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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현 "중학생 때 만난 DJ 연설보고 꾼 꿈, 이루고 싶다"

미군기지 나간 자리 용산공원 조성 "속도가 아니라 방향"
[구청장 인터뷰] 성장현 용산구청장

(서울=뉴스1) 홍기삼 기자, 이헌일 기자 | 2019-10-24 07:33 송고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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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나무 잎이 떨어지면 가을이 오는 것을 느낀다고 말하는데, 제가 정치에 뜻을 두게 된 건 중학생 때부터였다.

1971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전남 순천에 대통령 후보가 돼서 유세를 하러 왔다. 구름처럼 운집한 사람이 후보 한마디, 손짓 하나에 환호하고 감동하고 박수치고 발을 구르는 것을 처음 봤다. 너무 감동돼서 주저앉아서 울었다. 그때 저렇게 멋있는 일 한번 해보고 싶다, 저런 사람이 돼야겠다. 그렇게 어릴 때 꿈을, 마음을 지금까지 가지고 왔다."

구청장만 4번째, 성장현(64) 서울 용산구청장을 지난 22일 용산구청장실에서 만났다.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을 던지자, 이렇게 에두른 긴 대답이 돌아왔다.

성 구청장은 "용산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 두번 떨어졌다. 그리고 구청장을 4선을 했는데 꿈이 없는 건 아니고 사그라든 것은 아니지만 현재는 구청장"이라고 일단 물러서는 듯 했다.

이어 "속담에 그런게 있다. 중이 자기 머리 못 깎는다고. 한번도 그 꿈을 놓아본 적이 없었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그런데 이런 속담처럼 내가 무엇을 해야겠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라며 "기다려야 하는 것이지, 내가 나서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 그만두겠다 하기에는 아직 제가 가야할 길이 남아있다. 시간도 남아있지만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성 구청장은 '구청장의 한계'도 솔직히 내비치며 꿈을 접을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성 구청장은 "구청장을 하면서 힘이 벅차다, 힘겹다라는 것을 많이 실감한다"라며 "서울역에서 영등포로 가는 국철이 지하화되는 것, 용산공원을 만들어 가는 것, 국제업무단지가 멈칫거리고 있는데 이걸 만들어 내는 것, 그래서 강변북로를 지하화를 시켜야 하는데...."라며 "저런 걸 하기 위해 제가 맡을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일까 늘 고민해온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귀뚜라미가 울면, 가을이 가까이 오는 것을 느끼는 것처럼, 서서히 제가 가을이 오고 있구나라는 걸 몸이 느끼고는 있다"라며 "하지만 아직 입으로 확정적으로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은 아직 때가 아니다. 무슨 일이든 때가 있다. 가을이 온 것을 느끼긴 하지만 애써 그런 얘기를 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한번도 그 꿈을 잊어본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서울 용산구에는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낸 권혁기씨(52)도 성 구청장과 같은 꿈을 꾸고 있다.

용산의 가장 큰 현안이라고 할 수 있는 옛 미군기지의 용산공원 조성과 관련해 성 구청장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진단했다.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 일부터 136점의 근현대사 유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 여전히 남아있는 숙제를 국가차원에서 해결해야한다는 것이다. 성 구청장은 주한미국대사관 직원들의 숙소 150세대가 용산공원 안에 들어서는 걸 구 차원에서 막아 용산공원 부지를 추가로 확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성 구청장은 임기 중 대한민국 최초로 치매마을을 만들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경기도 양주시에 구민 휴양소와 인근 부지를 합쳐 '치매안심마을'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성 구청장은 "국, 시비도 80억원 정도 확보해 내년에 착공, 2021년도에 완공할 계획"이라며 "네덜란드처럼 치매 환자들이 자연 속에서 농사도 지으면서 병 진행을 완화시키는 국내 최초 치매마을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 구청장은 또 용산을 '박물관 특구'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공개했다.

용산에 등록된 박물관 11개, 서울시에 문화재로 등록된 390건 등을 충분히 활용해 관광객들이 용산에 찾아올 수 있는 인프라를 충실히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용산에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박물관을 짓겠다고도 성 구청장은 밝혔다. 과거 철도병원을 기부채납 형식으로 받아 130억원을 들여 리모델링하고 수장고를 지어 박물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성 구청장은 "용산을 '박물관 특구'로 만들고 싶다"라며 "외국의 사례를 보면 박물관만 투어 오는 사람이 있는데, 박물관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일자리도 만들고 관광객을 불러 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 구청장은 북미 협상이 잘된다면 가장 큰 수혜주가 용산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용산의 캐치프레이즈가 세계의 중심이 되는 용산이다. 북한과 미국 문제가 잘 풀리면, 우리 아들 딸들이 유라시아로 수학여행을 가는 관문이 용산이 될 것이다. 곧 세계의 관문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성 구청장은 "용산에 와서 산 지가 40년이 됐다. 두 아들을 낳고, 두 아들이 손자, 손녀를 낳아서 3명이 태어났고 뱃속에 한 아이가 크고 있다"라며 "구청장이 끝나고 제가 이 세상에 없다고 해도 우리 자식과 손자들에게 부끄러움이 없는 할아버지가 돼야겠다는 생각으로 매일 늦어도 오전 6시면 집에서 나온다. 후대들에게 우리가 어떤 조상이었는지를 평가받아야 한다"며 인터뷰를 맺었다.


ar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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