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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실무협상 걷어차나…'대화의 틀' 변경 요구한 듯

리용호 "제재로 맞서지 말라"…'체제 보장'으로 안건 변화 가능성
협상팀 교체 요구와 비난전에 대화 재개 장기화 우려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2019-08-23 11:25 송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트위터) 2018.9.27/뉴스1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트위터) 2018.9.27/뉴스1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에 당장 나설 뜻이 없음을 시사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곧 재개될 것 같았던 북미 실무협상 재개가 '무산' 위기에 놓였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북한은 23일 북미 실무협상의 총책임자인 리용호 외무상의 담화를 발표해 미국을 맹비난했다.
리 외무상은 담화에서 자신의 카운터파트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최근 발언을 들어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조미(북미) 대화가 한창 물망에 오르고 있는 때에 그것도 미국 협상팀을 지휘한다고 하는 그의 입에서 이러한 망발이 거듭 튀어나오고 있는 것은 무심히 스쳐 보낼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미국의 현재 입장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이 담긴 발언으로 보인다.

북미 두 외교 수장은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열린 북미 정상의 회동에 배석한 인물이다. 두 외교 수장이 양 측 정상의 의지를 위임받아 앞으로 열릴 실무협상을 지휘할 것임을 보여준 장면이기도 했다.
그러나 리 외무상은 이날 담화에서 "폼페이오는 조미 협상의 앞길에 어두운 그늘만 던진다"라거나 "일이 될만하다가도 폼페이오만 끼어들면 일이 꼬이고 결과물이 날아간다"라며 사실상 폼페이오 장관의 교체를 요구했다. 판문점 회동에서 합의된 실무협상의 틀에는 더 이상 응할 의사가 없음을 밝힌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북한이 실무협상의 안건을 포함한 틀 자체의 전반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차원에서 실무협상의 책임자를 내세운 무게 있는 담화를 내놓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리 외무상의 "그가 우리에 대한 악설을 쏟아낸 이상 나 역시 그와 같은 수준에서 맞대응하겠다"라는 발언 등을 보면 표면적으로는 폼페이오 장관에 대한 비난을 위한 담화로 보이지만 리 외무상은 담화 말미에 북한 당국의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특히 리 외무상의 "케케묵은 제재 타령", "미국이 대결적 자세를 버리지 않고 제재 따위를 가지고 우리와 맞서려한다면 오산"이나 "미국으로 하여금 비핵화를 위해 그들 자신이 할 일이 무엇인가를 반드시 깨닫도록 해줄 것"이라는 언급은 그간 북한이 제기해 온 비핵화 협상의 안건을 제재 완화에서 변경할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지난 4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회의에서의 시정 연설에서 "그 무슨 제재 해제 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라며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후 북한은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비핵화 협상을 지원하겠다는 공개적인 입장을 얻어 내며 체제 보장을 위한 '우군'을 확보한 뒤 신형 미사일 시험 발사 등 군사 행보를 이어갔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이 지난해부터 지난 2월까지 주장해 온 '경제-안보' 교환에서 '안보-안보'의 교환으로 비핵화 협상의 의제를 변경한 것이라는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의 분석은 눈여겨 볼만하다.

리 외무상의 이날 담화는 큰 틀에서는 대화 자체를 이어가겠다는 취지로도 해석은 가능하다. 그러나 사실상 미국이 쉽게 응하기 어려운 주장들을 펼치며 실질적인 대화 재개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동반되고 시간도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eojiba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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