 관계 문제에 대해서도 해법 제시…"균형 잡아야"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2019-10-31 15:23 송고
재레드 다이아몬드 UCLA 지리학과 교수가 31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 화암홀에서 저서 '대변동'을 소개하고 있다. '어제까지의 세계' 이후 6년 만의 신작인 '대변동'은 지난 5월 한국어판과 영어판이 동시에 출간됐다. 2019.10.3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UCLA 지리학과 교수가 31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 화암홀에서 저서 '대변동'을 소개하고 있다. '어제까지의 세계' 이후 6년 만의 신작인 '대변동'은 지난 5월 한국어판과 영어판이 동시에 출간됐다. 2019.10.3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한국의 가장 큰 위기, 문제는 북한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대방과 만나 꾸준히 대화하는 방법이 필요하죠."

31일 서울 중구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만난 재레드 다이아몬드 UCLA 교수(82)는 "유사한 위기를 겪은 본보기로 핀란드 모델을 (한국에) 제시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세계적인 문화인류학자이자 문명연구가로, 우리에게는 퓰리처상을 받은 책 '총, 균, 쇠'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핀란드는 아주 위험한 국가인 소련(현 러시아)를 옆에 두고도 오랫동안 독립국가 지위를 누렸는데, 이는 꾸준히 대화했기 때문"이라며 "대통령뿐만 아니라 내각 관리부터 하위직까지 직급에 맞게 상대국과 대화를 이어나갔고, 이를 국민들에게 따로 홍보하거나 보도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실질적인 대화로 핀란드와 러시아는 서로를 신뢰하게 됐고 한국에서 이를 배우면 어떨까 싶다"라며 "북한과 만날 때마다 대대적으로 떠들고 홍보하는, 어쩌다 한 번씩 만나는 방식 대신 물밑에서 진행하면서도 꾸준히 대화를 지속해가야 한다"고 했다.

다이아몬드 교수의 이번 방한은 지난 5월 그의 60년 문명탐사 결정판으로 출간한 '대변동'(김영사)을 기념하기 위해서 이뤄졌다.

책은 대부분의 나라가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다이아몬드 교수가 한때 거주했던 핀란드, 일본, 칠레, 인도네시아, 독일, 호주 등에서의 사례를 제시하며 변화와 회복의 가능성을 전하기 위해 집필했다.

책에는 위기 해결에 영향을 미치는 12가지 요인, 대변동을 극복하고 성공한 국가 연구, 세계의 당면한 문제와 변화 가능성, 앞으로의 전망 등 생리학부터 인류학, 심리학까지 다양한 학문을 공부한 석학이 제시하는 다양한 생각들이 담겼다.

◇ 대변동 /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만4800원.© 뉴스1
◇ 대변동 /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만4800원.© 뉴스1

그는 이날 책 이야기와 더불어 한국 사회에 닥친 위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 중국-미국 등과의 관계 등에 대해서 다른 나라의 사례를 들어가며 해법을 제시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한일관계가 악화되는 것에 대해 유감이고 비극이라 생각하는데, 그 본보기로 폴란드와 독일의 관계를 제시하고 싶다"며 "아내가 폴란드계 미국인이라서 (세계대전 때 폴란드를 공격한) 독일과 폴란드의 관계와 폴란드인의 마음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독일 지도자들은 나치 행위에 대해 감정도 없고 설득력도 없는 사과를 했다"며 "그러다가 브란트 총리가 바르샤바를 방문해 원고를 버리고 무릎을 꿇은 채 즉흥으로 사과한 뒤로 양국의 관계는 좋아졌다"고 말했다. 

또한 강대국 중국과 미국 사이에 낀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도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특별히 어떤 입장에 서기보다는 이해관계와 상황에 따라서 균형을 잡아가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앞으로의 세기가 중국의 세기가 될 것이라 말하기도 하는데, 저는 단연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중국이 거대하고 강력한 국가이긴 하지만 나쁜 정책이나 과오를 막을 수 없는 독재국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치에서 좌우 세력 간 갈등이 이뤄지는 모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미국만 심한 줄 알았는데 한국도 겪는다는 걸 알게 돼 놀랐다"라며 "리더가 국민 단합을 이끌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위기를 이대로 내버려둔다면 붕괴할 수밖에 없다면서 "미래에 저는 없겠지만 제 아이들이 살아가는 사회이기 때문에 더 나은, 살기 좋은 세계가 될 수 있도록 방향을 바꾸려고 책을 쓴다"고 말했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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