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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개발형 인프라 사업에서 관건이 되는 것은 바로 금융이다.
인프라를 건설하는데 통상 소요되는 막대한 재원을 민간에서 조달해야 하기에 경쟁력 있는 금융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사업 수주와 직결된다. 그러나 금융은 기본적으로 리스크를 회피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어, 우리 기업이 주로 진출하는 개발도상국 시장은 리스크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우리 기업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금융 지원을 제공받기가 쉽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가 금년 총 6조원에 달하는 해외수주 정책금융 지원 패키지 발표에 이어 내년 예산에서 정책자금 규모를 크게 확대하여 수출과 투자를 활성화하기로 한 것은 긍정적으로 보인다.이를 통해 초고위험국가(국가신용도 B+이하) 사업 대상으로 수출입은행의 특별계정으로 1조원을 지원하고, 고위험국가(국가신용도 BB+이하) 인프라 사업에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함께 2조원을 추가 지원할 수 있다. 또한 중위험 국가 대상으로는 3조원 규모의 글로벌 플랜트·건설·스마트시티 펀드를 조성하고, 작년 설립된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에 관리를 일임하여 더욱 공격적으로 해외 인프라 사업 투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는 대한민국 유일의 투자개발형 사업 전문 지원기구로서, 사업 발굴부터 금융조달 및 투자에 이르기까지 투자개발형 사업의 전 생애주기를 지원한다. 기존 정책금융기구가 대규모 대출(Loan)에 집중하는 한편, KIND는 지분(Equity) 투자에 특화된 강점을 가지고 있어, 양자가 기능적 상호 보완을 통해 우리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금융지원을 완결할 수 있게 된다.
이미 미국, 일본과 중국을 비롯한 강대국도 국가 주도로 해외 인프라 사업 수주전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AIIB 자금을 활용한 중국의 ‘일대일로’이니셔티브는 대상 국가만 62개국, 전체 사업추진 기간이 150년에 달하는 장기 인프라 계획으로서, 이미 다수의 사업이 추진 중이다. 미국은 이를 견제하기 위하여 저개발·중저소득국가(World Bank 기준)의 인프라 개발에 참여하기 위해 약 60조원에 이르는 강력한 투자 기능을 가진 국제개발금융공사(USIDFC)의 연내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역시 향후 5년간 해외 신규 인프라 구축에 약 2000억달러의 자금을 지원하는 '질 높은 인프라 수출 확대 정책'을 천명하고, KIND와 유사한 투자개발형 사업 전문기구인 JOIN을 첨병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 인프라 수주전은 이미 기업대 기업의 경쟁이 아닌, 국력을 겨루는 국가대항전의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인프라 사업 역시 단순히 국가의 경제적인 이익에서 보다 광의의 외교, 안보 측면의 함의를 가지게 되면서 그 중요성이 날로 커져가는 추세다.
앞서 전세계적 경제 불황을 경고한 신임 IMF 총재는 독일과 네덜란드, 한국을 거론하면서 "인프라와 연구·개발을 중심으로 이들 국가의 지출 확대는 수요와 성장 잠재력을 뒷받침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적극적인 재정 확대를 권고했다. 인프라가 국가의 성장잠재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자 고용 창출효과가 가장 큰 산업임을 고려하면, 국가가 앞으로도 투자를 지속 확대해야 함은 자명해 보인다.
과거 오일쇼크로 나라의 경제가 시련을 맞았을 때 우리 국민은 멀리 이역만리 중동에서 대한민국 건설의 황금기를 열었다. 정부는 인프라 분야에 재정을 공급하여 우수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거기서 갖추어진 우리 기업의 역량을 세계로 수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룩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민관이 글로벌 '인프라 한류'를 조성하게 된다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대한민국 건설 제2의 황금기를 다시금 화려하게 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