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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유리 건물, 보기엔 좋지만 새들에겐 치명적 덫"…충돌 피해 788만마리

멸종위기종도 피해, 안전장치 의무화 해야

(서울=뉴스1) 문동주 인턴기자 | 2019-10-18 08:52 송고 | 2019-10-18 10:52 최종수정
새가 유리창에 부딪힌 흔적. 네이처링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조사' 미션에 시민이 올린 사진이다. © 뉴스1
새가 유리창에 부딪힌 흔적. 네이처링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조사' 미션에 시민이 올린 사진이다. © 뉴스1

#A 씨는 근교로 이사하며 마련한 새집에 문제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 유리창으로 멋을 낸 외벽에 새들이 자꾸 충돌하는 것이다. 새들의 사체가 종종 발견돼 불편한 마음이 커졌다. 결국 건설사에 요청해 건물 앞에 비계를 설치하고 버드가드를 부착하게 됐다.

하루 2만 마리, 연간 800만 마리. 환경부가 추정하는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새들의 수다. 투명한 유리창 건물은 사람에게 멋진 건축물로 보이지만 새들에게는 생명을 앗아가는 덫이 된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이 올해 3월 발표한 조류 투명창 충돌 발생 현황에 따르면 건축물에서 발생하는 충돌 피해는 연간 765만 마리, 투명방음벽에서 발생하는 충돌 피해는 23만 마리로 추정된다. 이는 건물 1동당 1.07마리, 투명방음벽 1㎞당 164마리가 충돌한다는 말과 같다.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보호종들도 피해를 보고 있어 더욱 문제가 크다.

조류 충돌은 새의 신체 특성과 유리의 특성이 결합해 발생한다. 눈이 머리 옆에 달린 조류는 정면에 있는 장애물 거리를 분석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거기에 유리의 투명성과 반사성이 더해지면 새들은 유리 건물을 개방된 공간으로 인식하게 된다. 평균 시속 36~72㎞로 나는 새들이 투명 벽에 부딪히면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것과 같은 충격을 받고 죽거나 기절한다.

하지만 유리 건물과 투명 방음벽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신축 역사 건립을 앞두고 발표한 전주역 설계 당선작도 전체가 투명한 유리로 구성된 모습이어서 환경단체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도로에 설치되는 투명 방음벽의 경우 새들의 서식지를 가로지르며 위치하는 경우가 많아 충돌사고 확률이 더 높아진다.

5X10 규칙으로 유리창에 스티커를 붙이면 새들이 건물을 인식할 수 있다. 사진 환경부 © 뉴스1
5X10 규칙으로 유리창에 스티커를 붙이면 새들이 건물을 인식할 수 있다. 사진 환경부 © 뉴스1


줄을 활용해 버드세이버를 설치한 건물 © 뉴스1
줄을 활용해 버드세이버를 설치한 건물 © 뉴스1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전에는 독수리 모양의 버드세이버 스티커를 붙여 왔다. 하지만 국립생태원 연구 결과 이 같은 조류 모양의 스티커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들은 고정된 그림을 생물체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티커의 모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유리창이 있다고 알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양의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 중요하다.

국립생태원은 5X10 규칙을 제안한다. 높이 5㎝, 폭 10㎝의 공간은 새들이 비행을 시도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간격을 유지해 스티커를 붙여 패턴 무늬를 만들면 새들이 충돌을 피할 수 있다. 6㎜ 이상 굵기의 줄을 10㎝ 간격으로 늘어뜨리거나. 그물망을 설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투명 방음벽에 충돌해 죽은 새의 사체, 사진 환경부 © 뉴스1
투명 방음벽에 충돌해 죽은 새의 사체, 사진 환경부 © 뉴스1

유리창 충돌 방지 모니터링단 '새친구'를 운영하는 강승남 녹색연합 활동가는 이런 조치들이 확실한 효과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일주일 동안 100여 마리 새가 죽어있는 것을 확인했던 서산의 649번 도로 방음벽에 스티커 부착작업을 해준 이후로 1~2마리 사체밖에 발견하지 못했다. 전과 후를 비교하면 90% 이상의 효과를 본 것"이라며 스티커 부착 여부가 큰 차이를 가져온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승남 활동가는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대중의 인식이 높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류 충돌 사고는 정책적인 변화가 이루어지면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데, 아직 인식이 너무 부족한 것 같다"며 "새들이 이렇게 많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조차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인식 확산을 위한 활동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립생태원은 네이처링 사이트를 통해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조사' 미션을 진행 중이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주변에서 발생하는 유리창 충돌 사례를 모으는 미션이다. 현재까지 모인 관찰 기록은 5574건이다. 국립생태원 관계자는 네이처링 미션에 대해 "기록들을 모아 집단화시키는 이유는 증거자료의 형성 때문이다. 말만 한들 증거자료가 없으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에 사례를 모아 확실한 증거를 내세우는 것"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시민들이 직접 관찰한 기록들로 힘을 모으고 머리를 맞대어 그 지역사회에서 같이 해결해 나가야 한다. 네이처링은 문제 해결을 위한 증거 기록의 수단이며 해결책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네이처링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조사' 미션 갈무리 © 뉴스1
네이처링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조사' 미션 갈무리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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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dj3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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