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수 공식 인스타그램 © 뉴스1 |
방탄소년단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남극에서 한국까지 헤엄을 쳐와 EBS의 연습생이 됐고 거북이의 '비행기'를 좋아하는, 나이에 맞지 않는 소위 '아재 감성'까지 지녔다. 자신이 직접 지은 '남극 펭'에 '빼어날 수' 펭수라는 이름을 가진 이 거대 펭귄이 2030세대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펭수는 올 4월 초 EBS '자이언트 펭TV'가 방영을 시작하며 대중과 만나기 시작했는데, 불과 3개월 만에 팬사인회도 할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지난 7월27일 열린 펭수의 서울 팬 사인회에서는 약 200명 가량의 팬들이 몰렸고, 지난 10월26일에는 부산에서 두 번째 팬 사인회를 진행해 약 250명의 팬들이 운집했다. 또한 이날 유튜브 구독자 30만명을 돌파했다.
눈 여겨 볼만한 것은 이들의 대부분이 EBS의 주 시청 층인 10대가 아니라 2030세대라는 점이다. 펭수의 유튜브에는 10대부터 50대까지 세대를 넘나드는 구독자들이 팬심을 드러내고 있고, 펭수와 관련된 기사의 댓글 통계에서도 2030 세대가 주를 이루고 있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 © 뉴스1 |
'자이언트 펭TV'를 기획하고 연출한 이슬예나 PD는 최근 뉴스1에 "유튜브 조회수가 초반부터 높거나 많았던 것은 아니다. 그래서 고민을 하던 시기도 있었는데 꾸준히 초반부터 로열티가 높은 팬 분들이 계셨다. 그 힘을 믿고 꾸준히 소통을 하고 팬 사인회를 진행하고 이벤트를 진행한 게 잘 작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라며 "또 펭수라는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이었다는 것도 빠질 수 없다"라고 얘기했다.
EBS의 이단아 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한 펭수의 탄생은 어떻게 기획됐을까.
이 PD는 "초등학교 3학년 이상 친구들도 재밌게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고 그래서 유튜브를 활용하고 싶었다"라며 "저는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이면 재밌어하는 포인트가 어른들이 재밌어하는 포인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이런 걸 좋아할거야라고 으레 짐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어린이들이 보는 성인들의 프로그램을 뒤집어서 성인들이 봐도 재밌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유튜브 '자이언트 펭TV' © 뉴스1 |
물론 이런 폭발적인 인기를 장기적으로 이끌어가는 것도 중요하다. 이에 이 PD는 "지금의 이런 인기를 얻고 있는게 좋으면서도 오래가야할 텐 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꾸준히 관심 가져주시고 피드백도 잘 해주시면 우리 펭수가 좋은 친구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얘기했다.
이슬예나 PD의 설명처럼 펭수의 가장 큰 매력은 수직적인 관료주의 사회를 타파하는 수평적인 'B급 감성'의 진화다. 방송에서 EBS 김명중 사장의 이름을 거리낌 없이 언급하거나 타 방송사 프로그램에 나와서도 해당 방송사의 사장 이름을 마구 언급한다. 당황하는 것은 제작진과 시청자의 몫이다. 그리고 이런 황당한 상황은 자연스럽게 웃음으로 이어진다. 이는 최근 충북 충주시에서 운영하는 '충주시' 채널, 부산광역시교육청에서 제작한 '존중합시다. 리스펙!' 영상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지점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EBS가 가지고 있는 '교육방송'이라는 딱딱함에서 벗어나 '재미'에 방점을 두고 자유롭게 B급 감성을 드러내는 것. 어린이 때의 추억을 간직하고 성장한 '어른이'들의 감성을 자극한 펭수는 그렇게 '어른들의 뽀로로'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taeh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