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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 우먼파워] 황혜정 국장 "장르물 명가→OCN 세계관 구축"(인터뷰)

"치열한 드라마 시장, 결국 소재와 캐릭터 확보가 중요"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2019-10-29 08:10 송고 | 2019-11-19 10:24 최종수정
황혜정 OCN 국장/OCN 제공 © 뉴스1
황혜정 OCN 국장/OCN 제공 © 뉴스1
최근 들어 방송가에서 여성들이 이른바 '우먼 파워'를 제대로 뽐내고 있다. 프로그램 제작부터 기획 및 연출은 물론 매니지먼트까지, 많은 여성들은 방송가 곳곳에서 두드러지는 활약을 보이고 있다. 과거와는 사뭇 다른 현상이다.

실력 있는 여성들이 방송가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는 요즘, 뉴스1은 [방송가 우먼파워] 시리즈를 통해 이들의 강점과 애환 및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첫번째 주인공은 전형적인 드라마 구성을 벗어나 '장르 드라마의 명가'라는 타이틀과 채널의 확고한 색깔을 구축한 OCN의 황혜정 국장이다. 

드라마의 팬이 아닌 채널의 팬이 되는 '기현상'이 OCN에서 일어나고 있다. 극장에서 내려온 영화들을 틀어주는 영화 채널이 아닌, 콘텐츠 시장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명확한 색깔의 오리지널 시리즈로 방향을 튼 선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상파 3사의 독과점 체제에서 벗어나 드라마 시장에 뛰어든 신규 채널들 중에서 OCN의 행보는 남다른 성과를 냈다. 영화적인 드라마를 선호하는 애청자들과, 영화적인 스토리와 연출을 선호하는 크리에이터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선택. 바로 '장르물'이었다.

OCN은 시청률 성적이 담보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던 시즌제 드라마를 정착시켰다. '신의 퀴즈'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에 걸쳐 5개의 시즌을 선보였고 확고한 팬덤을 구축하며 OCN 드라마의 대표작이 됐다. 동시에 '보이스' 1~3, '터널', '구해줘' 1~2, '38사기동대' '라이프 온 마스'는 장르물 드라마의 스펙트럼을 넓히며 OCN의 색깔을 완성했다.
지난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업무를 시작으로 10여년간 영화 관련 경력을 쌓은 황혜정 OCN국장은 XTM, 온스타일 국장을 거쳐 2016년부터 OCN을 이끌고 있다. 그는 현재의 OCN이 이룬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더 치열해진 드라마 경쟁에서 보다 확고하고 명확한 색깔을 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시청자들의 높아진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새로운 소재를 찾기 위해 '드라마틱 시네마' 프로젝트, 다른 채널에는 없는 'OCN 팬덤'을 위한 스릴러하우스 등이 그 예다.

황혜정 국장은 결과적으로 스토리와 팬덤이 OCN을 표현할 수 있는 키워드라면서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탐험과 함께 'OCN 세계관'을 확고하게 구축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38 사기동대’에는 마동석, 서인국 등이 출연했다. © News1star / OCN
‘38 사기동대’에는 마동석, 서인국 등이 출연했다. © News1star / OCN
-OCN표 드라마들의 성과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시청자들의 신뢰도 높아졌는데. 내부적으로는 OCN의 성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넘버원 영화채널을 표방하면서 25년이 된 채널이다. 영화채널이 한창 잘 나갈 때 OCN의 시청률이 제일 좋았고 당시에는 '크리미널 마인드' '섹스 앤드 더 시티' 등 해외 드라마 주로 미드(미국 드라마)를 많이 방영했다. 이후 케이블 채널의 예능이 나오면서 '오리지널 드라마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기 시작했다. 영화 채널이 지상파 드라마와 같은 걸 내놓으면 굉장히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겠나. 어떤 형태의 드라마를 찾아야 할지 고민이 컸다. OCN을 대표할 수 있는 채널의 스토리, 색깔을 찾았다. 그러면서 영화같은 퀄러티, 프라임타임에 틀어도 경쟁 드라마와 비교가 안 될 만큼 좋은 퀄러티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장르드라마의 명가'라는 평가를 2년 전 즈음부터 듣고 있는데, 그 점이 OCN의 색깔이 된 것 같다.

-2년 전이 왜 OCN의 중요한 시기였던 건가.

▶'신의 퀴즈' '뱀파이어검사' 등 OCN의 시즌제 드라마를 좋아한 분들이 OCN 마니아가 돼 주셨고 '보이스'부터 확 뜬 것 같다. '38사기동대'가 대중적으로 확장됐고, '보이스' 시리즈부터 주말 드라마 블록을 확보했다. 자연스럽게 OCN이 장르드라마의 명가로 불릴 만한 환경을 만든 것 같다. 당시 '보이스' '터널' '듀얼' '손 the guest' 등 오리지널 콘텐츠가 연속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뒀다. 독특한 소재와 아이템이 나왔고 그러면서 OCN이 많이 부각됐던 것 같다. 로맨스 드라마 등 다른 장르도 시도해봤지만 일단 OCN 장르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OCN 다움'을 자리잡게 되지 않았나 싶다.
OCN © 뉴스1 
OCN © 뉴스1
-'OCN 다움'은 뭘까.

▶자연스럽게 생긴 OCN의 화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OCN 드라마를 만든 작가, 감독이 모두 다른데도 OCN 색을 완성했다는 점이 나 역시 신기하다. 그래서 나는 'OCN의 세계관'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공통적인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고 나름대로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많이 풀지 않았나. 많은 형사, 많은 빌런들이 등장한 만큼 세계관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OCN 드라마 속 빌런들을 모은 웹툰을 게재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이 네티즌 사이에서는 반응이 좋았다. 예컨태 ''구해줘'의 빌런이면 이번에는 '손 더 게스트'의 빌런이 나와서 붙으면 재밌을 것 같다'면서 즐겨주시더라.

-'트랩'부터 '타인은 지옥이다' 그리고 내년 방송 예정인 '번외수사'까지 '드라마틱 시네마'라는 블록도 자리잡고 있다.

▶지상파, tvN이나 jtbc도 장르물을 한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도 나오고 있다. 이 사이에서 OCN은 어떤 드라마를 내놔야 하나. 소재에 대한 고민이 컸다. 장르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좋은 대본과 연출자를 찾기가 힘들었다. 나중에는 'OCN용'으로 만든 대본들만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OCN용 드라마' 대본이 아닌, 영화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드라마를 해본 경험은 없지만 새로운 포맷에 대한 관심이 있는 무궁무진한 제작진과 대본이 영화계에 있다고 생각했다. 영화쪽 감독, 작가들은 아무래도 OCN이 영화채널이어서 심리적으로 가깝게 생각하는 분들도 많았다. 이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만든 프로젝트다. 미디어에서 TV와 디지털 플랫폼의 경계가 무너졌다고 하지만 나는 극장까지 경계가 허물어졌다고 생각한다. 영화계 사람들 중에서 전세계 콘텐츠 시장이 오리지널 시리즈, 드라마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 분들도 있었고 TV드라마의 퀄리티가 전반적으로 상승한 것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분들도 많았다.

-좋은 소재를 찾으려고, 드라마용이 아닌 영화계에 있던 시나리오까지 찾았다는 이야기인가.

▶영화진흥위원회에 등록돼 있던 시나리오들을 검토를 했다. 그렇게 처음 만난 작품이 '트랩'이다. 이게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좋은 그림이 나올 것 같았다. '인간을 사냥한다'는 것 자체가 영화적인 소재이긴 한데, 드라마로 만들면 더 많은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재규 감독 역시 재미있는 프로젝트라면서 관심을 보여줬다. 당시 상황상 그 시나리오가 곧바로 영화화되기는 어려운 상태였는데, 박신우 감독은 영상화하고 싶은 의지가 강했다. 이때 드라마틱 시네마라는 형식을 제안했다. 영화처럼 드라마를 만들어볼 수 있다는 장점으로 설득했다. 박 감독이 소재적인 면에서 영화적인 연출 기법을 많이 쓰면서 시청자들도 '영화같은 드라마'라고 평가해주신 것 같다.

-'트랩'은 7부작 '타인은 지옥이다'는 10부작이다. 미니시리즈 16부작의 틀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나.

▶현재 16부작은 의미가 없다. 할 수 있는 이야기에 최적화된 회차를 방영하는 것이 최우선이지 회차에 이야기를 맞출 수는 없다.

-드라마틱 시네마에 어울리는 소재란 무엇인가.

▶영화적인 소재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광범위하기는 하다. 장르물이라는 범위 안에서 캐릭터나 이야기가 더 신선하고 새로운 걸 찾는다. 공감되는 스토리도 있을 수 있고 미지의 세계를 그릴 수도 있다.
© News1 OCN '손 the guest' 포스터
© News1 OCN '손 the guest' 포스터
-영화를 만드는 제작진이 참여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영화쪽의 문법이 익숙한 기법을 쓰는 것 같다. 드라마는 편성일을 정해놓고 시작하는데 영화를 만드는 과정과는 다르다. 굉장히 빠르게 드라마를 만드는데, 영화는 굉장히 시간을 길게 잡고 만드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장면 하나 하나에 연출적인 고민이 많다. 디테일한 것에 공을 많이 들인다. 화면의 색, 음악, 사운드, 조명 모든 것에도 해석할 여지를 주면서 영화적인 그림을 완성하려고 한다.

-'타인은 지옥이다'를 자평하자면. 지나치게 어둡다는 평도 있었다.

▶일반 드라마로 하기에는 대중적이지 않은 소재였다. 고시원의 살인자라는 설정은 굉장히 영화적인 소재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원작을 영화화하고 싶어한 사람들도 많았는데, 스튜디오N과 잘 협의가 돼서 드라마틱 시네마로 선보이게 됐다. 원작부터 스토리 자체가 어둡고 하드한 편이어서 불편하게 느낄 시청자도 있다고 생각했다. 임시완 이동욱처럼 대중적인 인물이 연기하면서 그 점이 중화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소재의 색깔이 그걸 뚫고 나오더라. 감독님이 리얼하게 연출하면서 더 사실감이 강해져서 어둡게 느껴진 것 같다. 시청자가 쉴 시간, 공간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알고 있으나, 원래 이야기가 주려던 느낌을 잘 살리는 방향으로 간 것 같다.

-세번째 드라마틱 시네마 '번외수사'는 어떤가.

▶통쾌한 코미디인데 재미있게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OCN도 장르물 중에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밸런스를 맞추는 중이다. '미스터기간제'도 학원물인데 장르물이다. '학원스릴러물'이라는 새로운 걸 선보였고 OCN의 폭을 넓히는 작품이 된 것 같다. 장르물의 다양화를 하고 있다.

-OCN의 성과를 단순히 시청률로만 평가하기는 어렵다. 자체적으로 어떤 지표를 성과의 기준으로 삼고 있나.

▶대개 3% 이상이 나오면 시청률에서는 성과가 나온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동시에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웰메이드로 선보였느냐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OCN 장르물) 팬덤이 웰메이드로 인정해주시는지 그 점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현재 OCN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또 팬덤을 구축할 캐릭터를 선보였는지도 중요하다.
OCN © 뉴스1
OCN © 뉴스1
-OCN 시상식을 바라는 시청자들도 많은데.

▶감사하다. 그만큼 연기력을 폭발한 배우들, 사랑받을 캐릭터, 그런 작품이 있었다는 것 자체가 성과가 아닐까. 다만 시상식을 위한 시상식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OCN에서 스릴러하우스라는 걸 선보이고 있는데, OCN 장르물의 팬덤들의 성지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올해 최고의 빌런은 누구였나'와 같은 형태로 나름대로의 시상식같은 이벤트를 하고 있다. 그것이 'OCN어워즈'가 되지 않을까. 배우들의 경쟁이 아닌, 캐릭터들의 경쟁과 화합이 펼쳐지는 장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청자들의 수준이 굉장히 높아지고 있다. 콘텐츠를 대하는 애티튜드, 애정도 많아졌다. 만드는 이들이 잘 난 게 아니라, 보는 분들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시청자들은 이제 보는 것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행사에서도 재미를 느끼려고 한다. 그래서 체험형 스릴러하우스도 주목받고 있는 거다. 드라마 캐릭터의 굿즈를 모으고, 배우를 만나서 캐릭터에 대한 대화도 들어보는 거다. 올해 스릴러하우스는 자체적으로도 규모를 키웠다.

-OCN의 향후 비전은.

▶'넘버원 영화채널'에서 '스토리테인먼트'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단순히드라마를 편성하는 영화채널이 아니라 OCN이라는 브랜드의 팬덤을 모으고 세계관을 구축해 부가가치를 내는 거다. 나는 스토리와 팬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장르드라마 명가라는 타이틀을 넘어서 OCN 세계관을 구축하고 싶다.


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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