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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도 어린이도 '행복'…전 세대 놀이터 '석파정 서울미술관'

[色다른 미술관 산책 ②] 흥선대원군이 사랑한 별장 '석파정' 품은 미술관
미술관 설립자가 사랑한 이중섭 흔적도 곳곳…"전통현대 아우르는 매력"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2019-07-29 08:00 송고
편집자주 '일부의 전유물. 이해하기 어렵고, 품위를 따진다.' 미술관에 대해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같이 답한다. 정말 미술관은 어렵고 멀리 있는 존재일까? '색(色)다른 미술관 산책'은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기획됐다. 앞으로 우리는 미술관에 가서 작품을 이해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저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찍기 위해 가도 좋다. 이처럼 작가와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대신, 미술관마다 다른 색깔을 찾아 친근하게 소개한다. 미술관이 '모두'의 것이 되는 그날까지.
석파정 서울미술관에서 바라본 부암동.© News1 안은나 기자
석파정 서울미술관에서 바라본 부암동.©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가면 아주 특별한 미술관을 만날 수 있다. 분명 겉에서 보면 흔하디흔한 미술관처럼 보이는데, 전시를 보고 밖으로 나가면 드넓은 자연이 펼쳐져있기 때문이다. 자연과 아름다운 조선 후기 건축물, 그리고 산책로에 이어 밑으로 보이는 부암동 일대의 풍경까지. 아름다움을 연속해서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석파정 서울미술관이다.
서울미술관 부지에는 원래 석파정(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6호)만 있었다. 이곳은 철종 때 영의정을 지낸 안동 김씨 김흥근의 별서(별장)였다. 그러나 석파정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과 주변의 정취에 마음을 빼앗긴 흥선대원군은 이곳을 자신의 별장으로 만들었다.    

"김흥근은 북문 밖 삼계동에 별장이 있었는데, 장안의 으뜸가는 명원(名園)이었다. 대원군이 그 별장을 팔라고 했으나 거절했다. (중략) 대원군은 마침내 임금께 한번 행차하기를 권해 모시고 갔다. 김흥근은 임금이 머물렀던 곳을 감히 다시 쓸 수 없다 해 다시는 삼계동에 가지 않았다. 결국 대원군의 소유가 됐다."(황현의 '매천야록' 중)

서울미술관은 지난 2006년 안병광 유니온약품 회장이 석파정을 사들이면서 개관하게 됐다. 안 회장은 대원군 후손들이 소유하면서 한국전쟁 이후 가톨릭 고아원 등으로 활용해왔던 석파정을 보수정비한 뒤 '석파정을 품은 미술관'을 세웠다. 그렇게 2012년 서울미술관은 개관했다. 올해 신관이 추가로 세워지면서 총 3700㎡(약 1200평), 석파정 포함 약 4만6000㎡(1만4000평)의 넓은 미술관이 됐다.

서울미술관 전시를 보고 있는 관람객들.©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미술관 전시를 보고 있는 관람객들.© News1 안은나 기자

석파정 서울미술관의 본관 1층과 2층에서는 매년 2차례씩 기획전이 열린다. 근대미술 전시도 열리지만 아무래도 현대미술 전시가 다수다. 그러다보니 석파정의 지리적, 역사적 특성에 맞지 않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전시경향은 서울미술관만의 특징으로 자리매김했다. 현대와 근대, 그리고 조선의 문화재까지도 볼 수 있는 장소가 된 것이다.     
서울미술관은 상설전을 통해 다양한 근현대미술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작품은 달라지지만, 교과서에서나 볼 법한 천경자, 나혜석, 박수근, 신사임당 등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상설전에는 안 회장의 이중섭(1916~1956) 사랑이 큰 영향을 미쳤다. 안 회장이 제약회사 영업사원이었던 시절, 이중섭의 '황소' 그림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 이후 성공한 안 회장은 국내 경매 최고가를 기록하며 '황소' 진품을 구입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한국 근현대미술품의 대표 수집가로 성장한 안 회장의 소장품들은 상설전을 여는데 한몫하고 있다.  

또한 본관 3층에 있는 루네쌍스다방에서는 이중섭과 한국 근대 화가들이 살던 1950년대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이곳은 1층과 2층에서 전시를 보고 석파정으로 나가기 전 쉴 수 있는 휴식공간이기도 하다. 젊은 사람들은 처음 보는 신기한 모습에 즐겁고, 중장년층들은 과거를 회상하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석파정 서울미술관 전경.© News1 안은나 기자
석파정 서울미술관 전경.© News1 안은나 기자

특히 아름다운 경관과 수려한 건축, 조상들의 풍류와 예술적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석파정을 볼 수 있다는 점은 서울미술관의 가장 큰 장점이다.

옛 건물들과 석파정을 둘러싼 인왕산의 풍경은 봄, 여름, 가을, 겨울마다 달라지며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서울미술관의 관람객은 남녀노소 전 세대를 아우른다. 기획전을 보러오는 사람들은 10~30대가 많지만, 상설전이나 석파정을 관람하기 위해 40대부터 50대, 60대들이 많이 찾기 때문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40~50대 중년들이 동창회 등을 이유로 단체관람객도 많다고. 

부암동이 핫플레이스라는 점도 서울미술관의 지리적 이점이다. 옛 감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경사진 골목길도 많고, 개성 있는 카페나 레스토랑, 가게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술관에 들렸다가 이런 장소들을 들르면 완벽한 나들이, 데이트 코스가 될 수 있다. 

◇ 담당자가 말하는 '석파정 서울미술관' 

"대중예술인 영화나 드라마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미술이 할 수 있길 바라며 전시를 기획합니다.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작품을 선보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보다 대중친화적인 전시를 하려고 하죠. 스토리텔링에 초점을 맞춰 권위주위적인 소개방식을 줄이려고 노력 중입니다. 특히 석파정이라는 문화재와 함께 있다는 특성에 맞게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관람객들이 전시를 즐기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여유로운 공간 구성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 이시연 서울미술관 큐레이터

석파정 전경.© News1 안은나 기자
석파정 전경.©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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