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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이 던진 화두 "산은·수은 합병해야"(종합)

"정책금융 분산 바람직하지 않아…규모의 경제 필요"
"산은 지방이전 바람직하지 않아…한국GM노조 파업 유감"

(서울=뉴스1 ) 박주평 기자 | 2019-09-10 16:51 송고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KDB산업은행 제공) © 뉴스1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KDB산업은행 제공) © 뉴스1

취임 2주년을 맞은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정책금융이 여러 기관에 분산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합병을 정부에 공식적으로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임기 2년은 시장 중심의 구조조정 정착과 넥스트라운드 등 혁신성장 지원이 핵심 과제였다면, 남은 1년은 산은과 수은 간 중복되는 부문을 효율화해 벤처기업 등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정책금융기관' 만들기를 중점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장은 또 일각에서 제기되는 산은의 지방이전에 대해 "해외로 팽창할 시점에서 지방이전은 진보가 아니라 퇴보"라며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 회장은 10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화두를 던졌다. 이 회장은 "아직 산은 내부에도 공유하지 않은 사견"이라면서도 공식적으로 검토에 착수해 남은 임기에는 산은과 수은의 합병 추진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산은이 정부의 증자 지원을 일부 받지만 대부분 자체 수익으로 정책금융을 집행하고 있다"며 "유망한 기업에 집중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하려면 자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제시한 방안이 글로벌화와 산은-수은 합병이다. 

이 회장은 "산은의 해외 진출을 강화해 수익 절반 이상을 국제금융시장에서 내도록 하고, 그 수익은 다시 국내 정책금융 집행에 활용해야 한다"며 "이런 상황에 일각에서 제기되는 산은의 지방이전은 바람직하지 않다, 해외로 팽창할 시점에서 지방이전은 진보가 아니라 퇴보"라고 강조했다. 또 "기업뿐 아니라 정책금융도 구조조정을 할 시점"이라며 "남은 임기에는 산은과 수은 합병을 통해 정책금융기관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고 앞으로도 제 역할을 할 여건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했다. 

현재 정책금융기관이 여러 부처의 산하기관으로 산재해 있는 등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통합이 어렵지 않겠냐는 지적에는 "부처 장관님들을 어떻게 할 수는 없으니 화두를 던지는 것"이라며 "중소기업금융도 여러 부처에 수십개 기관으로 나뉘어 있어 굉장히 비효율적이다, 모든 걸 하나로 통합하는 건 불합리하지만 일부는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산은과 수은은 각각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산하기관이다. 

이 회장은 "산은과 수은을 합병해 지원 인력을 줄이고, 예산이 늘어나면 IT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는 인력은 영업현장이나 정책개발에 투입하는 등 시너지를 높여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금융기관으로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대해서는 "재무적 투자자(FI) 단독입찰은 안 되는 것이 원칙인데, FI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있다고 해 억측이 나오는 것 같다"며 "비밀유지는 이해하지만 얼굴도 보여주지 않고 결혼할 수 있나, 조만간 컨소시엄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나서야 한다"고 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호산업 측은 이날 아시아나항공 인수 적격후보(쇼트리스트)로 애경그룹,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 또 다른 사모펀드 스톤브릿지캐피탈 등 4곳을 선정했다. KCGI와 스톤브릿지캐피탈은 손잡은 전략적 투자자(SI)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단지 좋은 기업이 아시아나항공 경영에 참여해 아시아나가 더 튼튼한 기업이 되길 바란다"며 "지금 항공산업이 좋지 않아 경고음이 나오고 있지만 인수·합병(M&A)은 특정 시점만 봐서는 안 된다, 아시아나는 좋은 노선과 라이선스가 있는 만큼 계획이 있는 인수자는 중장기적으로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전날부터 11일까지 전면 파업에 돌입한 한국GM 노조에는 쓴소리했다. 노조는 △기본급 5.65%(12만3526원) 인상 △성과급 250%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는 임금은 동결하고 성과급·격려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산은은 GM과 주주 간 협약으로 남긴 내용에 대해서만 개입할 수 있다"면서도 "노조 파업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파업은 한국GM 정상화 초기 작업에 굉장히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평균 연봉 1억원을 받는 분들이 임금 인상을 위해 파업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며 "과연 한국GM 정상화를 원하는지, GM이 혹여 철수하면 또 산은 보고 책임지라고 할 것인지 걱정된다"고 일갈했다. 

이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2년여 재임한 소회도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 2017년 9월11일 취임한 후 △시장 중심의 구조조정 △혁신성장 지원 △산업은행 경쟁력 강화 등을 목표로 삼아 2년여 임기를 수행했다. 그 결과 STX조선, 금호타이어, 한국GM, 대우조선해양, 아시아나항공 등 굵직굵직한 이슈에서 성공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를 세워 자본시장 중심의 상시구조조정 체제를 정착시키고, 산은은 혁신성장 지원에 주력한다는 방향성을 세워 넥스트라운드(벤처기업 IR 플랫폼), 넥스트라이즈(글로벌 스타트어 박람회) 등 독자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 회장은 "취임 당시 밝힌 세 가지 목표는 과거 정부에서 해결하지 못한 숙제를 푸는 것도 있지만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대로 닦아보자는 의미도 있었다"며 "지금까지의 변화가 회장 교체와 상관없이 제도화·관습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 지난 5월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이 완료된 만큼 디지털 전환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 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예일대에서 금융경제학을 전공한 진보 성향의 금융 전문가다. 산업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을 거쳐 한국금융연구원장을 지냈다. DJ(고 김대중 전 대통령) 정부 때 대통령 비서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고, 참여정부 때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선 문재인 대통령 선거 캠프 비상경제대책단에서 가계부채 관련 정책의 밑그림을 그렸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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