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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 세계 6대항 부산항의 경쟁력

(서울=뉴스1)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2019-08-22 07:01 송고 | 2019-08-22 11:44 최종수정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News1
최근에 부산의 비엔씨티(BNCT: Busan New Container Terminal)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BNCT는 코스피상장사인 맥쿼리인프라가 투자한 민자항만사업이다. 2006년에 문을 연 부산신항의 5개 터미널 중 하나로 최첨단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세계선사협의회(WSC)에 따르면 부산항은 세계 6대 항만이다. 1위는 작년에 20피트짜리 컨테이너(TEU) 4200만 개를 처리한 상하이항이다. 부산항은 2300만 TEU다. 10위 안에 중국 항만이 6개 있는데 일본은 20위 안에 들지 못한다. 이번 방문에서 동북아 항만 물류에서 차지하는 부산의 비중을 더 높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고, 또 꼭 해야 할 일이라는 점을 몇 가지 각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첫째, 부산항의 경쟁자인 중국의 항만들은 태풍과 짙은 안개가 잦아 안정성이 떨어진다. 대형 선사들은 위험부담을 떠안기보다는 지척의 부산항에서 환적시키는 방식을 선호할 수 있다. 선사의 수익성은 요즘같이 어려운 때는 연료비와 운송속도가 좌우하는데 막상 항만이 일시 폐쇄되거나 작업환경이 열악해져서 시간을 허비하게 되면 큰 타격을 입는다. 부산항은 상대적으로 더 안정적인 환경하에 있다.

둘째, 중국으로 들어가는 교역 물량이 아무리 많다 해도 컨테이너를 2만 개 이상씩 싣는 대형 선박들은 예컨대 톈진과 같은 ‘구석’까지 올라갈 수가 없다. 상하이나 부산에 부려놓고 바쁜 길을 간다. 최근의 경향처럼 선박의 대형화가 진행될수록 부산에는 기회가 많아진다. 또,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은 전체 물동량을 감소시키지만 부산항의 환적화물을 오히려 증가시키기 때문에 우리 항만 물류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셋째, 항만의 크레인과 장비들이 대부분 중국산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가격 경쟁력 때문이라고 한다. 과거에 국산 장비를 썼던 것도 중국산으로 대체되어 가는 과정에 있다. 그렇긴 해도 BNCT의 경우 항만 주위의 협력업체들과 함께 기술을 개발해서 부품의 고장으로 인한 전체 교체는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부품 국산화에 성공했다는 말을 들었다. 비용절감으로 이어짐은 물론이다. 요즘 화두인 반도체 부품소재 국산화의 맥락에서도 좋은 참고가 될 법하다.
넷째, BNCT의 경우 미국인 CEO가 경영한다. 항만물류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해운항만 분야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충분히 활용해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노조 입김이 강한 이 분야에서 외국인 경영자는 교과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고 노조 측도 경영자가 외국인이라는 점 때문에 오히려 대화가 잘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CEO는 사실 10년 이상 한국에서 일하면서 거의 한국인이 다 된 사람이다. 필요할 때 적절히 외국인 정체성을 양방향으로 활용하면서 노련하게 회사를 운영하는 것으로 보였다. 물론 이는 외국인 경영진과 손발을 잘 맞추는 내국인 임직원들이 있기에 가능하다. 외국인 CEO와 국내 출신 임원들이 거의 환상적인 호흡으로 같이 일하는 것을 보았다.

다섯째, 부산항만의 하역요금은 TEU당 80달러다. 그런데 중국이 110달러이고 베트남이 우리와 같은 80달러다. 시설이나 서비스 수준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저가다. 미국이 450달러, 일본과 홍콩이 각각 280, 275달러다. 이렇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부산신항이 출범한 2006년 무렵 부산구항을 신항으로 대체하는 프로세스가 비효율적이어서 항만에 혼란과 적체가 발생했고 그로부터 생긴 과부하와 서비스 수준의 하락이 요금 하락으로 연결되었다. 정부가 효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책임있게 프로젝트를 진행해 주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문제는 신항으로의 이전이 완료되면 바로잡힐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정부가 지나치게 항만 용량 확충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해롭다. 다행히 해양수산부와 업계간의 소통이 원활하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항만 안전 문제다. 시설의 특성상 인적, 물적 손실이 발생하기 쉬운 곳이 항만이다. 자동화의 결과로 예전에 비해 위험이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항상 문제는 있다. 며칠 전 미국 대기업 CEO들의 모임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은 이제는 이익보다 사회적 책임이 우선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안전과 작업환경 개선에 지속적으로 우선순위를 높여야 할 것이다. 정부도 이 점을 감안해서 터미널들과 협동으로 항만 운영의 사회적 책임 수준을 업그레이드 중이라고 한다.

우리가 쓰는 거의 모든 물건이 한군데 모여있는 곳이 항만이다. 자동차, 반도체, 가전용품 등등 모든 것이 컨테이너 항만에 모여 배에 실리고 배에서 내려진다. 인간 생산 활동의 전모가 상징적으로 느껴지는 장소다. 항만은 24시간 가동하기 때문에 방출되는 에너지도 엄청나다. 무엇보다도, 거기에는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이 있기 때문에도 부산의 항만 물류 미래는 밝다. 산업한국이 건재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왔다. 

※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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