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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산지천 600억 썼는데 성매매 여전…"더 은밀해져"

여성가족연구원 조사, 가정집 임대해 몰래 영업
"공론화없이 폐쇄 성매매 여성 자활 지원 확대해야"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2019-09-03 16:40 송고
2018년 12월3일 제주시 일도1동 탐라문화광장에서 음주청정지역 선포식이 열리고 있다. .2018.12.3 /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2018년 12월3일 제주시 일도1동 탐라문화광장에서 음주청정지역 선포식이 열리고 있다. .2018.12.3 /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오랫동안 집창촌이라는 오명을 받다가 약 600억원을 들여 탐라문화광장이 조성된 제주시 동문로터리 산지천 일대 성매매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은 3일 '제주지역 성매매집결지 실태와 여성친화적 공간조성 방안' 보고서를 통해 "광장 조성 이후 성매매업소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남아 있고 주민 입장에서는 성매매가 줄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연구원이 성매매 경험이 있는 여성 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은 모두 10대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해 철저한 통제속에서 업소 주인과 남성(일명 기둥)의 경제적 착취를 당하고 있어 돈을 벌기 어려운 구조다.

이 여성들은 탐라문화광장 조성 당시에도 건물주와 업주들만 보상을 받고 자신들은 보상에서 제외됐다고 하소연했다.

산지천 일대는 형태만 바뀌었을뿐 성매매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장 조성으로 건물이 철거된 이후에는 속칭 전화바리, 여관바리 등 다양한 형태의 성매매가 이뤄졌다.
여인숙 등 숙박업소를 빌리거나 심지어 가정집을 임대해 몰래 성매매 영업을 하는 것도 있다고 연구원은 밝혔다.

남아있는 업소 여성들은 선불금이나 빚을 갚지 못해 생계대책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성구매를 하는 남성은 외국인노동자나 관광객, 도민 등 다양하지만 업소 시설이나 환경이 열악하다보니 저렴한 가격을 찾는 20대 남성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화진 연구위원은 "광장 조성 과정에서 성매매 집결지 폐쇄가 충분한 공론화 없이 이뤄졌다"며 "가정에서 은밀하게 벌어지는 성매매는 단속이 어렵고 단속 이후 여성을 위한 교육이나 훈련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그러면서 성매매 여성의 탈성매매와 자활 지원 확대를 위한 조례 개(제)정, 산지천 주변 환경개선 사업 추진 등을 제안했다.

또 여성친화적 정책의 관심과 의지, 주민 참여를 보장하는 자발적이며 지속 가능한 젠더 거버넌스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은희 여성가족연구원 이은희 원장은 "지역 활성화를 위해서는 성매매 근절을 위한 근본적 해결 의지와 모두가 행복하고 안전한 공간조성 정책이 실효성 있게 추진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동문시장에서 제주항으로 이어지는 내천인 산지천은 과거 주민들이 빨래와 목욕을 하며 지역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했던 장소다.

이후 1950~60년대 산업화를 거치며 관광지와 항만 인근이라는 특성과 맞물리며 성매매가 확산됐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술에 취한 노숙인들까지 가세,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제주도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산지천 일대에 586억원을 들여 대대적으로 기반 시설을 개선했고 2018년에는 음주청정지역으로 선포되기도 했으나 이후에도 비슷한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k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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