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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현명한 국민들은 '노 재팬' 대신 '노 아베'를 외친다

'日 알고 넘어서자' 의식 확산
화이트리스트에 맞서 아베·극우 겨냥 '블랙리스트' 대응 필요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2019-08-08 07:30 송고 | 2019-08-08 10:40 최종수정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7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 요구 및 아베 규탄행동 전면 확대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8.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노(보이콧) 재팬-No(Boycott) Japan :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대한문 인근 가로등에는 이런 문구가 적힌 배너기와 태극기가 나란히 걸려 바람에 나부꼈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4일 반도체·디스플레이 3대 핵심소재 수출규제에 나선데 이어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관리 우방국 목록)에서도 한국을 제외하는 데에 대응하기 위한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의 의지였다.

그러나 배너기는 가로등에 걸린 지 반나절 만에 밑으로 내려왔다. 많은 시민은 배너기에 대해 '관 주도의 대응은 과하며, 향후 국제여론 등에서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일본 정부 차원에서 대놓고 하는 경제보복이라고 할지라도, 정부 대신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불매운동에 나서는 게 현재로서는 맞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중구의 배너기 설치계획 발표 이후 홈페이지에는 민원이 빗발쳤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설치 중단 청원글이 올라와 많은 지지를 얻기도 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민들의 반일감정이 활활 타오르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우리 국민들은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에 유니클로를 중심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나섰고, 일본여행을 자발적으로 취소했다.

지난 4일에는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출품된 '아이치(愛知) 트리엔날레'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 그 후'가 중단되면서 반일감정은 더욱 고조됐다. 남녀노소, 지역에 관계없이 우리는 일본을 공공연한 적으로 꼽았다.

그러나 '배너기 사건'을 통해 우리 국민들의 판단이 겉모습과 달리 매우 이성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민들은 이미 일본이 한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나라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국민들은 일본이란 나라와 일본인이 문제가 아니라, 아베 신조 총리 및 관료들, 그리고 자민당 등 극우 세력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소셜미디어(SNS)에서는 '노 재팬(NO JAPAN)' 대신 '노 아베(NO ABE)'라는 문구가 올라오고 있고,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노 재패니즈, 즉 일본이나 일본인을 반대해서는 안 된다"라며 "우리가 반대할 것은 노 아베"라고 말했다.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과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주창하던 '일본을 알아야(知日) 일본을 넘어선다(克日)'는 생각도 국민들에게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 출판계에 따르면 일본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책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최대 우익단체인 '일본회의' 실체를 밝히는 책 '일본회의의 정체'(율리시즈)가 품절됐다가 재출간되기도 했다. 국민들은 한일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게 누구인지, 왜 일본이 이런 행태를 보이고 있는지 알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보자. 정말 일본이라는 나라와 일본인 자체가 문제라면, 우리는 그들을 비판하고 대응을 세우는 게 맞다. 하지만 이 모든 걸 주도한 게 아베 총리와 그의 추종자들이라면? 우리는 '화이트리스트' 대신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대응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lgir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