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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 환경미화원 "비정규직 통계에도 없는 우린 유령입니다"

[공공비정규직 동행②] 주6일 고된 새벽 일하며 임금은 60%뿐
"지자체별 정규직 전환 심층논의 대상이지만 1곳도 논의 없어"

(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 | 2019-08-04 07:00 송고
편집자주 지난 7월3일 학교에서 근무하던 조리사들이 손을 놓았고 집배원들도 사상 처음 파업했다. 흔히 병원, 시청, 동사무소 등에서 서비스를 담당하는 사람들. 크게 보면 공공부문 비정규직 범주 안에 들어간다.
이들의 실제 생활이 궁금했다. <뉴스1>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일하는 현장으로 가서 하루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직접 부대끼며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서울시 A구의 위탁업체가 만든 쓰레기 중간 처리장© 뉴스1
서울시 A구의 위탁업체가 만든 쓰레기 중간 처리장© 뉴스1

지난 16일 오전 0시, 컴컴한 야산. 인기척 하나 없고 개구리 울음소리만 들리는 산 중턱에 두 남성이 바삐 움직인다. 굴뚝에서는 벌건 불빛만 깜빡거린다. 웅 하며 트럭이 소각장 입구로 들어가고 이윽고 하얀 연기가 굴뚝에서 서서히 뿜어져나온다. 20m 넘는 구멍에 쓰레기들을 붓는다. 역한 냄새가 옷에 들러붙어 떨어지질 않는다.

◇사람이 없는 시간…그들은 소각장에 6번 숨죽여 갔다
환경미화원은 크게 2부류로 나뉜다. 직영과 위탁. 직영 미화원은 주간에 빗자루로 낙엽을 쓴다. 그리고 나머지 일들을 모두 위탁업체의 미화원의 몫이다. 야간, 음식물, 재활용, 골목 사이 숨어있는 모든 쓰레기들.  

창문에 불이 꺼진 시간. 이들은 재활용쓰레기, 음식쓰레기, 일반쓰레기를 시간대별로 트럭에 달리 담아 소각장으로 여섯번 옮긴다. 오후 9시부터 새벽 6시까지 근무. 식사 시간은 별도로 없다. 한 차례도 쉬지 않아야 겨우 일을 제시간에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직영으로 고용된 노동자보다는 덜 받고 더 많이, 더 구석구석 움직인다. 이들은 정규직 임금의 60%를 받는다.

김대용씨(가명·40대)와 이수근씨(가명·40대)는 서울시 E구의 위탁업체 환경미화원이다.
2.5톤 트럭에 2인 1조가 타서 오후 9시부터 오전6시까지 일한다. 트럭 뒤편에 쓰레기를 넣으면 회전판이 돌아가며 압축된다. © 뉴스1
2.5톤 트럭에 2인 1조가 타서 오후 9시부터 오전6시까지 일한다. 트럭 뒤편에 쓰레기를 넣으면 회전판이 돌아가며 압축된다. © 뉴스1

"납품도 하고 회사 사무직도 했었죠. 아무래도 최저임금보다는 여기가 많이 받으니까 몸이 힘들어도… 가족 때문에 하는 거죠. 가족 때문에요"

"악취가 한번 옷에 옮겨 붙으면 떼어낼 수가 없어요. 부끄러워서 중간에 식당도 못가요. 화장실이요? 소각장 숲 속에서 슬쩍 처리할 수밖에요"

오전 12시40분. 한번 들어보라는 말에 쓰레기봉투를 직접 들어봤다. 보기엔 가벼워보였는데 직접 들어보니 벽돌처럼 무거웠다. 100더미가 넘는 100리터짜리 쓰레기봉투가 지하실에 꽉꽉 쌓였다. 이들이 탄 2.5톤 트럭 뒤편에는 쓰레기를 압축하는 회전판이 성난 소리를 내며 돌아갔다. 

"조심해요. 팔이 뽑힌 사람도 있어요. 어어… 튀는 것도 조심해요. 저도 손이 껴서 여기 봐요. 잘렸었어요."

강철로 된 회전판들이 돌돌거리며 쓰레기들을 먹고 있다. 박스나 유리가 들어가기라도 하면 회잔판에서 파편이 튀긴다. '퍽'하고 쓰레기 더미에서 나온 국물이 이씨의 몸에 튀었다. 재활용쓰레기 봉투에 음식 쓰레기를 넣으면 이렇게 회전판에서 음식이 튄다. 

오전 1시. 다시 비가 하늘에서 쏟아지고 있다.

야간에 처리해야할 쓰레기 양은 상당하다. 5분도 쉴 수 없이 움직여야 겨우 하루치를 끝낸다. © 뉴스1
야간에 처리해야할 쓰레기 양은 상당하다. 5분도 쉴 수 없이 움직여야 겨우 하루치를 끝낸다. © 뉴스1

"이제 한탕했네요. 밥을 잘 대줬나 보러 가야죠"

이들은 쓰레기 한더미를 '밥'이라고 말한다. 밥을 대준다는 쓰레기를 제 시간에 모아주는 것을 뜻한다. 취한 사람들이 어깨동무하며 돌아가니는 깊은 새벽. 10초에 한 밥씩 압축차에 옮겨 담는다. 한 밥, 두 밥, 세 밥. 허리를 잠깐이라도 다르게 돌리면 일주일 동안 고생이다.

오전 2시. 아무리 오랜 기간 일해도 적응이 되지 않는 시간이다. 30년 넘게 잠을 잤던 시간대라 쏟아지는 졸음을 막기 어렵다. 처자식들이 활동하는 낮에 김씨와 이씨는 잠을 자고 야간에 일어나길 1년 이상 해와도 이 시간은 여전히 그들에게는 죽음의 시간이다. 밥들이 아직 사방에 널렸다. 음식물 쓰레기는 보통 1시간30분에서 2시간동안 수거한다. 예전에는 말통에 사람들이 모아서 줬는데 이제는 개별수거라 일일이 1.5리터정도 되는 통에서 밥들을 털어가야 한다. 한 개라도 빼먹으면 끝장이다.

"저것 때문에 사람 미치죠. 손이 엄청 많이 가버리니까"

오전 3시. 술에 취한 청년들이 남긴 국물 밥을 집어든다. 장갑에 온갖 쓰레기 음식 국물이 스며든다. 트럭 그라인드에서는 곱창, 고기찌꺼기들이 이겨져서 튀어나온다. 비계더미에서 구더기가 기어다닌다. 역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차에 탄 ㄹ씨의 다리. 쓰레기 국물이 튀겨있다.  보이는 것보다 상당한 악취라 코가 매울 정도다. © 뉴스1
차에 탄 ㄹ씨의 다리. 쓰레기 국물이 튀겨있다.  보이는 것보다 상당한 악취라 코가 매울 정도다. © 뉴스1

오전 4시. 집게차 뒤에 이씨가 왼손을 들어올리고 '피티'라고 외친다. '오라이! 오라이!'.  이씨는 2년 전 회전판에 손이 껴서 오른손 세 마디가 부러진 적이 있다. 그래도 동상에 걸리는 겨울보다는 여름이 낫다고 했다.

"주간으로 바꼈으면 좋겠어요. 돈을 벌어야해서 하긴 하지만… 2년간 제대로 자본 적이 없어요. 가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긴 하는데. 그래도… 나아질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오전 5시46분 비로소 일이 끝났다.

◇지방자치단체의 유령들… 위탁업체 노동자들

환경미화원 새벽근무는 점점 없어지는 추세지만 서울에도 여전히 남아있다. 위탁업체의 야간새벽근무 환경미화원인 이들은 대체로 토요일 하루를 쉬고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까지 주 6일을 일한다. 식비는 4000원. 열악한 환경에서도 이들이 일하는 이유는 최저임금보다는 조금 더 나은 급여를 받기 때문이다.

공공부문의 민간위탁업체에 고용된 노동자들은 2018년 고용노동부 통계에 의하면 19만5736명이다. 하지만 이들 환경미화원들은 고용노동부가 추산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비정규직 범주 안에 들어가지 않아 정확한 통계도 파악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들은 주로 공공서비스를 다루는 업무를 한다. 공공부문에 속한 위탁업체 직원 중에서도 지자체가 62%로 가장 많다. 동사무소나 구청에서 주민들 생활서비스를 위해 제공하는 일을 주로 맡는 셈이다. 문화, 환경 공공서비스 업무, 하천, 도로, 역사 등 공용재산 유지 관리 업무 등 허드렛일을 한다.

민간위탁은 공공기관과 정부로부터 일정 기금을 받아 이뤄지지만 '민간'이기 때문에 관리의 사각지대에 숨어 있다. 이에 계약도 4분의 1 이상은 수의계약으로 이뤄지며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진다. 공공서비스를 제공함에도 책임지고 행정을 처리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민간위탁 노동자에 대한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9월말에는 개별기관에서 위탁노동자에 대한 처우를 개선할 방안을 마련하고 12월에는 비정규직 TF에서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처우가 개선될 지는 미지수다. 공성식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국장은 "정부가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업무를 정규직 전환 심층논의 대상으로 결정해 각 지자체별로 민간위탁 지속 여부를 검토하라고 지침을 내렸으나 실제 진행되고 있는 곳은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그동안 위탁업체 노동자들이 (정부에서) 너무 방치됐다는 것이 문제"라며 "민간위탁은 정부의 비정규직 전환 정책 중 3단계에 포함됐었는데 1,2단계보다는 힘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간위탁은 결국 해당기관에서 자율적으로 하라는 방식이다보니까 비리가 발생할 수 있다"며 "비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에서 공기업화를 시킨다거나 투명성 있게 운영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트럭 옆에 달린 물걸레로 손에 묻은 쓰레기 국물을 닦는다.  1시간 만에 변기에 빠진 것처럼 악취가 나는 목장갑은 한 달에 10개 제공된다. © 뉴스1
트럭 옆에 달린 물걸레로 손에 묻은 쓰레기 국물을 닦는다.  1시간 만에 변기에 빠진 것처럼 악취가 나는 목장갑은 한 달에 10개 제공된다. © 뉴스1



suhhyerim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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