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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한글④] "일본어인 줄 한글 배우다가 인생이 바뀌었다"

'세종학당 강사의 헌신에 감동…쉽고 재밌는 한글교재 개발해야"
[인터뷰] 주한타지키스탄 대사관 행정관 보키예프 아흐로르존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2019-10-08 07:08 송고 | 2019-10-08 09:32 최종수정
주한타지키스탄 대사관 행정관 보키예프 아흐로르존© 뉴스1
주한타지키스탄 대사관 행정관 보키예프 아흐로르존© 뉴스1

세종학당은 2019년 6월 기준으로 60개국 180개소가 설립돼 한글과 우리 문화를 보급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대륙별로 살펴보면 아시아 105개소, 아메리카 29개소, 유럽 38개소, 아프리카 4개소, 오세아니아 4개소 순이다.
이제 한글은 세종학당을 통해 우리 문자에서 세계인이 쓰는 문자로 발돋움하고 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6월 업무보고 자리에서 "우리 한글과 문화 전파의 시작이자 마침이 바로 세종학당"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세종학당재단에서 만난 주한타지키스탄 대사관 직원인 보키예프 아흐로르존(27)은 세종학당에서 한글을 배우기 시작해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아흐로르존은 이를 기념해 한글날인 오는 10월9일에 타지키스탄에서 아내와 결혼한다고도 밝혔다.

보키예프 아흐로르존은 중학생 시절인 2006년 한국 드라마 '푸른 초원 위에'를 처음 접하고 막연하게 문채원을 닮은 한국인과 결혼하겠다는 꿈을 가졌으나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타지키스탄 기술대학교 항공정비학과 3학년 재학시절에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였다.

아흐로르존은 "타지키스탄인들은 외모로 한국·중국·일본인을 구분하지 못한다"며 "독일 유학을 준비하던 대학 시절에 취미로 일본어를 배우려고 찾아갔다가 건물 층수를 착각해 세종학당을 방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배우다보니 일본어가 아닌 한국어라는 것을 알게 됐지만 한글의 과학적 창제원리를 듣고서 매력에 빠져버렸다"며 "1개월 뒤 시험에서 초급반 동기생 5명 중에서 1등을 차지하면서 가속도가 붙었고 독일 유학을 포기하고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에 입학했다"고 말했다.

보키예프 아흐로르존이 대학시절에 제9회 타지키스탄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 참가해 수상했다. (제공 보키예프 아흐로르존)© 뉴스1
보키예프 아흐로르존이 대학시절에 제9회 타지키스탄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 참가해 수상했다. (제공 보키예프 아흐로르존)© 뉴스1

외국인이 한글을 배울 때 강사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아흐로르존은 "한국어는 과학적 문자 체계인 한글로 표기하지만 언어 체계가 다른 외국인이 배우기 어려운 언어인 것도 사실"이라며 "중간에 포기하려고도 했지만 첫 스승인 최미희 두샨베1세종학당장님을 비롯해 신낙균, 강설지, 김명희 선생님의 헌신적인 가르침이 있었기에 인생의 방향을 바꿀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흐로르존은 한국으로 유학을 온 이후 막연히 동경했던 모습과 한국의 현실이 달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이미지는 긍정적이지만 드라마에 나오는 예쁜 여자는 한국에 와서도 TV에서나 만날 수 있었다"며 "중학생 때의 꿈을 포기하고 한글날인 10월9일에 오랜 친구인 타지키스탄 여인과 결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글을 다른 나라에 보급할 때 좋은 교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쉽고 재밌는 콘텐츠로 채워진 교재를 개발해야 한다"며 "한국어 말하기 대회나 세종학당 우수 학습자 한국 초청 사업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아흐로르존은 건국대 졸업 이후 주한타지키스탄 대사관에 특채돼 타지키스탄 홍보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남한과 북한 모두 타지키스탄과 교류하고 있지만 문화 교류는 사실한 남한만이 하고 있다"며 "앞으로 남한과 타지키스탄이 더욱 긴밀히 교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타지키스탄 공화국은 국토의 95%가 산악지대에 있는 중앙아시아 국가다. 키릴 문자인 타지크어를 사용하는 이 나라는 문맹률이 상당히 낮으며 지난해 경제 성장률이 6%에 이르는 등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개발 도상국이다.

주한타지키스탄 대사관 행정관 보키예프 아흐로르존© 뉴스1
주한타지키스탄 대사관 행정관 보키예프 아흐로르존© 뉴스1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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