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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아자드'가 그렇듯…'낯선 곳의 위압감', 쉽게 볼 일 아니다

벤투호, 15일 오후 5시30분 평양 김일성경기장서 북한과 맞대결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9-10-15 06:01 송고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2차 예선 북한과의 경기를 앞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14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대한축구협회 제공) 2019.10.14/뉴스1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2차 예선 북한과의 경기를 앞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14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대한축구협회 제공) 2019.10.14/뉴스1

어떤 팀이든 자신들의 안방에서는 가진 것 이상의 힘을 발휘하게 마련이다. 홈 어드밴티지는 분명 존재한다. 시차나 기후나 음식 등 외부 요인의 방해가 없고 무엇보다 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고 경기를 치를 수 있으니 원정보다 유리한 것은 당연하다.
유난히 '안방의 기운'이 특별한 장소들이 있다. 이를테면, 이란 테헤란에 위치한 아자디 스타디움은 '원정팀의 지옥'으로 불린다.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는 한국도 그곳에만 가면 기를 펴지 못했다.

지금껏 한국 대표팀은 아자디 원정을 총 7차례 가졌는데 2무5패로 철저하게 밀렸다. 2009년 2월 박지성이 골을 기록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1-1로 비긴 뒤에는 3연패 중이다. 2012년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2014년 친선경기, 2016년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모두 0-1로 패했다.

아자디 스타디움이 원정팀들에게 악명 높은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1273m라는 고지대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다. 이란 선수들도 힘은 들겠으나 적응이 된 장소. 반면 경험이 많지 않은 원정팀 선수들은 체력이 빨리 떨어지게 마련이다. 공의 스피드와 비거리도 일반적 위치에서와 다르다.

또 다른 특징은 역시 대규모 관중이다. 이전의 아자디 스타디움은, 2003년까지 12만명의 관중을 수용했다. 이후 보수를 통해 수용인원이 줄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8만석 규모다. 과거 이청용은 "관중들의 큰 소리 때문에 선수들끼리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또한 담배 냄새, 레이저, 날아오는 물병 등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이란전과 상관 없는 타이밍에 아자디 스타디움을 언급하는 이유는 축구대표팀이 아주 생소한 곳에서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있는 까닭이다. 시차도 없고 기후도 비슷하고 고지대도 아니지만, 우리 선수들에게 평양 김일성경기장의 분위기는 낯설 수밖에 없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5일 오후 5시30분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조별리그 3차전을 갖는다. 두 팀은 1, 2차전을 모두 승리, 나란히 2연승을 달리고 있다. 공히 상승세 속에서 펼쳐지는 맞대결이라 관심이 더 크다.

무엇보다 관심은, 29년 만에 북한 땅에서 열리는 남북 남자 축구대표팀 간의 공식전이라는 사실이다. 지금껏 남자축구 A대표팀 간 남북 대결이 북한에서 펼쳐진 것은 지난 1990년 9월11일 평양 능라도 경기장에서의 '남북 통일축구'가 유일하다. 29년 만의 재현이다. 그때는 친선경기였으나 이번에는 실전이니 경기의 무게감이 똑같다고 보기는 어렵다.
파울루 벤투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4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2차 예선 북한과의 경기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대한축구협회 제공) 2019.10.14/뉴스1
파울루 벤투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4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2차 예선 북한과의 경기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대한축구협회 제공) 2019.10.14/뉴스1

벤투 감독든 에이스 손흥민이든 평양과 김일성 경기장을 경험한 이는 없다. 선수단을 돕는 축구협회의 직원이나 지원 스태프 모두 초행길이다. 지레짐작만 할 뿐 그 '공기'를 느껴본 이가 없다는 것이 어쩌면 이번 대결의 가장 큰 적이다.

1990년 남북 통일축구 당시 선수로 평양을 다녀온 바 있는 홍명보 축구협회 전무는 "당시 경기가 열린 능라도 경기장에 15만명의 관중이 들어왔다. 그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뛰어본 게 처음이었다"고 혀를 내두른 적 있다. 숫자도 숫자지만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는 전언이다.

김일성 경기장의 수용인원은 능라도 경기장보다는 적다. 북한은 10만명 규모라고 알리고 있으나 실제 좌석은 6만 여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서울월드컵경기장 정도를 떠올리면 쉽다. 하지만 TV속에서 본 것처럼 일사불란할 북한 관중은 우리 선수들이 경험한 적 없는 분위기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응원하는 팬들이 사실상 단 1명도 없다는 것 역시 전혀 경험치 못한 일이다.

객관적인 전력은 분명 한국이 북한보다 우위다. 하지만 상대방의 낯선 굴로 들어갔을 때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늘 방심은 금물이지만, 이번에는 진짜 정신 바짝 차려야한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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