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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원맨팀'은 잊어라…팬들의 상상이 현실이 된다

황희찬을 비롯해 백승호, 이강인 등 '젊은 재능' 쑥쑥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9-10-11 09:44 송고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10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조별리그(H조) 대한민국과 스리랑카의 경기 종료 후 이강인에게 장난치고 있다. 이날 대한민국은 8대0으로 승리를 거뒀다. 2019.10.10/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8-0. 대한민국 역대 A매치 1경기 최다득점 공동 7위에 해당하는 압승으로 끝난 스리랑카와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조별리그 2차전은 당장의 결과도 결과지만 미래에 대한 장밋빛 희망을 전해줬다는 것이 더 고무적인 경기였다.

이날 한국 축구의 간판이자 에이스이며 주장인 손흥민은 선제골을 포함, 2골을 터뜨리면서 대승의 견인차 노릇을 했다. 몫을 충분히 다했다. 하지만 스리랑카전에서 가장 도드라진 선수가 손흥민이었던 것은 아니다.

이미 6-0으로 앞서 승패가 크게 기울어진 후반 15분, 벤치의 배려로 권창훈과 교체되며 경기를 일찍 마친 영향도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이유는 손흥민 이상으로 빼어난 퍼포먼스를 보이며 시선을 분산시킨 후배들이 많았던 까닭이다.

10일 오후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 모인 관중들 그리고 TV로 경기를 지켜보던 팬들은 오랜만에 결과에 대한 조바심을 내려놓고 편안한 마음으로 '눈호강'을 했다. 물론 FIFA 랭킹 202위에 그치는 스리랑카는 한국의 상대가 아니었다. 프로팀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약팀이었으니 이 승리에 취해 호들갑을 떠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러나 평가절하할 것도 아니다.

스리랑카는 1차전에서 투르크메니스탄에 0-2로 패했고 2차전에서는 북한을 만나 0-1로 석패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1차전에서 한국이 고전하다 2-0으로 꺾은 팀이고 북한은 H조에서 한국 다음으로 FIFA랭킹이 높은 바레인도 잡은 팀이다. 8골이나 융단폭격하면서 압승을 거뒀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기대대로 또 기대 이상으로 공격진의 활약이 좋았던 덕분이다.

이른 시간 선제골의 중요성을 알고 있던 벤투 감독은 시작부터 공격수들을 총출동시켰다. 장신 스트라이커 김신욱을 포스트에 놓고 그 좌우에 손흥민과 황희찬을 배치시켰다. 2선은 이강인과 백승호가 지켰다. 돌아온 '벤투의 남자' 남태희는 사실상 프리롤에 가까운 역할을 맡았다. 좌우풀백 홍철과 김문환이 수시로 공격에 가담했으니 거의 전원이 '공격 앞으로'였다.

밀집수비만 만나면 허둥지둥 애를 먹었던 대표팀은 이날 '특징'이 명확한 선수들과 함께 효율적으로 상대 수비를 허물어뜨렸다. 각자 지닌 장점들이 빛났다.
축구대표팀 황희찬과 백승호를 비롯한선수들이 10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조별리그(H조) 대한민국과 스리랑카의 경기 종료 후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이날 대한민국은 8대0으로 승리를 거뒀다. 2019.10.10/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지난달 조지아전을 통해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막내 형' 이강인은 이날 국내 팬들 앞에서 첫 선발로 나섰다. 미드필드 중앙에서 사방으로 공을 전달하는 중책을 맡았는데, 팬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모습들이 여러 차례 나왔다. 컨트롤은 정확했고 시야는 넓었으며 거리에 상관없이 날카롭던 왼발 패스는 왜 그가 발렌시아에서 주전경쟁을 이겨내고 있는지 입증했다.

18세 재능이 좌우로 공을 뿌리면 현재 한국 축구를 상징하는 두 명의 스타들이 밀집수비를 흔들었다. 왼쪽에서는 슈퍼스타급으로 위치가 격상된 손흥민이 아우라를 뽐냈다. 그리고 오른쪽에서는 오스트리아리그를 지배하고 있는 '황소' 황희찬이 거침없이 질주했다. 가로막고 있는 수비수들 앞으로 달려드는 공격수가 양쪽에 배치되니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했다.

벤투가 오래도록 기다렸던 남태희도 테크니션다운 모습을 자랑했다. 남태희의 기본적인 출발점은 오른쪽 측면이었으나 굳이 자리에 연연하지 않은 채 마음껏 기술을 뽐냈다. 그럼에도 벤투 감독은 경기 후 "아직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의 남태희는 아니다. 100%의 모습은 아니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만큼 신뢰와 자부심이 크다는 방증이다.

언급한 이들 외에도 빛나는 자원들이 많았다. 모두가 공격에만 집중하던 상황에서 홀로 미드필드 전 지역을 커버하면서 수비 밸런스에도 신경을 썼던 백승호도 합격점을 받았다. 완급을 조절하는 움직임과 패스를 선보이며 '차세대 조타수' 가능성을 계속 키웠다.

손흥민을 대신해 투입된 권창훈도 주어진 찬스를 확실하게 마무리 짓던 득점을 포함,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역시 드리블, 패스, 직접 슈팅이 모두 가능한 자원이었다. 그리고 발로 2골 머리로 2골을 만들어내며 경쟁력을 입증한 스트라이커 김신욱도 빼놓을 수 없다. 흡족했던 자원들이 차고 넘쳤다.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은, 사실상 '손흥민 원맨팀'에 가까웠다. 하지만 다음 월드컵인 2022 카타르 대회에서는 그 틀을 깰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기고 있다. 이강인이 찌르고 남태희가 흔들며 황희찬이 파고 든 뒤 손흥민이 마무리 짓는, 축구 팬들이 상상 속에 그렸던 플레이가 조금씩 현실이 되고 있다.


lastunc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