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

살아 숨 쉬는 동화 속 도시엔 맥주도, 와플도 있다

[플랜더스 여행 ③]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브뤼헤'
플랑드르파 걸작에 장인 정신 묻어난 레이스, 맥주, 와플 유명

(플랜더스(벨기에)=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2019-10-23 15:00 송고
편집자주 벨기에 북부 지역인 플랜더스는 역사·문화적인 관점에서 유럽의 심장부로 불린다. 이 지역에서 유럽의 여러 문명이 만났고, 이곳의 활기차고 다채로운 생활방식과 예술은 유럽의 다양성을 상징한다. 우리에게도 너무 친숙한 와플, 초콜릿, 맥주의 진수도 바로 플랜더스에 있다. 겐트를 소개한 지난 시리즈에 이어 플랜더스의 매력적인 도시, 브뤼헤를 소개한다.
도시 전체가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브뤼헤© 뉴스1 윤슬빈 기자
도시 전체가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브뤼헤© 뉴스1 윤슬빈 기자

브뤼헤를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유럽의 종합선물세트'다.  

유럽을 찾는 여행객들의 목적은 가지각색이다. 괜히 거금을 들여가며, 10시간이나 되는 비행을 견디며 여행을 떠나는 것은 아닐 테니까.
혹자는 낭만적인 중세 도시를 거닐기 위해, 다른 이는 세계적인 예술 작품을 보기 위해,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은 미식과 쇼핑을 즐기고 싶어 유럽을 꿈꾼다.

그런 의미에서 브뤼헤는 웬만한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팔방미인 여행지다.

동화 속 마을을 실현한 브뤼헤© 뉴스1
동화 속 마을을 실현한 브뤼헤© 뉴스1

◇"아담한 중세도시, 플랑드르 미술, 레이스, 맥주, 초콜릿…"

브뤼헤는 작지만 알차다. 면적은 서울의 4분의 1밖에 안 되지만, 중세의 모습을 거의 원형대로 간직하고 있다.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다.
  
도시의 첫인상은 '살아 있는 동화 속 마을'이었다. 중세 고딕 양식의 건축물과 그 속에 솟아오른 교회 첨탑들, 도심을 타원형으로 감싸 흐르는 수로와 그 안에서 헤엄치는 백조까지 무엇 하나 낭만적이지 않은 것이 없다.
아담한 중세 도시 안엔 볼거리, 즐길거리도 넘친다.

13세기 당시 브뤼헤는 플랑드르(플랜더스 지역)파 미술과 직물제조업의 중심지였으며, 레이스의 원산지로 알려져 있다. 과거엔 예술가들의 정교한 작품들이 그랬듯, 지금은 장인들의 정신이 깃든 레이스와 맥주, 와플이 이 도시를 숨 쉬게 한다.

교통비가 들지 않는다는 것도 이 도시의 매력이다. 2~3일을 머물며 천천히 걸어 다녀도 도시 속속들이 둘러보게 된다. 

마르크 광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브뤼헤 종탑© 뉴스1
마르크 광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브뤼헤 종탑© 뉴스1

브뤼헤 여행의 시작은 '마르크 광장'부터 시작한다. 전형적인 중세풍의 건물들로 둘러싸인 광장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광장 남쪽에 있는 88m 높이의 종탑. 브뤼헤의 상징물이자, 벨기에 종탑 중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아름답기로 첫 손에 꼽힌다.

13세기 말부터 200년에 걸쳐 지어진 이 탑은 적군이 쳐들어왔을 때, 종으로 위기를 알리기 위한 감시탑으로 세워졌다. 지금은 전망대로 쓰인다. 꼭대기서 바라본 도시 전망은 훌륭한데, 336계단을 기어 올라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따른다.

이 종탑의 재미난 점은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처럼 약 1m가량 옆으로 기울어 있다는 것이다.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탓에 한 번에 70~90명까지만 오를 수 있다. 소요 시간은 오르락내리락하면 30분 정도.
  
종탑에서 도보로 1분 거리엔 약 1000년 전, 플랑드르 백작이 예루살렘에서 가져온 예수의 피를 모신 성당 '바실리크 성혈 예배당'이 자리잡고 있다. 브뤼헤 여행의 필수코스로 매일 오후 2시에서 3시까지만 예수의 성혈을 볼 수 있다.
 
베긴회 수도원© 뉴스1
베긴회 수도원© 뉴스1
그뢰닝 미술관으로 체험학습 온 브뤼헤 학생들© 뉴스1
그뢰닝 미술관으로 체험학습 온 브뤼헤 학생들© 뉴스1
얀 반 에이크의 '반 델 파르의 성모'에서 세밀하게 표현된 카페트© 뉴스1
얀 반 에이크의 '반 델 파르의 성모'에서 세밀하게 표현된 카페트© 뉴스1

브뤼헤에서 빼놓지 않아야 할 곳을 고르라면 '베긴회 수도원'과 '그뢰닝 미술관'이 있다. 두 곳의 거리는 걸어서 8분. 이동하는 길목엔 브뤼헤의 상징인 백조들이 사람과 손닿는 곳에 노니는 '사랑의 호수'를 만날 수 있다.
 
베긴회 수도원은 브뤼헤에서 평화로우면서 고즈넉한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빛바랜 주황빛 지붕이 얹어진 하얀 건물들과 천천히 산책하기 좋은 공원엔  가을 정취가 가득하다.
 
십자군 전쟁 당시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여성들이 모여, 레이스를 만들며 자급자족해온 곳. 17세기 이후부터 현재까지 베네딕트파 수녀들이 사용하고 있다. 

현재 남아 있는 수녀 7명. 대부분 노쇄해 머지 않아 이 수도원의 역할이 사라질것으로 보고 최근 브뤼헤시는 이 공간을 어떻게 사용할 지 궁리중이다.

그뢰닝 미술관엔 얀 반 에이크, 헤라르트 다비드 등 초기 플랑드르파 작가들의 수작들이 있다.

특히 소름끼치는 세밀한 표현 방식이 특징인 얀 반 에이크의 '반 델 파르의 성모'(1436)과 '화가의 아내 마가레타 반 에이크 초상'(1439)이 전시돼있다.

 
브뤼헤 레이스© 뉴스1
브뤼헤 레이스© 뉴스1
페터 퀴호 주인장이 자신이 한 땀 한 땀 공들여 만든 금 목거리를 보여주고 있다© 뉴스1
페터 퀴호 주인장이 자신이 한 땀 한 땀 공들여 만든 금 목거리를 보여주고 있다© 뉴스1

◇알고 보니 레이스의 도시
 
도시를 거닐면, 가장 인상적인 것은 수많은 레이스 가게가 있다는 점이다. 정교함이나 예술적 수준, 작품의 완성도가 여느 나라와는 비교가 안 된다. 테이블보나 창문 장식, 앞치마, 원피스, 손수건, 쿠션 등 평소 레이스에 관심 없던 이들에게 '구매 욕구'를 솟아나게 할 정도로 그 용도도 다양하다. 

레이스 공장을 견학도 할 수 있다. 실제 기술자들이 레이스를 만들어내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르게 손을 놀리는 모습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
 
브뤼헤엔 한땀 한땀 레이스를 공예 하듯, 얇은 금을 이용해 화려한 보석을 만드는 숍도 있다. '페터 퀴호'라는 곳으로 2대째 운영되는 주얼리 숍이다. 구경하러 방문해도 장인이자 주인장이 우리나라 돈으로 2000만원 정도 하는 다이아몬드 목걸이에 대해 설명해 준다.

더 할브만 양조장 내 자리한 맥주 펍과 양조장 투어 후 맛볼 수 있는 브루스 조트© 뉴스1
더 할브만 양조장 내 자리한 맥주 펍과 양조장 투어 후 맛볼 수 있는 브루스 조트© 뉴스1
더 할브만 양조장 투어 중 한창 만들어지는 스트라프 헨드릭 쿼드루펠을 볼 수 있다© 뉴스1
더 할브만 양조장 투어 중 한창 만들어지는 스트라프 헨드릭 쿼드루펠을 볼 수 있다© 뉴스1

'1일1잔' '1인 1판'…맥주와 와플, 어떻게 즐길까

 
벨기에에선 어디서나 맥주, 초콜릿, 와플은 쉽게 맛볼 수 있다. 지역에 따라 맛과 제조 방식을 비교하는 것도 벨기에 여행의 묘미다.

벨기에서 생산되는 맥주 종류만 2500여 가지나 된다. 포도 향을 머금은 과일 맥주며, 와인과 맥주 중간 사이의 신맛이 가득한 사워 에일 등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종류들을 맛볼 수 있다.

특히 브뤼헤는 맥주와 관련해 앞서 나가는 도시다. 

브뤼헤에선 꼭 가야 할 맥주 양조장으로 150여 년간 6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더 할브만'(De Halve Mann)이 있다.

이곳에선 양조장을 상징하는 초승달이 그려진 '스트라프 헨드릭 쿼드루펠'(Straffe Hendrik Quadrupel)과 광대 그림 라벨로 알려진 '브루스 조트(Brugse Zot)를 꼭 맛봐야 한다. 

스트라프 헨드릭 쿼드루펠은 여섯 종류의 몰트와 두 종류의 홉을 사용해 알코올 도수가 11도에 이른다. 높은 도수에도 몰트, 캐러멜, 홉이 자아내는 조화로운 맛 때문에 목 넘김이 부드러워 술술 마셔진다. 양조장 투어를 신청하면 갓 생산된 맥주도 맛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양조장이 특이한 점은 땅에 맥주 전용 수송관(약 3.22km)을 매립해서 맥주를 직접 공장으로 흘려보낸다는 것이다. 이는 수송과정에서 유발되는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연간 500대의 트럭이 운행하지 않아도 된다.

브뤼헤 현지 와플 맛집으로 통하는 리지스 와플© 뉴스1
브뤼헤 현지 와플 맛집으로 통하는 리지스 와플© 뉴스1

브뤼헤 와플 맛집을 추천하자면 생긴 지 5년밖에 안 됐지만, 브뤼헤를 점령한 '리지스 와플'(Lizzies Wafels)을 고를 수 있다.

'엑스트라 라지'가 슬로건에서 예상되듯, A4 용지 만한 와플이 특징이다. 현지 손님들을 보면 모두 1인당 1판이 기본이다.

이곳의 와플은 처음 배어물 땐 바삭바삭한 데, 몇 번 씹으면 밀가루 맛이 안 느껴질 정도로 금세 가볍게 사라진다. 아이스크림이나 과일 잼, 초콜릿 등의 토핑을 얹어 먹으면 더욱 더 맛있다.
 
이곳 주인장의 자부심은 반죽에서 느껴진다. 브뤼헤 다른 와플 가게과 달리 '리얼 벨지안 와플'을 고수하며, 이스트를 넣어 30분간 발효해 만들어진 반죽은 그날 바로 소진한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seulbin@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