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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피플]드라기 ECB 총재, 8년간의 비둘기 날개 접다

유로존 경제위기서 구해…유로화도 안정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에도 물가상승률 목표치 실패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9-10-24 08:30 송고 | 2019-10-24 10:10 최종수정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 AFP=뉴스1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 AFP=뉴스1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이달을 끝으로 8년간의 임기를 마친다. 그는 24일(현지시간) 임기 중 마지막 통화정책회의를 주관한 후 기자회견을 끝으로 사실상 ECB 공식 석상에서 퇴장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적극적인 부양책으로 '슈퍼 마리오'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던 그는 임기 중 불안정한 지위였던 유로화를 강화하고 위기 상황에 몰렸던 유로존을 대대적인 양적완화 정책으로 살려냈다. 하지만 가장 큰 목표 중 하나였던 '물가상승률 올리기'는 실패해 '불완전한 성공'이란 평가를 받게 됐다. 
드라기 총재는 장 클로드 트리셰 전 ECB 총재애 이어 8년 전 프랑크프루트로 왔다. 두 달도 안되어 그는 전임자의 두 차례 금리인상을 뒤집고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하지만 이 조치가 민간 부문에서 효과를 내지 못 했다. 이에 드라기 총재는 더 정교한 수단을 고안해내면서 은행을 지원하고 마이너스(-) 금리로 대출 비용을 줄이고 국채를 매입해 시장 금리를 끌어내렸다.

이 결과 ECB는 대차대조표를 2조6000억유로로 확대했다. 그 후 ECB 대차대조표는 2015년 감소했지만 다시 팽창해 현재 4조유로가 훌쩍 넘는 수준이 됐다.

마리오 드라기 ECB총재 임기 중의 막대한 통화확대 규모를 보여주는 대차대조표 <파이낸셜타임스(FT) 갈무리>
마리오 드라기 ECB총재 임기 중의 막대한 통화확대 규모를 보여주는 대차대조표 <파이낸셜타임스(FT) 갈무리>

이처럼 '슈퍼 비둘기'로서 대대적인 양적완화에 나서면서 드라기 총재는 채권시장의 리스크도 감소시켰다. 유로존 국채 수익률은 투자자들이 얼마나 크게 유로존 경제를 위험하게 받아들이고 있나를 보여준다.
유로존 내 가장 큰 경제국인 독일의 국채 수익률과 한 나라의 국채 수익률의 격차(스프레드)는 그가 임기를 시작한 2012년 그리스의 경우 특히 사상 최고로 늘어나 유로존 붕괴 위기까지 돌았다. 하지만 비전통적 통화정책(양적완화 등)을 사용한 것이 주효해 유로존 위기는 진정되어갔다.

크리스티안 오덴달 유럽개혁센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정부가 의존할 마지막 수단이 되게 하겠다는 약속으로 유로존 위기를 잡았다"고 평가했다.

10년만기 독일 국채와 각국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 비교. 2012년 그리스의 경우 격차가 컸지만 점차 줄어들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 갈무리>
10년만기 독일 국채와 각국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 비교. 2012년 그리스의 경우 격차가 컸지만 점차 줄어들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 갈무리>

드라기 총재의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잡은 것으로는 유로존 위기뿐 아니라 실업률도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치솟았던 유로존 실업률은 2013년에 12%를 넘었다.

하지만 드라기 총재의 정책으로 인해 2015년 경제가 성장세로 돌아섰고 2017년 19개 유로존 사용 회원국 한곳도 빠짐없이 모두 금융위기 이후 성장세를 기록했다. 그 결과 실업률 역시 약 10년래 최저로 떨어졌다. 최근에는 이로 인해 임금도 올라가기 시작했다.

유로존 실업률 추이. 마리오 드라기 ECB총재 임기 중 실업률은 12%에서 8%아래로 떨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 갈무리>
유로존 실업률 추이. 마리오 드라기 ECB총재 임기 중 실업률은 12%에서 8%아래로 떨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 갈무리>

1999년 유로화 탄생 이후에도 유로화를 통해 경제권역을 묶는데 여전히 탐탁치 않아했던 반대 세력도 드라기 총재 임기 중에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2013년 그리스와 포르투갈,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인구 40%가 유로화에 반대했다. 하지만 드라기 총재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결과가 사람들에게 유로화로 결속된 이 블록의 견고함을 각인시켜 유로화에 대한 지지율은 76%까지 올랐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드라기 총재가 의존한 것은 정교한 정책 뿐 아니라 때로는 손에 쥔 것없는 상태에도 "필요한 것은 뭐든 할 것"이라고 공언할 줄 아는 '현란한 언변'도 있었다. '경제는 심리'이기도 하다는 상식처럼 그의 말은 시장의 두려움을 잠재우는 역할을 자주 했다. 

 유로화 지지율. 유로존 인구 중  62%가 찬성한 유로화는 2019년 76%까지 올랐다. <파이낸셜타임스(FT) 갈무리>
유로화 지지율. 유로존 인구 중  62%가 찬성한 유로화는 2019년 76%까지 올랐다. <파이낸셜타임스(FT) 갈무리>

하지만 물가 상승률을 연간 2% 근방에 두겠다는 ECB의 목표는 2015년 3월 시작한 양적완화 정책에도 여전히 달성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월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0.8% 상승에 그쳐, 3년래 최저를 기록했다. ECB는 가까운 미래에 이 수치가 올라갈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을 전망했다.


ungaung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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