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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인터뷰]③ 홍자매 "소재 비슷하다고 표절시비…억울하기도 해"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2019-09-03 08:00 송고 | 2019-09-03 08:14 최종수정
'호텔 델루나' 홍자매 홍정은(왼쪽), 홍미란 인터뷰/tvN 제공 © 뉴스1
'호텔 델루나' 홍자매 홍정은(왼쪽), 홍미란 인터뷰/tvN 제공 © 뉴스1
지난 1일 종영한 tvN 주말드라마 '호텔 델루나'(극본 홍정은, 홍미란/연출 오충환, 김정현)는 최종회 12%를 기록하며 올해 tvN 드라마 1위 왕좌에 올랐다. (유료플랫폼 전국기준/ 닐슨코리아 제공)

더불어 배우들의 열연과 완성도 높은 대본, 연출도 호평을 받았다.  방송 전부터 드라마 팬들의 시선을 모았던 배우 이지은과 여진구는 기대를 넘어서는 가득 차오른 보름달 같은 시너지를 발휘하며 "완벽한 장만월과 구찬성"이라는 평을 들었다. 월령수에 묶여 생과 사의 흐름이 멈춘 여자 장만월을 자신만의 캐릭터로 구축한 이지은, 그리고 만월을 돌본 인간 남자 찬성으로 분해 연기의 정석이 무엇인지 증명하며 안방극장의 설렘을 책임졌던 여진구는 '만찬 커플'의 반짝반짝 빛났던 케미로 '호텔 델루나' 신드롬의 중심에 섰다.

시청자들의 예측을 뒤집는 쫀쫀한 전개를 펼친 홍자매 작가와 섬세한 연출력으로 감정선 하나 놓치지 않은 오충환 감독의 호흡은 회가 거듭할수록 더욱 빛을 발했다. 여기에 촬영, 미술, CG, 의상, 음악 등 모든 분야의 스태프들의 열정이 완벽한 시너지를 만들어내며 매회 레전드를 경신했다.

'호텔 델루나'는 밤이 되면 떠돌이 귀신에게만 화려한 실체를 드러내는 령빈(靈賓) 전용 호텔이란 판타지 소재와 생과 사의 흐름이 멈춰버린 여자와 그녀를 돌보겠다는 연약한 인간 남자의 애틋한 '호로맨스'를 적절하게 조화시키며 안방극장에 새로운 감성의 바람을 몰고 왔다. 특히 생과 사에 대해 돌아보게 만든 매회 다른 에피소드와 이를 통해 인물들이 변화해가는 과정이 세세하게 그려졌다.

'호텔 델루나'를 쓴 '홍자매'는 실제 다섯 자매의 첫째(홍정은), 셋째(홍미란)로 구성된 공동 작가진이다. 지난 2005년 드라마 '쾌걸춘향'을 시작으로 '마이걸' '환상의 커플' '쾌도 홍길동' '미남이시네요' 등 인기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를 내놨다. 홍자매는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를 시작으로 판타지 로맨스 장르에 대한 욕심을 보였다. 꼬리 아홉 달린 영생을 사는 여자와 평범한 일반 남자의 사랑이라는 설정은 '주군의 태양'(2013)에서는 귀신을 보는 여자와 남자의 사랑으로 변주됐고, '화유기'(2017)는 요괴가 등장했으며 '호텔 델루나'에서는 귀신들이 찾는 호텔을 배경으로 1300년간 이승에 묶인 만월(이지은 분)과 인간 남자 구찬성(여진구 분)의 사랑을 그렸다. 10여년에 걸친 '홍자매' 표 판타지 로맨스 세계관이었다.

홍자매는 지난 2일 서울 상암동에서 종영 기념 인터뷰를 가졌다. '호텔 델루나'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흥행 요인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털어놨다. 더불어 '화유기' 당시 불거진 표절 시비와 '자가복제'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가감없이 대답을 내놨다. 벌써부터 차기작 구상에 들어갔다는 이들의 미래 계획도 들을 수 있었다.
tvN 방송 캡처 © 뉴스1
tvN 방송 캡처 © 뉴스1
<[N인터뷰]②에 이어>

-'주군의 태양' 이후 침체기라는 평도 있었다.

▶(홍미란) 당연히 드라마가 잘 안 되면 대본에 대해 작가로서 책임을 많이 느낀다. 우리는 (그런 반응에 대해) 침체되지 않으려 하고 우리가 왜 그랬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하면서 극복을 한다.

-'화유기'에서도 표절시비가 있었고, '호텔 델루나'도 기시감이 든다는 반응이 있었다.

▶(홍미란) '델루나' 이야기는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와 '주군의 태양' 등 우리의 전작들에서 시작됐다. '호텔이라는 곳에 귀신이 온다'는 설정이 비슷한 만화가 있다고 하고, 우리는 '주군의 태양' 속 호텔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런 이야기들이) 예전에는 없었겠나. '센과 치히로'도 요괴가 나온다. 우리의 판타지는 우리가 지금까지 만든 이야기에서 쌓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표절은)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방송을 보면 같지 않다는 걸 알거다.  사실 그냥 '표절 논란'이라고 하면 구체적인 팩트를 따지지 않고 논란이 되는 것에 대한 억울한 마음도 있다. 표절 시비 소송도 있었고 잘 마무리가 됐다. 앞으로는 조금 더 그런 부분에 대해 강력하게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홍정은) 드라마가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소재만 가지고 '이건 이거다'라고 말하면 그게 되어버리는 상황이 억울하기도 하다. 소재 외에는 비슷한 것이 하나도 없는데 기사화가 되면 (표절을) 꼬리표로 달고 다녀야 하는 부분이 있다. 아니라고 강력하게 항변을 하는 것도 웃긴 것 같고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것 같다.
'호텔 델루나' 홍자매  홍미란(왼쪽) 홍정은인터뷰/tvN 제공 © 뉴스1
'호텔 델루나' 홍자매  홍미란(왼쪽) 홍정은인터뷰/tvN 제공 © 뉴스1
▶(홍미란) '쾌걸춘향'을 예로 들면 춘향을 소재로 하는 작품이 우리 드라마만 있겠나. 그게 다 똑같은 이야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해버리는 것에 대해서는) 억울한 부분이 있다.

▶(홍정은) 작가가 창작을 하는 데 있어서 우리가 어떤 설정을 한 후에 비슷한 이야기가 있는 전부 다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요즘에는 소설, 영화, 드라마만이 아니라 웹소설 블로그 등도 많아서 그걸 전부 체크해서 제외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또 소재라는 것은 다 공유해서 할 수 있는 것이다. 창작이라고 해서 (이런 소재를) 쓰지 못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창작의 자율성을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부터 소재 하나만 보고 프레임을 씌워서 작가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드는 상황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한다. 우리가 매일 '본 적도 없다'고 이야기해도 변명 비슷한 답 밖에 안 되는 것 같다. 우리가 이 드라마가 어디서 나온 것인지를 설명해드리는 것이 오명을 벗는 데 중요한 일 같다. '델루나'의 시작이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서 '꼬리가 하나씩 없어지면서 소멸하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어'라고 생각하실 수 있도록 설명해드렸다.

-실제 오자매라고, 어떻게 두 사람이 드라마를 쓰게 됐나.

▶(홍미란) 드라마를 좋아했다. (홍정은) 언니가 방송국에서 예능 작가를 했고 저도 예능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다. 둘이 같이 '쾌걸춘향'을 하게 되면서 첫 작품 성과가 괜찮았다. 그게 잘 안 됐으면 찢어졌을 수도 있다.(웃음) 계속 같이 하다 보니 벌써 12개의 드라마를 했다. 일 자체를 따로 한다는 생각을 안 했다. 지금도 같이 간다는 생각을 한다.

-공동작업인데 어떻게 일이 배분이 되나.

▶(홍미란) 노트북 하나를 두고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쓴다. 의논을 해서 첫 신부터 마지막 신까지 의논을 한다.  

-작가로서도 '호텔 델루나'를 통해 시청자에게 많은 지지를 받았다는 점이 남다르게 느껴질 것 같다.

▶(홍미란) 이렇게 잘 구현이 되면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걸 느꼈다. 우리 생각보다 훨씬 예쁘게 나왔다. 좋은 감독 좋은 배우 만나서 판타지세계를 처음부터 잘 받아들여주시고 봐주셔서 감사하다.

-차기작은 어떤 구상을 하고 있나. 귀신 소재의 판타지 드라마인지.

▶(홍미란) 이런 얘기를 다음에도 또 하기는 할 것 같은데, 바로 다음 작품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런 방식의 위로를 주는 이야기를 할 것 같다. 비겁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살아있는 사람의 이야기로 '억울하고 힘들었겠지만'이라고 말한들 위로보다는 덧없는 말이 될 것 같다. 죽음과 끝을 전제로 하면서 위로와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더 와닿는다고 생각했다. 또 '미남이시네요' 처럼 말랑말랑하고 가벼운 것도 해보고 싶다.  더 늙기 전에(웃음). '오글오글'하지만 상큼한 이야기들이 있지 않나.


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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