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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 수입길 열리자 "어린이도 있어요"…아동형상 규제못해

아동형상 리얼돌 규제할 법적 근거 없어
"리얼돌 수입 허용 때 시행령이나 국내법에 반영해야"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2019-08-06 07:21 송고 | 2019-08-06 09:53 최종수정
인천세관본부 조사관이 5일 인천 중구 항동 인천세관본부 강당에서 성인용 전신인형(리얼돌)을 의류제작 마네킹으로 둔갑, 밀수입한 일당 검거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7.4.5./뉴스1 DB © News1 김명섭 기자
인천세관본부 조사관이 5일 인천 중구 항동 인천세관본부 강당에서 성인용 전신인형(리얼돌)을 의류제작 마네킹으로 둔갑, 밀수입한 일당 검거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7.4.5./뉴스1 DB © News1 김명섭 기자

지난 6월 대법원이 한 성인용품업체가 제기한 '리얼돌' 수입통관 보류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성인용품 업체의 손을 들어주면서 리얼돌 수입 길이 열렸다. 이후 리얼돌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동시에 새로운 문제도 등장했다. 아동형상의 리얼돌이나 주문자가 원하는 형태의 얼굴을 만들어 준다는 업체까지 나타났기 때문이다.

리얼돌을 둘러싼 법적 분쟁은 한 성인용품업체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특정모델의 수입통관보류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대법원까지 이어졌던 재판의 쟁점은 '음란성'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서였다. 관세법 제234조 1호에서는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대해 수입과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1심과 2심은 '풍속을 해치는'이라는 의미를 놓고 "성풍속을 해치는 음란성을 의미한다"고 같은 의견을 냈지만 '음란성' 자체에 대해서는 다르게 해석했다.

1심에서는 "이 사건 물품은 전체적으로 관찰하여 볼 때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노골적으로 사람의 특정한 성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인천세관이 수입을 금지한 것이 맞다고 봤다.

그러나 2심에서는 '음란성'의 개념을 다르게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음란'이라는 개념은 사회와 시대적 변화에 따라 변동하는 유동적인 것"이라며 "국가 형벌권이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개입하기에 적절한 분야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그 표현의 구체성과 적나라함만으로 성적 도의관념에 반할 정도에 이른다고 쉽게 단정할 것은 아니다"라며 "공중에게 성적 혐오감을 줄 만한 성기구가 아니라면 성기구를 음란한 물건으로 취급하여 수입 자체를 금지하는 일은 매우 신중하여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인천세관이 제기한 상고에 대해 대법원은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은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에 해당하여 이유 없음이 명백하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리얼돌'의 수입을 금지하면 안 된다는 첫 번째 대법원의 판례가 남게 된 것이다.

◇아동형상 리얼돌 규제할 법적 근거 없어…"관세청 시행령 등에 반영돼야"

이번 대법원 판결은 소송을 제기한 성인용품업체의 특정모델에 대해서만 유효한 것으로, 모든 리얼돌에 대한 수입이 가능해진 것은 아니다. 다만 대법원이 성인용품업체의 손을 들어준 것은 앞으로 리얼돌의 수입 자체가 허가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별도 규정을 만들어 놓지 않고 허용한다면 아동형상의 리얼돌이나 유명 연예인의 얼굴을 본뜬 리얼돌이 무차별 수입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실제 최근 한 해외 리얼돌업체에서는 유명 연예인의 얼굴을 본뜬 리얼돌을 광고해 논란이 됐다. 또 중국 등 일부 업체에서는 아동의 형상을 한 리얼돌을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얼돌을 허가하고 있는 영국이나 캐나다, 미국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아동형상의 리얼돌을 금지하고 있지만, 모든 나라가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지는 않다. 처음부터 아동형상이나 아는 사람의 얼굴을 본뜬 리얼돌은 수입할 수 없도록 규정해 놓지 않으면 무분별하게 들어올 수 있다.

노영희 변호사는 "수입을 하더라도 제한을 하거나 시행령을 만들어야 한다"며 "초상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고 청소년 유해물질로 이용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 상태에서 수입되거나 판매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리얼돌 수입규정과 관련해 "관계부처와 협의 중에 있다"며 "정확하게 언제쯤 규정이 완성될지는 모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재 협의 중인 내용에 리얼돌의 형태나 구체적인 모습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는 "협의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수입제품의 경우 관세청이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 규제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관련 규제가 전혀 없는 상태다. 이미 국내에서는 직접 리얼돌을 만들어 판매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노 변호사는 "이번 법원의 판결은 해당 소송에 등장하는 리얼돌에 대해서는 성기구로 인정하는 분위기"라면서도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것처럼 아동형상이나 좋아하는 사람의 모형을 형상화한 리얼돌까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리얼돌 형상에 대한 법적인 규제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성인인증만 하면 구매 가능…"비밀포장" 광고도

"한국은 청소년이 성기구에 노출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별도의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따라서 성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사용을 목적으로 한 성기구의 수입 자체를 금지할 법적 근거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 리얼돌 소송과정에서 2심 재판부가 내린 판단이다. 리얼돌을 청소년에게 판매한 업체는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기 때문에 성인을 위한 수입은 금지되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미 수입 리얼돌을 판매하는 곳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포털 검색창이나 SNS에 리얼돌을 검색하면 판매업체와 중고거래 사이트에 곧바로 접속이 가능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한 업체에 접속해보니 간단한 성인인증만 거치고 나면 카드 결제로 구입이 가능했다. 해당 업체는 모두 직수입한 제품만 취급한다고 했다. 판매목록에 등록된 리얼돌은 10여 종이 넘었다.

또 이 업체를 포함한 대부분의 리얼돌 판매업체들은 배송 때 물체 이름을 바꿔준다고 광고하고 있다. 이를테면 성인용품 대신 식품명을 기입하는 방식이다.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한다는 명목이지만 청소년이 몰래 구입하기 위한 방편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본격적으로 리얼돌 수입이 공식 허용돼 판매업체가 늘어나면 청소년들이 접할 수 있는 경로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SNS를 통해 리얼돌 홍보를 하고 있는 한 업체는 "관세청에서 통관을 정식으로 해주는 승인이 나지 않아 유통은 현재 불가하다"면서도 "중국 대형제조사와 계약을 진행하였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답했다. 대법원 판결 이후 이 업체처럼 관세청의 승인만을 기다리고 있는 업체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 성인용품업체에서 온라인 상으로 '리얼돌'을 판매하고 있는 모습.(홈페이지 캡처)  © 뉴스1
한 성인용품업체에서 온라인 상으로 '리얼돌'을 판매하고 있는 모습.(홈페이지 캡처)  © 뉴스1



sewry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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