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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학교 일제 잔재 청산'…충남 31개교 친일파 교가 제창

12개 학교 의견 수렴중, 19개 학교는 손도 안 대
'백지동맹', '동맹휴학' 징계 기준 학교도 있어

(충남=뉴스1) 이봉규 기자 | 2019-08-15 11:02 송고 | 2019-08-15 15:41 최종수정
충남도내  29개교 중앙현관과 복도 등에 일본인 학교장 사진이 걸려 있었다. 현재는 철거된 상태. /© 뉴스1

김지철 충남교육감이 3·1 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도내 학교 일제 잔재 청산에 나섰지만 지지부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월 20일 김 교육감은 충남교육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일제 잔재 청산을 통한 새로운 학교문화 운동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Δ공개적인 장소에 일본인 학교장의 사진을 게시 하고 있는 학교 29개교 Δ친일 경력자들이 작사 또는 작곡한 교가가 있는 학교 31개교 Δ학생 생활 규정에 일제 강점기 징계 규정을 그대로 두고 있는 학교가 80여 개교에 이른다.

충남교육청이 학교에 남아있는 일제 식민지 시대 잔재 청산을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1월까지 도내 713개 학교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조사를 통해 발견된 내용에 대해 즉각 철거하거나 학교 구성원들의 논의를 거쳐 폐기 또는 수정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일제 강점기 일본인 교장 사진은 초등 23개교, 중학교 1개교, 고등학교 5개교 등 모두 29개교로 중앙 현관이나, 계단 벽면, 복도 등에 전시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 중에는 일본도를 들고 있거나 군복을 입고 있는 등 일본 제국주의 색체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기도 했으며, 해방 후인 1945년 10월 재직한 학교장의 사진도 있었다.

하지만 도 교육청이 4~6월까지 72개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학교 일제 잔채 청산 이행 점검’ 결과 잔재 청산은 미봉책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도를 들고 있는 일본인 교장(왼쪽 사진 중앙)과 군복을 입고 있는 일본인(오른쪽 사진 중앙)교사 사진. /© 뉴스1

실제로 친일 경력 작가가 작사·작곡한 교가 개정 대상 31개교 중 개정이 마무리된 학교는 단 한 곳도 없다. 8월 현재 12개 학교는 의견 수렴 중에 있으며 19개 학교는 손도 안댄 상태다.

특히 교가 개정 대상 학교에는 ‘만주대행진곡’, ‘메이지송가’ 연주 등을 한 김동진(3곡), 경성후생 실내악단에 참여한 김성태(11곡), 국민총력 조선연맹 문화부 위원으로 활동한 이흥렬(6곡), 친일 전향 성명을 낸 현제명(3곡) 등 친일 경력자들이 작곡한 교가를 아직도 제창하고 있다.

또 ‘지원병을 보내며’, ‘고향의 봄’을 작사한 이원수, 총독부 학무국장을 지낸 이진호 등 또 다른 친일 경력자 7명이 8개교에 작사해 준 교가도 버젓이 불리고 있어 충남교육청의 청산 의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 광주학생운동 당시 일제에 대한 저항으로 여겨 처벌 대상이었던 항목인 ‘백지동맹’이나 ‘동맹휴학’ 등의 용어가 현재 징계 기준에 남아있는 학교가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더불어 민주시민 의식 관련 용어인 ‘이적행위’, ‘정치선동’ 등 비교육적 용어를 학생 생활 규정에 쓰고 있는 학교도 중학교 132개, 고등학교 122개교 등 총 254개교에 이르고 있다.

이곳 중 51개교는 해당 문구를 삭제했지만 나머지 203개교는 개정 절차를 밟고 있거나 전혀 이행하고 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학부모 A씨(45)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는다면 학교 생활 곳곳에 산재해 있는 일제 잔재의 청산은 쉽지 않다”며 “이중 생활규정 징계 항목 등은 상대적으로 이행하기 쉽지만 교육청이 너무 안일한 행정을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간다”고 우려했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일재 잔재 청산을 이행하기 위해 학부모나 동문에게 추진 의사를 물어보면 이제 와서 굳이 왜 바꿔야 되냐는 등 어려움에 처해 있다”면서 “교육감의 강력한 의지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하반기 컨설팅을 통해 일제 잔재 청산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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