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N인터뷰]① '호텔 델루나' 홍자매 "헤어지는 결말 전제로 한 멜로…시즌2는 아직"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2019-09-03 08:00 송고 | 2019-09-03 08:07 최종수정
'호텔 델루나' 홍자매 홍정은(왼쪽), 홍미란/tvN 제공 © 뉴스1
'호텔 델루나' 홍자매 홍정은(왼쪽), 홍미란/tvN 제공 © 뉴스1
지난 1일 종영한 tvN 주말드라마 '호텔 델루나'(극본 홍정은, 홍미란/연출 오충환, 김정현)는 최종회 12%를 기록하며 올해 tvN 드라마 1위 왕좌에 올랐다. (유료플랫폼 전국기준/ 닐슨코리아 제공)
더불어 배우들의 열연과 완성도 높은 대본, 연출도 호평을 받았다. 방송 전부터 드라마 팬들의 시선을 모았던 배우 이지은과 여진구는 기대를 넘어서는 가득 차오른 보름달 같은 시너지를 발휘하며 "완벽한 장만월과 구찬성"이라는 평을 들었다. 월령수에 묶여 생과 사의 흐름이 멈춘 여자 장만월을 자신만의 캐릭터로 구축한 이지은, 그리고 만월을 돌본 인간 남자 찬성으로 분해 연기의 정석이 무엇인지 증명하며 안방극장의 설렘을 책임졌던 여진구는 '만찬 커플'의 반짝반짝 빛났던 케미로 '호텔 델루나' 신드롬의 중심에 섰다.

시청자들의 예측을 뒤집는 쫀쫀한 전개를 펼친 홍자매 작가와 섬세한 연출력으로 감정선 하나 놓치지 않은 오충환 감독의 호흡은 회가 거듭할수록 더욱 빛을 발했다. 여기에 촬영, 미술, CG, 의상, 음악 등 모든 분야의 스태프들의 열정이 완벽한 시너지를 만들어내며 매회 레전드를 경신했다.

'호텔 델루나'는 밤이 되면 떠돌이 귀신에게만 화려한 실체를 드러내는 령빈(靈賓) 전용 호텔이란 판타지 소재와 생과 사의 흐름이 멈춰버린 여자와 그녀를 돌보겠다는 연약한 인간 남자의 애틋한 '호로맨스'를 적절하게 조화시키며 안방극장에 새로운 감성의 바람을 몰고 왔다. 특히 생과 사에 대해 돌아보게 만든 매회 다른 에피소드와 이를 통해 인물들이 변화해가는 과정이 세세하게 그려졌다.

'호텔 델루나'를 쓴 '홍자매'는 실제 다섯 자매의 첫째(홍정은), 셋째(홍미란)로 구성된 공동 작가진이다. 지난 2005년 드라마 '쾌걸춘향'을 시작으로 '마이걸' '환상의 커플' '쾌도 홍길동' '미남이시네요' 등 인기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를 내놨다. 홍자매는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를 시작으로 판타지 로맨스 장르에 대한 욕심을 보였다. 꼬리 아홉 달린 영생을 사는 여자와 평범한 일반 남자의 사랑이라는 설정은 '주군의 태양'(2013)에서는 귀신을 보는 여자와 남자의 사랑으로 변주됐고, '화유기'(2017)는 요괴가 등장했으며 '호텔 델루나'에서는 귀신들이 찾는 호텔을 배경으로 1300년간 이승에 묶인 만월(이지은 분)과 인간 남자 구찬성(여진구 분)의 사랑을 그렸다. 10여년에 걸친 '홍자매' 표 판타지 로맨스 세계관이었다.
홍자매는 지난 2일 서울 상암동에서 종영 기념 인터뷰를 가졌다. '호텔 델루나'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흥행 요인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털어놨다. 더불어 '화유기' 당시 불거진 표절 시비와 '자가복제'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가감없이 대답을 내놨다. 벌써부터 차기작 구상에 들어갔다는 이들의 미래 계획도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홍자매와 인터뷰.

-'호텔 델루나'를 어떻게 기획해서 완성했나.

▶(홍미란) 판타지를 처음 한 것이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서 처음 판타지를 시도했다. 그때는 여자가 신비로운 존재고, 삼신 할매도 등장하고 평범한 남자를 만나서 사랑을 한다. 꼬리가 9개인데 하나씩 줄어드는 것이다. 구미호의 전생같은 부분이다. 첫 판타지부터 시작해 지금 '호텔 델루나'로 오게 된 것 같다. 처음 '주군의 태양'을 할 때 배경이 호텔이었는데 호텔을 통째로 빌릴 수 없어서 복합 쇼핑몰로 장소가 협찬이 됐다. 이번에는 제작 환경이 너무 좋아지니까 거대한 호텔 세트를 지을 수가 있더라. 우리 세트를 가보면 정말 놀랄 것이다. 웬만한 특급 호텔 못지 않은 사이즈다. 복도도 하나가 아니라 서너개 정도 된다. 귀신이 나올 수 있는 호텔들이 구현되면서 잘 표현이 됐다.

▶(홍정은) '구미호' '주군의 태양' '화유기' '델루나' 10년 전에 할 수 없었던 기술들이 상상을 넘어 조금씩 더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10년에 걸쳐서 우리가 가지고 있던 세계관이 발전해서 '델루나'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tvN © 뉴스1
tvN © 뉴스1

-특히 주연 뿐만 아니라 조연들까지도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서 더욱 볼거리가 많았다.

▶(홍정은) 주연을 위해 존재하는 조연으로 배치하지 않으려 했다. 조연의 수가 다른 드라마에 비해 적기는 한데, 그냥 주인공의 친구나 지인으로 끝나지 않도록 각자의 사연을 그리려고 했다. 전작들도 조연이 사랑을 받아야 드라마가 잘 되더라. '델루나'도 조연이 사랑을 받으면서, 이들도 다 나의 가족같고 친근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드라마가 더욱 꽉 차 보이고 그들의 마지막이 아쉬움이 느껴지도록 했다.

▶(홍미란) 매회 귀신이 나오는 구성을 했는데 호텔에 있는 손님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즈음에는 사연을 풀어준다. 산체스도 조연이 들어와서 사랑에 대한 에피소드도 풀 수 있도록 만들었다. 모두가 그렇게 느끼게 했다.

-판타지 로맨스도 여러 소재가 있는데 꾸준히 귀신, 사후세계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뭔가.

▶(홍정은) 판타지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생각한다. 판타지 중에 어벤져스도 있고 초능력자나 히어로물을 만들 수 있지만 우리나라 촬영 여건상 그런 소재는 상상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귀신이나 요괴나 우리 사람과 밀접하고 차별성이 없는 비주얼을 가진 존재를 만들기는 여건상 가장 쉽다. 또 사람들에게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어서다. 판타지 공간을 생각했을 때 가장 현실적으로 적합한 소재라고 생각해서 그렇다. 그걸 더 발전시켜서 더욱 활용하려고 했다.

▶(홍미란) 로맨스를 기본 베이스로 해서 에피소드 형식으로 가려고 할 때, 형사물 의학드라마 등이 있지 않나. 그쪽은 우리가 재능이 없다. (웃음) 귀신이 병원에 나오면 의학 드라마 흐름도 나오고, 범인이 나오면 범죄물도 되지 않나. 그 점이 재미있어서 귀신 소재로 풀게 된다.
'호텔 델루나' 홍자매  홍정은(왼쪽) 홍미란/ tvN 제공 © 뉴스1
'호텔 델루나' 홍자매  홍정은(왼쪽) 홍미란/ tvN 제공 © 뉴스1
-귀신이나 CG가 무섭다는 시청자 반응도 나왔는데, 톤 조절은 어떻게 했나.

▶(홍미란) 우리에겐 귀신이 얼마나 무서워야 하는지가 중요한 이슈였다. 너무 무서우면 못 본다고 하는 분들이 많다. 적정한 선이 필요했다. 10명의 귀신이 있으면, 2명 정도는 무섭고 그 외에는 재미있고 따뜻한 귀신도 포함했다. 멜로와 코미디가 많이 들어가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덜 무섭게 그리려고 했다. 그래서 초등학생도 많이 좋아했다고 하더라.

▶(홍정은) OCN 10시 장르물이었다면 조금 더 수위가 셌을 수 있다. 우리는 오후 9시 주말드라마였다. 열 살인 내 아들도 보는 작품이다. 경기 일으키고 잠 못 잘 정도의 귀신이 나오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귀신이 너무 안 무서우면 싱거우니까 그 톤 조절을 신경을 썼다. 비주얼이 무서우면 음악 효과음으로 희석을 했다.

-결말을 어떻게 구상했나.

▶(홍정은) 보통의 로맨스는 함께 해서 결혼하고 끝까지 가는 것이 해피엔딩인데, 만월이와 찬성의 관계는 만월이가 1300년이나 월령수에 묶어있었고, (구찬성이) 어루만져주고 달래서 보내주는 역할이다. 처음 설정 자체가 헤어짐을 전제로한 멜로였기 때문에 이 둘이 그걸 모르고 있다가 당한 것이 아니라 서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남자도 여자도 그 슬픔을 담고 멜로에서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상태에서 시작한 멜로였다. 그래서 다른 로맨스와는 다른 감성이 나왔을 것 같다. 두 사람이 포옹만 해도 슬픈 이유가 헤어짐을 전제로 한 멜로이기 때문이다. 그걸 두 사람도 아는 상태에서 연기해서 더욱 애틋했다.

▶(홍미란) 델루나 자체가 죽은 사람이 오는 공간이었다. 직원도 그렇고죽은 사람들의 공간이기 때문에 죽음이라는 것이 같이 붙어있는 안에서는 그게 오히려 해피엔딩이 아닐까 생각한다.

▶(홍정은) 에필로그에서 '미래에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오지 않겠어?'라는 생각으로 시청자분들이 보고 싶어할 만한 부분을 보여드린 것이고 두 사람이 만났다는 결론은 아니다. 찬성이와 만월이가 헤어지는 부분에 있어서 만월이는 그 답게 씩씩하게 걸어가야 했고 찬성이는 그 답게 만월이를 끝까지 봐줘야 했다고 생각했다. 상황을 억지로 엮어서 억지스러운 해피엔딩을 만들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헤어지는 것이 가슴 아팠을 것 같다. 쓰면서도 가슴 아팠고 시청자도 두 사람이 예뻐서 가슴 아팠겠지만 '델루나'가 가지고 있는 세계관 안에서는 그게 맞는 엔딩인 것 같다.
tvN © 뉴스1
tvN © 뉴스1
-최종회 엔딩 에필로그에서 김수현이 등장해 '호텔 블루문' 영업을 이어간다. 시즌2에 대한 힌트인가.

▶(홍미란) 시즌2 구체적인 계획은 아니다. 귀신들이 오고 가는 공 간은 계속 있을 것이라는 느낌을 주려고 했다. 엔딩에 CG가 들어가야 하니까 그 부분은 한 달 전 즈음에 미리 제작진에게 이야기를 해둔 장면이다. 저희도 (김수현씨가) 특별출연을 해주셨다고 하더라. 우리도 되게 깜짝 놀랐다. 너무 멋있구나.

▶(홍정은) 달의 객잔이 계속 된다는 의미의 장면이고, '블루문'이라는 점에 중점을 뒀다. 김수현씨는 아마 다른 작품 준비하고 계실테니 우리 역시 기대하고 보겠다. 이번에는 (시즌2 주인공이 아닌) 말 그대로 특별 출연을 해주셨다.

<[N인터뷰]②에 계속>


ichi@news1.kr

오늘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