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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시위는 성조기·오성홍기·유니언잭 등 국기들의 전쟁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2019-08-25 07:18 송고
홍콩의 일부 시위대가 성조기를 들고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 WSJ 갈무리

홍콩 시위는 단순한 홍콩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중국을 비롯한 전체주의 진영의 대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반영하듯 홍콩의 시위에는 다양한 나라의 국기가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국기인 성조기, 중국의 국기인 오성홍기, 영국의 국기인 유니언잭이 등장하고 있는 것.

그런데 미국의 성조기와 영국의 유니언잭은 인기 상한가인데 비해 정작 홍콩인들의 조국인 중국의 오성홍기는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시위대들이 성조기와 유니언잭을 자랑스럽게 들고 다니는데 비해 오성홍기는 바다에 던져지는 등 수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부이나마 홍콩 시위대가 성조기나 유니언잭을 들고 시위에 나서는 것은 자유진영의 맏형 격인 미국과 식민종주국인 영국에 홍콩의 시위를 지지해 줄 것을 요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시위대는 미국이나 영국이 홍콩 시위를 강력하게 지지할 경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인민군을 홍콩에 투입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이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오성홍기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홍콩 시위대는 지난 3일 시위 도중 국기 게양대에 게양된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끌어내려 바다에 버렸다.  

지난 3일 시위대가 국기게양대에서 끌어내린 오성홍기를 바다에 던져 버렸다 - SCMP 갈무리

검은 옷을 입은 시위대 4명은 지난 3일 오후 5시40분께 침사추이 스타페리 부두 국기 게양대에 걸려 있던 오성홍기를 끌어내려 바다에 던졌다.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판공실은 즉각 성명을 내고 “중국의 국기법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국가와 민족 존엄에 무례를 범했으며 일국양제의 마지노선을 짓밟았다”며 “반드시 법에 따라 호되게 처벌하고 절대 우유부단하게 처리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한 웨이보(중국의 트위터) 이용자는 “국가가 없으면 고향도 없다. 홍콩 시위대가 목적을 잃고 날뛰고 있다”며 “베이징이 홍콩 시위를 강력하게 진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렁춘잉 전 홍콩 행정장관은 오성홍기를 끌어내린 시위대 검거에 100만 홍콩달러(1억5000만 원)의 현상금을 걸겠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에 비해 성조기와 유니언잭은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일부 시위대는 6월 홍콩 시위가 시작될 무렵부터 유니언잭을 들고 나왔다. 식민종주국인 영국이 홍콩의 시위를 지지해주길 바랐기 때문이다. 곧이어 7월부터 성조기도 시위 현장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 6월 9일 홍콩에서 시위가 처음 시작됐을 때, 한 할머니가 빅토리아 공원에서 유니언잭을 흔들고 있다. - SCMP 갈무리

이후 성조기와 유니언잭은 시위 현장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부 홍콩인들은 이를 마땅치 않게 여기고 있다고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 보도했다.

중국에 개입 명분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운동가인 네이던 로(26)는 “홍콩 시위에서 성조기가 등장하는 것은 중국에 개입의 명분을 줄뿐 아니라 미국이 홍콩 시위의 배후라는 중국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야당 국회의원인 램척팅도 “일부 시위대가 성조기를 들고 시위에 나오는 것은 단지 베이징을 모욕하기 위함”이라며 “대부분 홍콩인들은 일부 시위대가 성조기를 들고 나오는 것은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고 WSJ은 전했다.

어쨌든 국제 도시 홍콩에서는 지금 난데 없는 국기들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sino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