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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새 시한폭탄' 터키의 쿠르드 군사공격…지상전 돌입(종합)

NYT·CNN "시리아 정권·러·이란만 배불리는 꼴"
최소 5개 도시 공습…민간인 수천명 피난 행렬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2019-10-10 10:16 송고
9일(현지시간) 터키와 국경을 맞댄 시리아 하사케주 라스 알 아인에서 터키군 폭격 이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터키군은 이날 시리아 북동부쿠르드 자치지역에 대한 군사공격을 감행했다. © AFP=뉴스1
9일(현지시간) 터키와 국경을 맞댄 시리아 하사케주 라스 알 아인에서 터키군 폭격 이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터키군은 이날 시리아 북동부쿠르드 자치지역에 대한 군사공격을 감행했다. ©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철군을 발표한 지 3일 만인 9일(현지시간) 터키가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 자치지역에 군사공격을 감행했다. 미국의 묵인 하에 행동에 나선 것이다.
AFP통신·악시오스 등 외신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터키군과 시리아국가군(SNA)이 시리아 북부에서 '평화의 샘' 작전을 방금 시작했다"고 밝혔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터키는 이날 약 6시간 동안 쿠르드족 자치지역에 포습·공격을 감행한 후 지상작전을 개시했다. 공격은 특히 탈아브야드와 라스알아인에 집중됐다. 이밖에 최소 5개 도시 150마일(약 241km)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공격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AFP통신은 이날 터키 시리아 접경에선 포탄이 터지는 요란한 폭발음 속에 주민들을 가득 실은 트럭 수십대가 남쪽으로 피난길에 오르면서 교통이 마비됐다고 전했다. 공습이 이뤄진 지역에서는 수천명의 민간인이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특파원이 촬영한 영상에는 쿠르드족이 다수 거주하는 코바니와 카미실리시의 건물이 화염에 휩싸여 있고 도로에 시체가 깔린 모습이 담겼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터키 시리아 국경 인근이 개방된 평지 지형이라 피해는 예상보다 더 컸다. 공격 첫날에만 최소 15명이 사망했으며, 이 중 8명은 민간인이라고 시리아인권관측소는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뒤늦게 성명을 내고 "미국은 이 공격을 지지하지 않으며, 이 작전이 '나쁜 생각'임을 터키에 분명히 전달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민간인 사망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시리아 주둔 미군 병력 50~100명을 철수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미국 여야로부터 '우방인 쿠르드족에 대한 배신' '사실상 터키의 쿠르드족 공격을 용인한 것 아니냐'는 등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진 것은 시리아 쿠르드족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5년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를 조직, 미군의 지원 하에 IS 격퇴전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당시 YPG 대원 약 1만 1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터키와 쿠르드족은 수백년간 서로를 증오해왔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지원하는 쿠르드군은 해당 지역에 억류돼 있는 IS 포로들이 빠져나간 후 유럽으로 탈출할 것"이라고 했으나 구체적인 방안을 설명하진 않았다.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터키, 그리고 IS 격퇴전을 함께한 쿠르드 어느 쪽도 지원하지 않겠단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미 당국은 전쟁에 대비해 시리아 국경에 병력 100~150명을 재배치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터키의 공격과 관련해 NYT와 CNN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이란, IS에게 주는 선물이 될 것"이라 우려했다.

터키와의 전쟁으로 YPG가 주도하는 시리아민주군(SDF) 병력이 북쪽에 집중될 경우 권력 공백이 발생하게 된다. 게다가 오갈 데 없어진 YPG가 이날 시리아 알 아사드 정권에 손을 내밀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8년간 지속된 시리아 내전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제사회도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은 터키를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고,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역시 터키에 '안전지대'가 조성돼도 비용을 지불하지 않을 것이라며 군사작전 중단을 요구했다.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안전지대를 만들어 YPG를 내몰고 자국 내 시리아 난민들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긴급회의를 열어 터키의 공격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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