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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족 철군' 합의한 터키·러시아…시리아 미래는?

G2 지지 확보한 터키…러, 안전지대 軍주둔 명분 얻어
"쿠르드족, 새 보증인 생겨…패배자는 혼란만 초래한 美"

(서울=뉴스1) 이원준 기자 | 2019-10-23 14:14 송고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미국과 터키가 시리아 북동부에서 쿠르드족을 국경지대에서 철수시키기로 합의한 데 이어 새롭게 중재자로 나선 러시아까지 터키의 결정에 힘을 보탰다.

러시아의 지지까지 끌어낸 터키는 애초 120시간으로 제시했던 쿠르드민병대(YPG) 철군 시한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쿠르드족 입장에서도 질서 있는 퇴장을 할 시간을 벌게 된 셈이다.

2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소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양국 정상은 1시간의 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YPG를 '안전지대' 밖으로 철수시키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터키 정부는 444km에 달하는 터키-시리아 북동부 국경선으로부터 30㎞ 폭의 안전지대를 마련, 이곳에 자국 내 시리아 난민 100만명 이상을 돌려보낸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YPG의 안전지대 밖 철수는 지난 17일 에르도안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합의한 내용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YPG를 안전지대 밖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쿠르드족 및 시리아 정부군과 협력하기로 했다. 터키군의 120시간 휴전 시한이 이날 종료된 점을 고려, 23일 정오를 기점으로 150시간 내에 철수를 완료한다는 새 계획을 마련하기도 했다.

터키와 러시아는 또한 안전지대에서 YPG가 모두 철군할 경우 시리아 북동부 국경 지역에서 합동 순찰 활동을 벌이기로 합의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 (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휴양 도시 소치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이처럼 러시아가 터키-쿠르드족 갈등에 중재자로 나서면서 터키의 침공으로 요동쳤던 시리아 정세도 조금씩 안정을 찾는 모습이다.

우선 터키군은 러시아와 합의에 따라 오는 29일까지 군사 작전을 중단하고 YPG의 철수를 기다리기로 했다. YPG도 이날 라스 알 아인과 탈 아비아드 등 주요 국경도시를 모두 떠나 안전지대 밖으로 철수했다고 발표했다.

WP는 따라서 이번 합의 최대 수혜자로 러시아와 시리아 알 아사드 정권을 꼽았다. 러시아는 미국을 대신한 중재자로 나서며 영향력을 강화했고, 러시아의 동맹인 시리아 정부군도 이 과정에서 어부지리로 이득을 챙겼다는 설명이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이날 반군과 교전지인 북부 이들리브주를 방문해 국토 수복 의지를 다졌다. 그가 공개 행보에 나선 것은 터키군의 군사 공세가 시작된 이달 9일 이후 처음이다.

WP는 "합의에 따라 러시아는 터키와 함께 한때 쿠르드족의 영토였던 지역을 통제하게 될 것"이라며 "더 중요한 점은 러시아가 동맹인 시리아 정부군이 더 많은 시리아 영토를 수복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쿠르드족 입장에서도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터키군의 공세에 밀려 국경지역을 포기한 모양새이긴 하지만, 한때 동맹이었던 미국으로부터 배신당한 상황에서 철군 이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국경 지역에 러시아군이 배치되면서 쿠르드족 입장에서는 일종의 방파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터키군이 안전지대를 넘어 쿠르드 자치지역까지 침공할 우려를 덜게 됐기 때문이다.

CNN은 터키와 러시아의 합의 내용에 대해 "쿠르드족은 YPG와 시리아민주군(SDF) 병력을 분쟁 지역 밖으로 철수하는 양보를 해야 한다"면서도 "이번 합의는 쿠르드족에게 새로운 보증인이 생겼다"고 표현했다. 

CNN은 이어 "이번 합의에서 가장 큰 패자는 미국이다. 미군의 빠른 철수는 푸틴에게 주는 선물과 같다"며 시리아 북동부 혼란을 초래하고, 이 지역 러시아의 영향력을 강화하게 해준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결정을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wonjun4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