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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있니?] 실종아동이던 엄마, 딸을 잃었다…"용서해주겠니"

24년간 딸 찾는 조병세씨…"아내 마음의 병 깊었다"
엄마도 어릴적 실종됐다 45년만에 가족찾아…"희망"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2019-10-11 07:00 송고
1995년 6월 16일 오후 7시50분쯤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서 실종된 아동 조하늘양(당시 4세). 실종되기 한 달 전쯤 유치원 소풍에 가서 찍은 사진이다. 실종 당시 유치원 하복인 빨간색 티셔츠와 빨간색 반바지를 입고 있었고 흰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배꼽이 튀어나왔고, 입술 밑에 점이 있다는 신체적 특징이 있다. © 뉴스1 박혜연 기자 (조하늘양 아버지 조병세씨 제공)

"하늘이는 그 당시 동네에 계신 모든 아주머니들이 다 엄마였어요. 붙임성 있고 잘 따르고 말도 조잘조잘 잘 하고 성격도 쾌활하고 밝고 그런 아이였거든요. 혼자 시장길 건너서 유치원도 왔다갔다 하고 슈퍼에도 자기 혼자 가서 사먹기도 하고. 동네 지리를 몰라서 집을 못 찾아 들어오는 아이는 아니었어요."

1995년 6월16일, 하늘이(당시 만4세)는 엄마가 쥐어준 새우볶음 밑반찬을 한움쿰 들고 나간 후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엄마가 "아빠 올 때 됐으니까 씻어야지"라고 불렀지만 하늘이는 "저기 잠깐 갔다오겠다"며 미처 말릴 틈도 없이 집을 나섰다. 이웃 아주머니가 "하늘이 어디 가니" 불러세우자 씩 웃고는 그대로 골목을 내려갔던 모습이 하늘이의 마지막이었다.

장기실종아동 조하늘(현재 28세)의 아버지 조병세씨(58)는 지난 5일 뉴스1과 만나 24년 동안 딸을 찾아다닌 심정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그는 "돌이켜보면 내 자신이 너무 무능력하다"며 "부모된 입장으로 아이 하나 지키지 못하고, 그게 최고로 (견디기) 어려운 점이다"고 말했다.

게다가 조씨 아내인 하늘이 어머니 역시 어릴 적 실종됐던 경험이 있어서 하늘이가 겪을 고통과 아픔을 그 누구보다도 절절하게 느껴야만 했다. 조씨는 "(아이) 잃어버리는 것도 대물림한다는 얘기도 하고…마음의 병이 이루 말할 수 없이 깊어만 갔다. 지금은 그래도 많이 호전됐는데 우울증이 와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뒤늦게야 잃어버린 가족을 찾았지만 조씨 아내는 하늘이 생각에 기쁨을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했다.

조병세씨(58)가 무거운 한숨을 쉬며 실종된 딸 조하늘양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하나씩 보고 있다. © 뉴스1 박혜연 기자

하늘이가 나간지 10분이나 지났을까. 퇴근하고 집에 온 조씨에게 아이를 찾으러 간다고 한 아내는 돌아와 하늘이가 안 보인다고 했다. 당시 재개발지역이었던 동네는 이사 간 빈집이 많았고 일부 주택은 곳곳이 철거돼 썰렁한 기운이 감돌았다. 조씨는 아내와 함께 급히 동네방네 돌아다니고 경찰에 신고도 했지만 딸을 찾을 수 없었다.

이틀 뒤 이사 예정이었지만 딸을 포기할 수 없었던 조씨는 이사 계획을 최대한 미루고 미뤘다. 전국 보육원과 유치원, 학교를 모두 찾아다니고 전단지도 배포했지만 현실은 막막했다. 실종아동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경찰도 허락 없이 함부로 보육시설에 들어가지 못했다. 보건복지부에 신고가 되지 않은 미인가시설만도 전국에 수천 곳이었다. 조씨가 다른 실종아동 부모들과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조사한 미인가시설 목록을 오히려 복지부가 넘겨받는 상황이었다.

조씨는 홀트와 같은 해외입양기관에도 찾아가 자료를 확인할 수 있게 해달라고 싸웠지만 그렇게 해서 보여주는 자료도 겨우 4~5명 정도였다. 외교부는 출입국관리소를 통해 해외로 나간 아이들 얼굴을 확인하고 싶다는 경찰 요청에 시종일관 불허 통보를 내렸다. 개인정보라는 이유에서다.

그 사이 가족에겐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났다. 하늘이가 실종된 해 겨울, 조씨는 연탄불이 꺼져 냉골이 된 집에 혼자 웅크려 자고 있던 아들(당시 만7세)을 발견하고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그는 아내에게 남아 있는 아이를 돌봐달라고 부탁하고 그후부터 혼자 하늘이를 찾으러 돌아다녔다.

실종아동 조하늘양의 친오빠가 중학교 2학년(2001년) 당시 동생을 찾아달라며 쓴 탄원서. © 뉴스1 박혜연 기자 (조병세씨 제공)

피나는 노력 끝에 실종아동법이 2005년 제정돼 2006년부터 시행됐지만 이미 중고등학생이 됐을 법한 하늘이를 찾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기존 장기 실종아동들은 사진이나 서류가 없는 경우가 많았던 데다가 서류들이 있어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이 데이터베이스는 지금까지도 다 완성되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이는 성년(현재 28세)이 됐고 찾을 수 있는 길은 더 요원해졌다.

하지만 조씨는 지금도 하늘이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조씨 아내도 8살 어린 나이에 오빠 손을 놓쳐 실종됐다가 지난 2010년 45년 만에 가족을 찾았다. 부모님과 형제들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던 덕분이었다. 조씨는 "하늘이는 (더 어려서 실종돼) 가족들 이름을 기억하고 있을지 의문이고 많이 걱정된다"면서도 "하늘이가 어디서든 몸 건강하게 아프지 않고 잘 있으면 만날 수 있지 않겠냐"며 애써 웃어보였다. 

조씨 마음 속에 하늘이는 아직 실종된 당시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그는 "나름대로 하늘이 모습을 예측해서 나이대별로 (사진을) 만들어봤지만 우리나라 기술로는 아직 조금 미진해서 만드는 곳마다 사진이 각기 다르다"며 "지금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지 상상이 잘 안 간다"고 말했다.

하늘이를 찾게 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조씨는 "일단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모가 돼서 지켜주지 못한 죄를 빌고 딸에게 "너를 버린 게 아니라 실종된 너를 지금까지 찾고 있었다"고 말해주는 것이 조씨 바람이다.

"이 시간이, 이 암흑의 터널이 이제는 좀 끊어졌으면,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바라는 건 그거네요. (하늘이) 엄마도 완전히 쾌유되지 못하겠죠, 아이를 만나기 전까지는."

얼굴나이변환기술로 구현한 조하늘양 현재 추정 모습(아동권리보장원 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뉴스1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