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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정보 찾아 삼만리…데이터바우처로 돌파구"…창업 열쇠된 '데이터'

[혁신성장, 데이터에 답있다]②데이터로 신사업 창출하는 기업들

(서울=뉴스1) 남도영 기자 | 2019-10-28 06:45 송고
이현주 알러지알려줘 대표가 식품 알레르기를 가진 아이들을 위한 식품 정보 제공 서비스 앱 '알러지알려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이현주 알러지알려줘 대표가 식품 알레르기를 가진 아이들을 위한 식품 정보 제공 서비스 앱 '알러지알려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계란과 우유, 콩, 견과류, 생선 등은 일반적으로 우리 몸에 좋다고 알려진 음식들이다. 일반적으로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이런 음식들을 골고루 먹으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이 음식들이 '독'이 되는 아이들도 있다. 음식물에 의해 일어나는 면역 반응인 '식품 알레르기'를 가진 아이들은 이런 음식들로 인해 심한 경우 쇼크를 일으켜 목숨을 잃을 위험까지 안고 있다. 실제 지난 2013년에는 유제품 알레르기가 있는 초등학생이 학교 급식에서 우유가 든 카레를 먹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결국 숨지는 일도 있었다.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식품 알레르기는 최근 들어 환자들이 더 늘고 있는 상황이다. 식품 알레르기는 성인기가 되면서 자연히 소실되거나 원인이 되는 식품을 철저히 제한하면 호전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식품 알레르기를 가진 아이들의 부모는 이렇게 증상이 '해소'될 때까지 원인식품을 피하고 대체식품을 찾아 다니며 '버티기'에 나선다.

식품 알레르기는 해당 음식뿐만 아니라 비슷한 음식도 피해야 하며, 알레르기 유발 음식과 함께 조리한 음식을 먹는 '간접섭취'로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부모들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쫓아다니며 식단을 체크하고 식당에서도 원재료를 꼼꼼히 물어야 하지만 아직 식품 알레르기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다보니 유난스런 사람으로 몰리기도 한다.

부모들이 대체식품을 모두 직접 조리해 아이들이게 먹이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가공식품은 정보 부족으로 선뜻 구매하기 어렵다. 식품 알레르기를 가진 자녀를 키우는 워킹맘으로 이런 어려움에 통감하며 직접 식품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을 창업한 이현주 '알러지알려줘' 대표는 "데이터 시장이 커져야 아이들을 위한 더 좋은 서비스 환경을 누릴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 데이터 확보 '절실'…데이터바우처로 돌파구 마련

식품 알레르기 유발 식품 정보 서비스 앱 '알러지알려줘'© 뉴스1

식품 알레르기를 가진 아이들의 부모들은 장을 보러 가면 진열대를 다 '뒤짚어' 놔야 한다. 제품마다 뒤를 돌려 일일이 원재료와 영양정보, 알러지 유발성분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면 진열대를 정리하는 마트 직원들의 눈총을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대표는 "'글루텐 프리'라는 만두를 사와서 보면 만두피에는 밀가루가 없는데 만두소에 밀간장을 써서 알레르기가 나기도 했다"며 "이런 식품 정보를 정확하고 편하게 찾아볼 수 있게 만들기 위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베타서비스를 시작한 '알러지알려줘'는 가공식품에 각 식품 알레르기별로 피해야 할 성분이 들었는지 필터링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이다. 계란이나 우유, 밀 등 특정 알레르기 유발식품을 쓰지 않는 식당이나 빵집 등을 소개하고 식품 알레르기에 대한 인식 개선 캠페인도 진행한다.

알러지알려줘 사업을 시작하며 이 대표가 가장 고민한 점은 데이터 확보였다. 창업 멘토링을 받을 때만 해도 "직접 입력하는 노력으로 극복하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제품마다 영양성분을 표기하는 방법 등이 미묘하게 다르고, 계속 레시피가 바뀌기 때문에 수시로 업데이트가 필요했다.

전 직원이 입력에 매달려도 하루 수십개 추가에 불과한 데이터 규모에 답보상태에 빠졌던 이 대표는 올해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이 시작한 '데이터바우처' 사업을 통해 돌파구를 찾았다. 가공식품의 원재료와 영양정보 등을 데이터베이스(DB)화 한 대상홀딩스를 만나 1만5000건의 데이터를 확보한 것이다.

이를 통해 비로소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게 된 알러지알려줘는 앞으로 한 발 더 나아가 비건·할랄 인증 제품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쇼핑과 양방향 소통 기능 등을 추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여전히 사람 손이 많이 필요한 데이터 처리 과정을 단순화 할 기술도입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 대표는 "앞으로 데이터 수요자와 공급자가 모두 모여 데이터를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 생긴다면 더 합리적인 비용으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데이터바우처를 시작으로 이런 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데이터에서 새 기회 찾는 대상…12만건 '공산품 빅데이터' 구축

대상홀딩스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제공하는 '유통상품 지식뱅크 서비스'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공되고 있는 네이버의 '헬시' 서비스© 뉴스1
대상홀딩스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제공하는 '유통상품 지식뱅크 서비스'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공되고 있는 네이버의 '헬시' 서비스© 뉴스1

종합식품기업 대상㈜의 지주사인 대상홀딩스는 4년 전 데이터 신사업의 일환으로 가공식품의 제조·유통사, 원재료, 영양정보, 알레르기 유발성분, 포장재질 등 제품에 표기하는 모든 정보를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해당 사업을 제안한 이승용 대상홀딩스 DB센터장은 "데이터 관련 신사업을 찾던 중 식품에 대해 온라인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맛집이나 레시피 정보 등을 제외하면 의외로 별로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특히 가공식품의 경우 소비자들이 궁금해 하는 영양정보가 포장지에는 적혀 있지만 온라인에서 확인하거나 이를 해석해주는 서비스 등이 없어 직접 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상홀딩스는 지난해부터 대한상공회의소와 손잡고 가공식품 뿐만 아니라 화장품, 생활용품 등 모든 공산품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제공하는 '유통상품 지식뱅크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현재 가공식품 약 7만건을 비롯해 총 12만건의 공산품 데이터를 구축한 상태다.

이 센터장은 "흔히 알 수 있는 익숙한 데이터도 수천, 수만 건이 모이면 전혀 다른 가치를 창출한다"며 "인공지능(AI)이나 다른 데이터를 발전시키기 위한 표준 데이터로써 가치가 크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대상홀딩스는 이런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기업에 제공하고, 역으로 서비스에서 나온 데이터를 제공 받기도 한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 앱 운영사에 영양정보 등의 데이터를 제공하고, 앱 이용자들이 검색하거나 섭취한 음식들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받는 식이다.

이 센터장은 "의외로 다이어트 앱에서 밤 10시에 라면의 영양성분을 검색하는 이용자가 많다거나 하는 데이터를 통해 색다른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며 "이를 통해 관련 기업들에게 마케팅이나 상품기획 등에 도움을 주는 리포트를 제공하는 것이 처음 기획한 사업모델 중 하나"라고 말했다.

◇'돈주고 쓸만한' 데이터 만들려면 축적된 기술·노하우 필요

이승용 대상홀딩스 DB센터장(왼쪽)이 유통상품 지식뱅크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이승용 대상홀딩스 DB센터장(왼쪽)이 유통상품 지식뱅크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이 센터장은 그동안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다른 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정제하면서 '디테일' 한 노하우를 쌓은 것이 그동안 데이터 사업의 가장 큰 성과였다고 평가했다. 이를 통해 아직 '데이터를 돈 주고 쓴다'는 인식이 낮은 국내 산업계에서도 충분히 팔 수 있는 데이터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센터장은 "한 번은 일본 스타트업에서 데이터를 요청하는 연락이 와 협상을 시작했는데 한 번도 데이터 가격을 깎아달라고 한 적이 없는 게 인상적이었다"며 "그만큼 데이터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직 국내에선 각 업종의 최상위 기업만 데이터를 사서 쓸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데이터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선 정부 지원이 보다 넓은 범위에서 지속성을 갖고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상홀딩스는 올해 데이터바우처 사업을 통해 알러지알려줘를 비롯한 8개 스타트업에 데이터를 제공했다. 비건 서비스 업체와 헬스케어 업체, 유통기한 관리 서비스 개발 업체, 쇼핑몰 제작 솔루션 전문업체 등 식품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데이터를 가져가 활용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그동안 데이터 사업에 대한 기대는 컸지만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데이터 바우처 사업을 통해 매출이 2배로 성장한 모습을 보면서 데이터 판매 자체로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h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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