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산업 > 전기전자

[단독]日반도체 기업에 '투자 러브콜' 보낸 경기도 "난감"

'외자 유치' 활동은 문제없지만…홍보 대상이 '일본 기업'
지난 4월 첫 광고…올 8월·11월, 내년 1월까지 3회 더 남아

(서울=뉴스1) 주성호 기자 | 2019-07-28 07:00 송고 | 2019-07-30 09:56 최종수정
아베 신조 일본 총리 © 로이터=뉴스1 

우리나라와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를 둘러싼 갈등이 국제사회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가 올 상반기에 일본에서 현지 반도체 유관기업들을 대상으로 '도(道)내 투자' 유치를 홍보하는 광고를 내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광고가 실제 게재된 시기는 지난 4월로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해 반도체 핵심소재 3종 수출규제 조치를 발효하기 전이지만, 경기도는 오는 8월과 11월에 이어 2020년 1월까지 총 3차례나 추가 광고집행 계획을 잡아놓은 상태라 난처한 입장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외국자본 유치' 활동은 문제의 소지가 없지만 광고의 대상이 일본인 데다가 현재 우리나라와 '무역 마찰'을 빚고 있는 시기여서 경기도 입장에선 계획해놓은 광고를 예정대로 진행하기에도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투자진흥과는 지난 4월 25일 일본반도체제조장치협회(SEAJ)가 발간하는 협회지인 'SEAJ 저널(SEAJ Journal) 165호'에 경기도의 외국인 투자환경을 홍보하는 광고를 게재했다.

<뉴스1>이 입수한 경기도의 '외국인 투자환경 홍보계획' 공문에 따르면 당시 광고 목적에 대해 "일본 반도체 관련 업계의 잠재투자 확보를 위해 일본반도체제조장치협회의 협회지에 경기도 투자환경 홍보 광고를 싣기 위함"이라고 소개했다.

경기도는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 548억달러(약 64조9000억원)를 기록하며 국내 반도체 수출액의 43%를 차지하는 데다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외 반도체 기업의 64% 가량이 자리잡은 곳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수원·화성·용인 등 경기도에 납부한 법인세 총액만 9100억원 이상이다. SK하이닉스는 경기 이천시 법인지방소득세의 92% 수준인 3279억원을 냈다.

최근에는 SK하이닉스가 120조원 이상을 투자해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산업집적단지)'를 조성하기로 결정한 뒤 경기도 내에서 반도체 산업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경기도 입장에서는 세계 1·2위 메모리 기업들의 공장이 있는 도내에 일본 반도체 소재 및 장비 업체들의 투자를 유치해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목적이었던 셈이다.

경기도는 정부기관 및 공공법인의 광고시행 관련 법률에 따라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위탁 의뢰 계약을 맺었다. 계약 내용은 SEAJ가 발간하는 협회지의 지면에 총 4회씩 반도체 중심의 경기도 투자환경을 소개하는 것이다.

경기도가 지난 4월 일본반도체제조장치협회(SEAJ) 협회지를 활용한 '외국인 투자환경' 홍보를 위해 작성한 내부 문서. © 뉴스1

광고 시기는 2019년 4월, 8월, 11월에다가 2020년 1월말까지 총 4번 진행하기로 했는데 이미 지난 4월에 첫번째 광고가 게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관계자는 "SEAJ 저널에 지난 4월 처음으로 반도체 중심 경기도 투자환경을 소개하는 광고를 선보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특히 SEAJ가 협회지를 매년 1·4·8·11월 등 총 4차례 발간하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경기도가 '1년 내내' 광고를 게재하기로 했던 셈이다.

경기도가 책정한 소요 예산은 부가세와 수수료를 포함해 1020만원이다. 계약 조건상 경기도는 광고를 모두 완료한 이후에 대금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부득이한 사정으로 계약을 해지할 경우 기존에 집행된 광고에 대한 비용만 내기로 계약을 맺었다. 이미 게재된 지난 4월 광고분에 대한 대금을 단순 계산하더라도 250만원 가량이 지출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경기도가 SEAJ 협회지에 처음 광고를 게재했을 때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와 일본 양국간 정치·경제 등 외교적 마찰은 크게 주목받지 않던 상태였다. 하지만 4월에 첫 광고가 나가고 시간이 흘러 7월이 되자 상황이 급변했다.

일본 정부가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종(고순도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를 발표하고 지난 4일부터 본격 시행했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 포토레지스트는 일본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90%를 넘는 데다가 반도체 제작에 필수적인 소재라 수입이 중단될 경우 '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까지 번질 우려도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은 고위 인사가 직접 현지에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출장길에 오르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삼성전자에서는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7일에 청와대에서의 경제계 간담회도 마다한 채 일본 현지로 엿새간 출장을 떠났다. SK하이닉스에서도 김동섭 대외협력총괄 사장이 지난 16일 일본 현지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출장을 떠난 데다가 이석희 대표이사 사장도 지난 21일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경기도는 여전히 남아있는 3번의 광고 집행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 관계자는 "SEAJ 협회지 광고는 해당 부서에서 자체적으로 예산을 책정해 진행해온 사업"이라면서 "현재 해당 부서의 팀장이 해외 출장중이어서 추후 논의를 통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같은 소식에 의외라는 반응을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본 현지에서 반도체 핵심 소재를 둘러싼 수출 금지 같은 '무기화' 징후가 흘러나와 홍보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일본 현지 기업들을 상대로 투자 유치 광고전을 벌였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해외 기업들을 상대로 투자 유치를 적극 홍보하는 것을 두고 왈가왈부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지만 광고 대상과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문재인 대통령도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임을 경고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우리 국민들의 일본제품 불매운동까지 더해 양국간 첨예한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기도가 남은 광고를 강행할 경우 '엇박자'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 수 있다. 


sho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