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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절벽은 없다②]비상교육, 에듀테크·신남방 진출로 新블루오션 연다

노중일 GEO컴퍼니 대표 "디지털과 세계화에 교육 미래 달렸다"
'미래 10년' 고민한 비상교육…"제2,3 비상교육 세워 시장 개척"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2019-09-20 07:00 송고
편집자주 "인구가 줄어드니 잘해야 본전입니다"
교육 기업 종사자들을 만나면 종종 듣게 되는 얘기다. 수치를 보면 빈말이 아님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1980년대 1400만명을 넘었던 학령인구(6~21세)는 2010년 1000만명 아래로 떨어졌고 내년에는 다시 800만명 아래로 내려갈 전망이다. 수요가 계속 줄어들다 보니 매출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에 따라 교육 기업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거나 어학 등 평생 교육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AI(인공지능) 기술을 접목, 부가가치를 높이는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인구절벽에 직면한 교육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변신하고 있는지를 짚어봤다.
노중일 비상교육 GEO컴퍼니 대표가 서울 구로구 비상교육 사옥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비상교육 제공)© 뉴스1
노중일 비상교육 GEO컴퍼니 대표가 서울 구로구 비상교육 사옥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비상교육 제공)© 뉴스1

"디지털과 글로벌. 이 두 가지에 교육의 미래가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결국 적중했죠"

노중일 비상교육 GEO컴퍼니 대표는 '학령인구 감소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단호한 어조로 "에듀테크(EduTech)와 다내수시장 전략에 답이 있다"고 말했다. 다내수시장 전략이란 현지에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법인을 세워 또다른 내수시장처럼 공략한다는 의미다. 
국내 참고서 업계 강자 '비상교육'이 글로벌 에듀테크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최근 신성장동력 사업부문인 'GEO(Global Education Organizer) 컴퍼니'를 신설하고 노 신임 대표를 선임했다.

GEO컴퍼니는 비상교육의 '10년 비전'을 짊어진 핵심 사업부문이다. 비상교육이 '인구절벽' 리스크를 타개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글로벌화'와 '디지털화' 전략이 이곳에서 세워지고 실행된다.

비상교육의 판단은 적중했다. 3년간의 개발 끝에 선보인 에듀테크 솔루션이 국내에서 호응을 얻으면서 순식간에 6만명이 넘는 회원을 끌어모았다. 기세를 몰아 중국과 미주, 신남방 시장에도 진출했다. 비상교육은 올 하반기부터 2차 세계화 전략인 '다내수시장' 전략을 시작한다. 에듀테크 최종 버전인 'AI(인공지능) 엔진'도 이듬해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뉴스1>은 지난 18일 노 대표를 만나 '에듀테크'와 '해외진출'로 대변되는 비상교육의 미래 전략을 들어봤다.
◇전성기때 '미래전략' 고민한 비상교육…첫걸음은 '에듀테크'

"한국 시장이 줄어들면 세계로 나가야죠. 이때 종이책만 들고 나가면 운반비도 안 나옵니다"

노 대표가 농담처럼 던진 이 말에는 비상교육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고민과 전략이 녹아있다. 비상교육은 '종이책'으로 일가를 이룬 기업이다. 1997년 교육출판 '비유와상징'을 설립한 이후 2009년 사명을 '비상교육'으로 변경할 때까지 학원용 교재와 참고서를 주력으로 사업을 키웠다.

2004년 149억원이었던 연 매출을 2010년 1173억원으로 8배 가까이 끌어올린 비결도 완자, 한끝 등 주력 학습지의 인기 덕이었다. 2012년에는 연 매출 1445억원을 달성하며 2년간 성장률이 23%를 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3년 매출이 전년 대비 6% 이상 하락하면서 성장세가 주춤했다. 학령인구가 매년 급속도로 줄어들면서 이른바 '학습지의 한계'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비상교육이 '미래 10년 세미나'를 열고 신성장동력을 찾아 나선 시기도 이때였다.

첫걸음은 '에듀테크'다. 노 대표는 "인구 피라미드가 전례없이 줄어든 상황에서 교육기업도 체질 개선과 변화·발전 없이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위기의식이 있었다"며 "새로운 콘텐츠를 들고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에듀테크 개발을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노중일 비상교육 GEO 대표(오른쪽)가 에듀테크 솔루션 기반 유아영어프로그램 '윙스(Wings)'를 직접 시연하고 있다.(비상교육 제공)© 뉴스1
노중일 비상교육 GEO 대표(오른쪽)가 에듀테크 솔루션 기반 유아영어프로그램 '윙스(Wings)'를 직접 시연하고 있다.(비상교육 제공)© 뉴스1

비상교육은 그간 축적한 학습 빅데이터를 토대로 수년간 연구개발을 거듭한 끝에 에듀테크 기반 솔루션 프로그램 '윙스'(Wings)와 '잉글리시아이'(Englisheye)를 탄생시켰다. 학습자의 연령을 고려해 제품마다 차별화했다.

유아영어프로그램 윙스는 성적 향상보다 흥미와 재미에 초점을 맞췄다. 학습자가 스마트패드에 나타난 자신의 얼굴을 터치한 뒤 선생님의 얼굴을 누르면 수업이 시작된다. 커리큘럼도 다양한 시청각 자료와 캐릭터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형식이기 때문에 한 단계씩 미션을 해결하다보면 어느새 하루치 학습을 완성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에듀테크가 주목받는 이유는 '높은 몰입도'와 '쌍방향 소통'에 있다. 수업 중간중간 직접 알파벳을 써보거나 단어를 직접 녹음해 제출하는 과제가 숨어있기 때문에 한눈팔 시간이 없다. 교사는 실시간으로 학생들의 과제물을 확인하고 성취도에 따라 피드백을 내리며 학생을 관리한다.

초중등 영어프로그램 '잉글리시아이'는 여기에 '레벨별 성취도 측정'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에듀테크 솔루션이 학습자의 학습성과와 영역별 취약점을 즉각적으로 분석해 맞춤형 문제를 추천한다. 매일 성취도 분석표를 받아볼 수 있기 때문에 빈틈없는 학습이 가능하다.

윙스와 잉글리시아이는 이미 전국 1600여개 교육기관 및 가맹학원에서 인기와 효과를 입증했다. 가입 회원 수만 6만5000여명에 달한다. 

최근에는 한 단계 진일보한 에듀테크 플랫폼 'FEL 4.0'(창의 교육 플랫폼)을 개발했다. 국내 최초로 한국어 교육을 접목해 성인 외국인 대상 '클라스'(KLaSS)를 출시했다. 자체 AI엔진도 이듬해 출시를 목표로 막바지 개발 중이다.

노 대표는 "비상교육의 에듀테크는 모듈 구조로 작동하기 때문에 어떤 과목과도 쉽게 접목할 수 있는 점이 강점"이라며 "조만간 국어와 수학에도 에듀테크 솔루션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계획을 공개했다. 

◇'다내수시장 전략'으로 블루오션 연다…베트남 사업 첫 삽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제2, 제3의 비상교육을 해외에 설립하는 '다내수시장 전략'이 핵심입니다"

비상교육의 두번째 미래 전략은 '세계화'다. 세계화 전략은 교육 콘텐츠를 수출하는 '국제화 전략'과 비상교육 해외법인을 세우고 현지 시장을 본격 공략하는 '다내수시장 전략'이 핵심이다. 

국제화 전략은 사실상 에듀테크 플랫폼 개발 사업과 동시에 이뤄졌다. 비상교육은 윙스와 잉글리시아이가 국내시장에서 성과를 나타내자 곧바로 해외로 눈을 돌렸다.

지난 2017년 중국 최대 교육기업인 '신동방교육과학기술그룹'에 윙스 공급 계약을 맺었고 기세를 몰아 지난해 중국 영어교육업체 '타임조이'와도 잉글리시아이 독점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교육시장의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베트남도 1차 공략을 끝냈다. 지난 5월 베트남 최대 교육기업 '에이팩스홀딩스'와 잉글리시아이 공급 계약을 맺었다. 다른 베트남 교육업체에는 윙스가 공급된다. 중국과 베트남 시장에서 향후 7년 동안 보장된 '최소 확정 수익'(미니멈 개런티)만 200억원이 훌쩍 넘는다.

노중일 비상교육 GEO컴퍼니 대표가 서울 구로구 비상교육 사옥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비상교육 제공)© 뉴스1
노중일 비상교육 GEO컴퍼니 대표가 서울 구로구 비상교육 사옥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비상교육 제공)© 뉴스1

비상교육은 국제화 전략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보고 본격적인 '다내수시장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비상교육이 GEO컴퍼니를 설립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 대표는 "세계화 전략의 핵심은 제2, 제3의 비상교육을 현지에 세우고 해외시장에서 직접 사업하는 것에 있다"고 강조하면서 "올해 하반기까지 첫 번째 '비상교육 베트남 법인'이 설립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비상교육의 베트남 다내수시장 전략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한국어 교육 사업'을 중심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비상교육은 지난 7월 코이카의 포괄적 비즈니스 솔루션(IBS) 파트너 기업 자격으로 베트남에 한국어 이러닝 (e-Learning) 교육 사이트를 구축하고 있다. 향후 5년간 40억원이 투입되는 공익사업이다. 하지만 노 대표는 "총 100만명에 달하는 '구인구직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며 큰 그림을 그렸다.

그는 "한국어 이러닝 사이트를 구축하는 동시에 베트남 대학교 한국어과 24개 교실에 한국어 학습 플랫폼 '클라스'를 도입하고 있다"며 "기초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습자부터 통·번역이 가능한 고급 인재까지 베트남의 한국어 교육 시장을 섭렵할 것"이라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한국어 교육은 절반에 불과하다. 베트남 사업의 최종 모델은 '한국어 교육-구인구직 쌍방향 플랫폼'으로 완성된다. 하나의 플랫폼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취업까지 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노 대표는 "베트남 현지 법인이 설립되면 이러닝 사이트와 구인구직 서비스를 연동하는 사업을 맡게 될 예정"이라며 "100만명에 달하는 구직자를 8000여개 한국기업과 매칭해 베트남 취업 시장까지 한꺼번에 끌어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 한국어 사업은 지난 8월 하노이 응웬짜이대학교 한국어과가 비상교육 클라스를 공식 커리큘럼으로 채택하면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노 대표는 "베트남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 등 신남방·중동 시장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시장에서는 사람이 중요합니다. 교육열은 어느 나라든 있습니다. 인구구조를 봐야 합니다. 신남방 국가는 25~29세 인구가 계속 팽창하는 곳입니다. 시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뜻이죠. 비상교육이 세계화를 선택한 이유입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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