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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주 "故 설리 비보 마음아파…악플 상처 치유 어려워"(인터뷰)

[N인터뷰]② "악플은 관심 줄수록 커진다, 봐도 넘겨"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2019-10-27 08:00 송고
배우 정영주/카라멜이엔티 제공 © 뉴스1
배우 정영주/카라멜이엔티 제공 © 뉴스1
배우 정영주는 지난 26일 종영한 MBC 토요드라마 '황금정원'에서 극의 긴장감을 유발하는 악인 신난숙으로 열연했다. 신난숙은 사비나(오지은 분)의 생모이자 은동주(한지혜 분)를 버린 장본인으로, 극의 악행의 중심에 서있는 인물이다. 화려한 언변에 권모술수를 쓰는 책략가인데다가 시궁창같은 현실을 벗어나려는 집착적인 야망까지 갖춘 인물이다.
지난 1994년 뮤지컬 '나는 스타가 될거야'를 시작으로 무대 연기에 발을 들인 정영주는 몰입도 높은 연기력과 탄탄한 가창력을 갖추며 활동 반경을 넓혔다. '모차르트' '팬텀' '레베카' 등 '명성황후' '드라큘라' 등 대형 뮤지컬에서도 존재감을 자랑한 뮤지컬 스타다. 이후 2016년 TV 연기로 눈을 돌려 '시그널' '부암동 복수자들' '저글러스' '나의 아저씨' '열혈사제' 등에서 활약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악인 구청장과 푸근한 아주머니를 오가는 다채로운 캐릭터 옷을 입으며 안방 시청자들과 가까워졌다.

'황금정원'의 신난숙은 식당에서 등짝을 한 대 맞을 정도로 극한의 악역이었으나, 그마저도 시청자들의 애정과 칭찬이라면서 웃었다. 신난숙 역할을 통해 시원한 악인 연기를 보여주고 욕도 시원하게 먹은 정영주와 대화다.

<[N인터뷰]①에 이어>

-댓글 등 반응은 확인해봤나.
▶첫회는 궁금해서 봤는데 나중에는 안 봤다. 어떤 사람이 '그때 그 가슴 달린 남자다'라는 댓글을 달았더라. 내가 예전에 삭발을 한 적이 있는데 당시에 '가슴 달린 남자'라는 악플이 있었다. 그 사람이 또 다시 댓글을 단 건지 모르겠지만, 그것도 관심인가 싶어서 그냥 넘겼다. 악플은 존재감을 부여해주면 계속 자라난다. 내가 '악플의 밤'에 나갔다면 더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을 텐데 싶기도 했다.

-악플이나 상처를 극복하려고 많은 노력을 한 것 같다.

▶'악플의 밤'을 몇 번 봤는데 설리가 그렇게 극복을 하고 있더라. 게스트가 나와서 악플을 털어놓으면 설리가 웃으면서 자신의 독했던 악플을 꺼내놓고 웃으면서 마무리하더라. 그렇게 잘 극복하고 있나 싶었는데 떠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 상처가 치유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아픔은 스스로 치유가 되는 것이 아니었나 보다. 악플이 다른게 악플이 아니다. '너 오늘 옷이 왜 그래?' 이것도 말로 하는 악플인 거다. 기회가 돼서 예전에 한 번 (설리와) 식사를 한 적이 있었고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었는데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

-후배들이 많이 의지하는 선배일 것 같다.

▶의지? 술을 잘 사줘서 그런가.(웃음)  뮤지컬을 할 때 캐릭터에 대해 고민하는 친구들이 있다. 연기적으로, 비주얼적으로, 또 캐스팅에 대한 여러 고민을 가지고 있는 후배들이 많다. 내가 쌓은 경험으로 해줄 수 있는 이야기면 조언을 해주는 편이다. 어떤 친구는 평소에 가벼운 성격인데 조연만 맡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더라. 그러면 '너 스스로 분위기를 바꿔봐라' '진지하게 아우라를 가져보라'고 했다. 애티튜드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준 거다. 배우는 아우라도 중요한 것 같다. 주, 조연이 다르다는 것보다 매력있는 배우라는 걸 스스로 만들 필요가 있다는 거다.
배우 정영주/카라멜이엔티 제공 © 뉴스1
배우 정영주/카라멜이엔티 제공 © 뉴스1
-요즘 예뻐하는 후배는 누구인가.

▶장기용? (웃음) '나의 아저씨' 하면서 서로 만나는 장면이 별로 없었지만 워낙 팀워크가 좋아서 친해졌다. 기용이도 '이리와 안아줘' 하면서 연기적인 고민을 깊이 많이 하더라. 나 역시 비슷한 고민을 할 때가 있어서 같이 대화를 많이 나눴다. '나의 아저씨' 팀은 요즘에도 그렇게 활발하게 교류한다. 채팅방에서 '지금 할 일 없는 사람들 모이자'라고 하면 자주 가는 카페에서 만나서 차를 마신다. 그러다가 갑자기 술자리가 되고 지나가는 '배가본드' 팀 배우들, 연극배우들 모여서 판이 커진다. 아직도 채팅방이 활발하다.

-특히 강한 역할을 많이 맡아왔다. 이미지가 고착화될까봐 우려되진 않았나.

▶25년동안 무대하면서 별별 역할을 다 해봤다. 드라마에서도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명품을 뽐내는 갑질하는 역할도 해보고, 악역도 해보고 그런 것 아닐까. 이미지는 겁내지 않는다. 보는 분들이 기억하고 싶은 걸 기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나를 보고 '난숙이'라고 하는 분도 계시고 '구청장'(SBS '열혈사제' 캐릭터)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다들 기억하고 싶은 캐릭터로 기억하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악역을 하다가도 시골에서 파 심는 아낙네로 나올 수도 있고 대왕대비로 나올 수도 있겠지.(웃음)

-실제의 정영주는 어떤 사람인가.

▶화려한 것 엄청 좋아하지만 평소에는 모자 눌러쓰고 맨 얼굴로 다닌다. 일할 때, 무대에 있을 때, 나를 보는 제3의 눈이 있을 때만 (비주얼적인) 장치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놀거나 그러면 맨 얼굴이고. 가까운 사람들은 나를 '얼굴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거나 '또라이 면이 있다'고도 한다.(웃음) 그러면서 푸근하고 의리있는 사람이라고 하기도 하고.

-올해를 알차게 보냈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연말 시상식에도 가야할 것 같은데.

▶나는 상욕심이 없는데 소속사는 은근히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웃음) 일단은 영화 '보스톤 1947'에 캐스팅돼 촬영을 준비 중이다. 이번에는 '황금정원'과 완전히 다른 역할이다. 내가 배우로서 참 좋아하는 하정우 임시완 배성우와 만나 연기할 수 있다니 이것 역시 기대가 많이 된다.


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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