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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자체가 '작품'…북한산을 정원으로 품은 아름다운 미술관

[色다른 미술관 산책④] 사비나미술관… 작품들이 건물에 자연스레 녹아
'10대 체험·20대 인증샷·50대 북한산 등산 병행'…즐기는 미술관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2019-08-12 08:00 송고 | 2019-08-19 16:24 최종수정
편집자주 '일부의 전유물. 이해하기 어렵고, 품위를 따진다.' 미술관에 대해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같이 답한다. 정말 미술관은 어렵고 멀리 있는 존재일까? '색(色)다른 미술관 산책'은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기획됐다. 앞으로 우리는 미술관에 가서 작품을 이해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저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찍기 위해 가도 좋다. 이처럼 작가와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대신, 미술관마다 다른 색깔을 찾아 친근하게 소개한다. 미술관이 '모두'의 것이 되는 그날까지.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위치한 사비나미술관. © News1 황기선 기자

여름 휴가철인 8월 어느 날, 서울 은평구 진관동 '사비나미술관' 5층 야외전시장인 사비나플러스에 올랐다. 온몸에 땀이 흐를 만큼 찝찝하게 더운 날씨였다. 그러나 이런 부정적인 생각은 바로 잊혔다. 밖에 설치된 초승달 조각을 보고나서다. 조각 뒤에는 북한산이 보였는데 마치 자연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담긴 사진을 전시해놓은 것 같았다.

이 작품은 전 세계를 돌며 직접 제작한 '초승달'을 설치하는 러시아 설치예술가인 레오니드 티쉬코브의 것이었다. 어두운 저녁에 뜨는 '진짜 달'과 함께 보면 더 좋을 것 같았다. 사비나미술관을 방문한 사람들에게도 포토존이자 시그니처 작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참을 초승달과 북한산을 바라보다가 루프탑(옥상)으로 향했다. 옥상에는 철문이 모서리를 따라 나란히 설치돼 있었다. 조금 덥긴 했지만 박기진 작가의 '통로' 작품인 철문을 따라 잠시 산책을 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이 편안해진 기분이었다.

사비나 미술관 내부. © News1 황기선 기자

하지만 폭염은 견디기 어려웠다. 그렇게 미술관 안으로 들어왔더니 올라올 때 보지 못한 작품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계단 옆 창문을 활용한 황선태, 김범수 작가의 작품들, 사무실 창문을 초록색으로 디자인한 진달래&박우혁의 작품도 있었다.

또한 미술관 외벽에는 이길래의 소나무 작품이 붙어 있었고, 주차장 입구에는 베른트 할프헤르의 주차장 반사경 작품, 미술관 입구에는 성동훈의 사슴 작품이 있었다. 미술관 옆면에는 김승영이 벽돌에 좋은 문장들을 찍어낸 작품도 있었다.

미술관 건물 자체에 설치된 작품들이 신기했다. 건물 자체가 하나의 미술작품인 것 같았다. 알고 보니 이 미술관은 신축 과정부터 미술가가 건축가와 협업하는 AA프로젝트로 세워졌다.

사비나미술관에 따르면 미술관을 짓기 위해 이들은 공간과 빛, 구조와 동선을 스터디하고 탐색해 나갔다. 그렇게 완성된 미술관은 전통적인 전시 공간 형태에서 벗어나 미술이 건축물에 자연스레 녹아났다.

건물이 작품으로 여겨진 건 설치작품 때문만은 아니었다. 삼각형 모양의 '조각 케이크'를 닮은 건물의 외벽은 흰 벽돌로 장식돼 있는데, 미술관과 마주보고 있는 북한산의 색을 닮아서인지 더 정감가고 편안한 느낌이 났다.

또한 미술관 내부는 노출콘크리트로 돼있어 최근 트렌드에 맞는 세련된 감각도 느낄 수 있었다. 천창에서부터 콘크리트 벽면을 감싸며 들어오는 햇빛은 사람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녹였다. 그 결과 사비나미술관은 최근 '제37회 서울시 건축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사비나 미술관에 온 관람객들. © News1 황기선 기자

사실 사비나미술관은 1996년 서울시 종로구에 기획전문 사비나갤러리로 시작됐다. 2002년엔 미술관 등록을 했고 국내 최초로 예술과 타분야 융복합 기획전을 개최하면서 융복합 전문 미술관으로 성장했다. 미술과 수학, 미술과 과학, 3D프린팅과 예술 전시 등 융합과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대표 미술관이 됐다. 

2018년 11월 은평구로 옮겨 재개관하는 과정에서도 건물을 지을 때 미술과 건축의 융합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도 이런 의식 영향이 컸다. 현재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에서도 증강현실(AR)을 활용한 작품과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미술관은 옆에 흐르는 하천에 구파발역까지 갈 수 있는 산책로가 있고, 조금만 차를 타고 이동하면 북한산 등반도 가능한 위치에 있어 입지조건이 좋아보였다. 물론 서울 남쪽이나 타지 기준으로 멀 수 있지만 등산과 함께 미술관 관람까지 즐긴다면 그리 나쁜 조건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또한 세련된 건물답게 젊은 사람들이 와서 사진 찍기에도 좋고, 은평구에 유일한 미술관이자 학생들에게 창의력을 줄 수 있는 전시가 많이 마련돼 가족단위로 오기 좋아보였다. 또한 보다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들 위주로 전시한다는 점에서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미술관처럼 느껴졌다.

사비나미술관 외벽에 좋은 문장들을 새긴 김승영 작가의 작품.© 뉴스1 이기림 기자

◇ 담당자가 말하는 '사비나미술관'

"미술과 미술관의 역할은 뭘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열리는 많은 전시가 일반인들이 보기에 난해한 것들이 다수였으니까요. 저희는 최대한 친절하게, 사람들이 쉽게 알고 갈 수 있게 전시를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미술관에서 배운 것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거든요. 또한 웬만한 것 가지고는 감동을 받지 않는 현대인들을 위해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마련하고 있고, 꾸준히 과학과 융복합된 전시들을 준비할 계획입니다. 해외에는 전통미술을 재해석한 국내의 현대미술을 알리는 전시도 자주 열 예정이고요. 특히 1개월에 한번 야간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니 많이 보러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lgir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