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日 대표 전대물 '파워레인저' 24일 방영…"차라리 도라에몽을 개봉하지"

44년 전통 日 '파워레인저 다이노소울' 애니 채널 3곳서 동시 방영
애니·완구 日 점령…'불매운동'에도 日 애니·완구 승승장구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2019-08-12 07:07 송고 | 2019-08-12 09:28 최종수정
'파워레인저 다이노소울' 포스터(대원미디어 제공)© 뉴스1
'파워레인저 다이노소울' 포스터(대원미디어 제공)© 뉴스1

전 세계에 두꺼운 팬덤을 거느린 일본 대표 전대물 '파워레인저'의 새 시리즈가 오는 24일 국내 안방극장에 전격 상륙한다. 하지만 일본의 무역보복으로 불매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파워레인저는 일본 도에이(TOEI)사가 만든 '슈퍼 전대 시리즈'로 올해까지 44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일본 원조 특촬물(특수촬영물)이다. 1994년 KBS가 '무적 파워레인저'라는 이름으로 방영한 이후 국내 역사도 25년이나 됐다.

파워레인저의 흥행은 사실상 예고됐다. 지난 6월 파워레인저의 새 시리즈가 소개된 이후 파워레인저 완구의 7월 온라인쇼핑몰 검색 횟수는 전달 대비 67% 뛰었다. 다른 유명 일본 애니메이션 '슈팅 바쿠간' 관련 완구 검색 횟수도 같은 기간 무려 158% 급증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계기로 촉발한 반일(反日)정서와 극일(克日)운동이 한반도를 휩쓸고 있지만 TV애니메이션과 완구시장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일본 제국'이 건재하게 세력을 넓히고 있는 셈이다.

◇대중문화계 '왜색 지우기' 한창인데…'파워레인저' 안방극장 상륙
12일 업계에 따르면 '파워레인저 다이노소울'(파워레인저)은 이번달 24일 애니메이션 전문채널 애니원·애니박스·챔프에서 일제히 첫 방송을 시작한다.

국내에서 25년 동안 꾸준히 방영된 파워레인저가 새 시리즈를 선보이는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대중문화계에 '왜색 지우기'가 한창인 점을 비춰보면 파워레인저의 행보는 사뭇 대담해 보인다.

반일 정서가 확산하면서 방송·영화·예술업계도 자발적으로 일본 콘텐츠의 점유율을 낮추고 있다. 한일 가수들의 합작 프로젝트가 전면 중단되거나 일부 일본 영화는 국내 개봉이 취소됐다.

극장가도 '노(NO) 재팬' 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극장판 도라에몽 : 진구의 달 탐사기'(도라에몽)는 14일 예정됐던 국내 개봉을 무기한 연기했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명탐정 코난 : 감청의 권'은 이전 시리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실적을 올리며 고전 중이다.

공교롭게도 파워레인저와 도라에몽의 국내 수입사는 모두 '대원미디어'다. 대원미디어는 도라에몽의 언론 시사회 일정까지 잡았다가 개봉을 중단한 것과 달리, 파워레인저에 대해선 "현재까지 첫 방영 일정에 변동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도라에몽과 파워레인저의 엇갈린 운명에 대해 일각에서는 '차라리 도라에몽을 개봉하고 파워레인저는 상영을 연기해야 한다'는 푸념도 나온다. 도라에몽은 일본 우익과 전범세력을 비판하는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데, 수입사가 국내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 애니메이션 콘텐츠 IP(지식재산권)에는 원작사와 수입사 외에도 배급사, 완구 유통사, 이벤트 업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힌 경우가 많다"며 "수입사가 독자적으로 상영 여부를 결정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도라에몽 : 진구의 달 탐사기'(왼쪽), '명탐정 코난 : 감청의 권'© 뉴스1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도라에몽 : 진구의 달 탐사기'(왼쪽), '명탐정 코난 : 감청의 권'© 뉴스1

◇방영 전부터 日 완구 수요 '껑충'…불매운동 확산에 '노 마케팅, 최대한 조용히'

파워레인저가 국내 방영을 시작하면 국내 완구 시장에서 일본 열풍이 더 거세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온라인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파워레인저 관련 완구의 7월 검색 횟수는 총 1221건으로 6월(731건)보다 67% 증가했다. 업계에선 온라인쇼핑몰 검색을 소비의 선행지표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 6월 파워레인저 다이노소울의 국내 방영이 알려진 이후 관련 완구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는 해석이다.

8월 초 국내 방영을 시작한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바쿠간 배틀플래닛'(바쿠간)도 7월부터 관련 완구 수요가 몰리며 흥행을 예고했었다. 11번가에 집계된 7월 바쿠간 완구의 검색 횟수는 631회로 전달(245건)보다 무려 157.6%나 껑충 뛰었다.

지난 6월 새 시리즈 방영을 시작한 '베이블레이드 버스트 GT' 완구의 검색 횟수도 7월 6597회로 전달 대비 0.2% 증가했다. 7월 내내 전국을 가열한 불매운동에도 일본 애니메이션 관련 완구 수요는 일제히 상승세를 그린 셈이다.

TV애니메이션과 완구가 '반일 안전지대'로 떠오르면서 업계는 '노(NO) 마케팅'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일본 콘텐츠의 '흥행 보증'이 유효하다면 여론의 눈에서 벗어나는 것이 오히려 이익이라는 계산이다.

지난 2일 투니버스와 어린이TV에서 첫 방영을 시작한 바쿠간이 대표적이다. 신작 애니메이션의 개봉이 가까울수록 대대적인 홍보가 뒤따르기 마련이지만 지난 7월6일을 기점으로 바쿠간 배틀플래닛과 관련된 기사는 단 한 건도 게재되지 않았다. 일본이 1차 수출규제 조치를 발동한 지 이틀 만에 일본 애니메이션 관련 홍보가 일제히 자취를 감춘 것이다.

노 마케팅 전략은 적중했다. 바쿠간은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기로 결정한 날 국내 안방극장에 무혈 입성했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TV애니메이션·완구 꽉 잡은 日…"불매보다 국산 콘텐츠 육성이 먼저"

일본 애니메이션을 대체할 수 있는 국산 애니메이션 콘텐츠가 부족한 현실도 TV애니메이션과 완구 산업에서 일본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 중 하나다.

애니메이션 전문채널 투니버스에서 현재 방영 중인 프로그램 17개 중 일본에서 건너온 콘텐츠는 7개로 41.1%에 달한다. 레고가 판권을 가지고 있거나 CJ ENM이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 6개를 제외하면 순수 국산 콘텐츠은 엑스가리온·빠샤메카드 등 4개(23.5%)뿐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2016년 발간한 '애니메이션 산업백서'에 따르면 2015년 국내에 수입된 애니메이션 콘텐츠 99.3%(697만달러)가 일본산이었으며, 73.3%가 TV애니메이션을 통해 소비됐다.

2016년 가장 선호도가 높은 TV애니메이션은 '짱구가 못 말려'가 26.4%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원피스(19.9%), 명탐정 코난(18.6%), 도라에몽(10.2%) 등 상위 일본 애니메이션 4개 64.9%를 점유했다.

업계와 소비자들은 국산 애니메이션 장려 운동보다 일본 등 해외보다 '비교열위'에 있는 콘텐츠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먼저라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애니메이션을 선정하고 편성하는 TV채널이나 콘텐츠를 제공하는 수입사·배급사 입장에서는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국산 애니메이션을 선택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며 "국산 콘텐츠가 다양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해외 애니메이션 비중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국내 애니메이션의 수출액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고, 과거보다 작품성이나 상업성이 높은 콘텐츠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면서도 "아직은 일본보다 경쟁령이 낮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7살 자녀를 키우는 직장인 김모씨(43)도 "먹고 입는 소비재는 일본제를 되도록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아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이나 장난감까지 불매할 생각은 없다"며 "품질 좋은 국산 애니메이션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점유율이나 관련 상품 수요도 오르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2016 애니메이션 산업백서(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뉴스1
2016 애니메이션 산업백서(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뉴스1



dongchoi89@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