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日, 원전 오염수 바다에 버리자는데…"기준치 2만배 방사능 검출"

도쿄전력 "오염수 80%서 방사성 물질 기준치 초과"
고이즈미 새 환경상, 아직 뚜렷한 해법 없는 듯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2019-09-22 11:10 송고 | 2019-09-22 11:14 최종수정
지난 2018년 7월27일 도쿄전력 직원들이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의 방사능 오염수 저장탱크 주변에서 방사능 수치를 측정하고 있다. © AFP=뉴스1
지난 2018년 7월27일 도쿄전력 직원들이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의 방사능 오염수 저장탱크 주변에서 방사능 수치를 측정하고 있다. © AFP=뉴스1

일본 정치권에서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의 오염수를 오사카(大阪) 앞바다에 방류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후쿠시마 부흥'을 알리는 장으로 1년 남은 도쿄올림픽을 활용하고자 그 전에 어떻게든 오염수를 처리하겠다는 의지다. 
사고 후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매주 최대 4000톤의 오염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 방사성 오염수를 바다에 방출해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일본 정치인들의 주장엔 단서가 있다. '정부에서 안전성을 담보할 경우'다. 정부가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만 말을 해주면 실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관심은 정부, 관련 부처인 환경성 등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로 쏠린다.

◇ 日정치권 "원전 오염수 바다에 버리자"

마쓰이 이치로(松井一郎) 오사카 시장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영원히 탱크에 물(오염수)을 넣어 두는 것은 무리"라며 "과학적으로 안 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지만 환경 피해가 전혀 없는 것은 바다에 방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라다 요시아키(原田義昭) 전 환경상이 최근 방출 주장을 강하게 밝히고 있어 주목된다. 하라다 전 환경상은 10일 고별 기자회견에서 "바다에 방류해 희석하는 것 말고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밝힌데 이어 계속해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같은 주장을 펴고 있다.

하라다 전 환경상은 20일에도 산케이신문 인터뷰를 통해 "한국도 처리수(냉각수로 추정됨)를 바다에 방류하고 있다"며 심지어 한국을 걸고 넘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냉각수에선 소량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긴 하지만 방사능 수치 면에서 후쿠시마 원전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과는 비교불가능한 수준이라 하라다 전 환경상의 단순한 비교엔 무리가 있을 뿐더러 우리 정부의 방침이 그렇지도 않다. 

◇ "오염수 정화 작업해도 기준치 2만배 방사능 검출"

일본 정치인들은 모두 기준치 이하로 오염수를 희석시키면 과학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의 위험성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후쿠시마 제1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과 경제산업성이 다핵종제거설비(ALPS)에서 처리된 오염수를 분석한 결과, 오염수 89만톤 중 80%에 해당하는 약 75만톤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탱크에서는 기준치 2만배에 달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이에 대해 진보 성향의 아사히신문은 "도쿄올림픽을 위해 2013년 이후 계속해서 문제를 축소시켜 온 경제산업성의 책임이 무겁다. 오염수 처리 기술을 둘러싼 후쿠시마 주민들의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겠는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는 "정화 작업 후에도 방사성 물질을 23%밖에 걸러내지 못했는데 여기에서도 기준치 이상의 삼중수소(트리튬)가 검출됐다. 대형 LNG 선박 3척만 사도 오염수 저장탱크를 충분히 쌓아둘 수 있는데 일본은 비용을 아끼려 오염수를 바다에 버릴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렇게 되면 결국 돌고 돌아 한국에까지 흘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삼중수소는 자연계에서 나오는 방사성 물질 중 하나지만 원전에서 나오는 고농도 삼중수소의 경우 발암이나 기형을 유발하는 위험 물질이다. 지난 16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서 일본 측 연설자로 나온 다케모노 나오카즈(竹本直) 과학기술담당상이 후쿠시마 오염수에서 삼중수소를 거르지 못했음을 직접 시인하기도 했다. 

◇고이즈미 새 환경상 사과했지만…'대안은 있나' 지적도

취임 직후 하라다 전 환경상의 '망언'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인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신임 환경상도 겉으론 "후쿠시마 주민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며 오염수 해상 방출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정부의 방침이 정해질 경우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연하게도 아베 내각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인기를 의식한 행보로 포퓰리스트라고도 불리는 고이즈미 환경상에 대해 일각에선 구체적 대안 없이 듣기 좋은 말만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보수 주간지 주간문춘은 최근 고이즈미의 행보와 관련, "내가 후쿠시마로 가서 사과하면 (고급 생선인)눈볼대가 잡힌다는 등 의미를 알 수 없는 발언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평했다. 

고이즈미 환경상은 당초 아베 정권에 날을 세우는 젊은 정치인으로 기대를 모았다.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반핵 운동가로 변신해 정부 원전 정책에 직격탄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이즈미 환경상은 원전 정책에 대해 뚜렷한 입장이나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진 않다. 

이런 가운데 고이즈미 입각에 힘을 쓴 것으로 알려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17일 한국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를 공론화한 것과 관련해 직접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이처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둘러싸고 아베 정부 핵심 인사까지 나서 해양 방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오염수 처리 문제가 올림픽이 개막하는 내년 상반기까지 장기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도 당분간은 조심스럽게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angela0204@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