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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차 국산화율 99%,日제재 이상무…내친김에 인프라도

[인터뷰]김세훈 현대차 연료전지사업부장…日 제제 이상 無
세계 최초 양산에도 충전소없어 못 팔아…정책 일관성 '강조'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2019-07-29 06:00 송고 | 2019-07-29 09:27 최종수정
현대차의 수소차 넥쏘(왼쪽)과 일본 토요타의 수소차 미라이(오른쪽)©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현대차의 수소차 넥쏘(왼쪽)과 일본 토요타의 수소차 미라이(오른쪽)©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수소차 부품 국산화율은 99% 수준으로 일본 제재가 현실화되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수소차에 수소충전소까지 잘 갖춘 일본은 수소 생태계의 밸런스가 잘 맞는 국가다. 정부의 지원 속 수소차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양산한건 현대차지만 국내에 인프라가 없어 유럽에만 팔았다. 수소경제에 대한 정책 일관성이 중요한 이유다"
지난 22일 현대자동차 양재동 사옥에서 만난 김세훈 현대차 연료전지사업부장(상무). 2003년 영입돼 현대차 수소차 개발의 '산파' 역할을 한 김 상무가 수소경제 생태계를 바라보는 시각은 확고했다.

김세훈 현대자동차 연료전지사업부장 상무가 22일 서울 서초구 현대·기아자동차 사옥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7.2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김세훈 현대자동차 연료전지사업부장 상무가 22일 서울 서초구 현대·기아자동차 사옥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7.2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日제재 우려에 "아직 시장 작고 대체품 충분, 걱정할 필요 없어"

먼저 최근 일본의 반도체 소재 규제가 한국의 수소경제 생태계로 향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물었다. 김 상무는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현재 현대차의 수소차 부품 국산화율은 99%에 달한다. 다만 수소탱크에 들어가는 탄소섬유와 수소연료전지택에 들어가는 전해질막 등이 일본 의존도가 높은 편이라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김 상무는 솔직하다. 그는 "일본 제품에 비해서 뛰어난 건 아니지만 유럽, 중국은 물론 국내 제품들도 있어 위기상황이 오면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일본의 규제가 현실화돼도 현대차가 지금 당장 받을 타격은 크지 않다는 게 김 상무의 판단이다. 김 상무는 "수소연료전지 사업은 아직 태동 수준으로 미래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계"라며 "사업적으로 큰 비중을 갖지 않고 있어서 현대차가 받을 경제적 파급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넥쏘는 올 상반기 국내에서 1546대가 팔렸다. 현대차는 내년 1만1000대를 거쳐, 2022년 4만대, 2025년 13만대의 수소차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잡았다. 현대차의 연간 자동차 판매량이 450만대 이상임을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일본 제재가 시작되더라도 이제부터 소재 내재화를 준비하면 본격 대중화되는 시점에는 부품 국산화율 100%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김세훈 현대자동차 연료전지사업부장 상무가 22일 서울 서초구 현대·기아자동차 사옥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7.2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김세훈 현대자동차 연료전지사업부장 상무가 22일 서울 서초구 현대·기아자동차 사옥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7.2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국산화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부품, 소재를 국내에서 조달할 필요는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상무는 "국산화율 100%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게을러서가 아니다"라면서 "글로벌 자유무역주의 체제에서 내가 잘하는 것은 주고, 못 하는 것은 받는 것이 당연한 시장경제 원리인데 제품 생산에 있어 모든 것을 내 기술로 다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특정 국가에 대해서 경제적 제재를 하는 것은 올바르다고 보지 않는다"며 최근 일본의 반도체 소재 규제에 대해서도 단호한 평가를 했다.

수소차 생태계의 확산을 위해서라도 다양한 국가에서의 부품 조달이 더 바람직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김 상무는 "런던에서 투싼을 팔기 위해 정치인을 만났는데 '자국 부품이 몇 개 들어가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국제적 협력으로 부품을 공급받아 개발됐다고 하면 더 환영받는다. 이게 기본적인 룰이고 이걸 깨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정부 지원 속 수소차 개발, 지원 줄어 위기도…"정책 일관성 중요"

그렇다면 현대차는 왜 벌써 수소차 부품 국산화율 99%를 달성한 것일까? 이에 대해 김 상무의 답변은 간명하다. "아무도 만들어주는 데가 없어서"

현대차는 1998년에 처음 수소차 개발에 착수해 2001년 싼타페 수소전기차를 처음 개발했다. 당시엔 일본 등 일부 국가가 수소차 개발에 뛰어든 상태여서 부품을 조달할 순 있었다. 그러나 현대차가 원하는 정확한 스펙의 제품을 만들 수도, 만들어주는 곳도 없었다. 김 상무는 "기껏해야 연간 수소차 10대도 생산하지 못하는 시절에 현대차를 위해서 부품을 연구·개발하고 생산해주는 소재·부품업체는 없는 게 당연했다"고 설명한다.

현대차의 수소차 개발이 탄력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3년 수소연료전지의 핵심기술인 스택이 정부의 국책 연구과제로 선정되면서부터다. 현대차를 비롯해 20여 개 협력사와 5~6개 연구기관 등이 힘을 모았다. 김 상무는 "당시 현대차를 컨트롤타워로 5년간 연구가 시작됐는데 정부의 지원 속에 합심해 집중적으로 하다 보니 빠르게 성과가 나왔다"며"고 말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정책의 연속성이다. 현대차는 2013년 세계 최초의 양산형 수소차인 투산 ix35를 내놨다. 일본 토요타 수소차 미라이보다 1년을 앞선 것이다. 그러나 당시엔 한국에 수소충전소가 없었다. 한국에 내놔야 무용지물이었고 결국 유럽에 출시할 수밖에 없었다. 김 상무는 "투산 ix35가 세상에 나올 1~2년 무렵 정부의 지원이 줄었다"며 "10년간 기술개발을 해왔는데 그렇다고 양산을 안 할 수도 없었다. 사업을 어떻게든 살리기 위해서 양산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적인 논리에 의해 잘 되던 특정 사업에 지원이 끊기는 것은 문제가 된다"라며 "정부가 바뀌어도, 정부 담당자가 바뀌어도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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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수소차·인프라 밸런스 좋아…토요타는 제1의 파트너"

수소경제의 최대 경쟁국인 일본은 한국보다 수소 충전소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2017년 기준으로 전 세계 약 240개 수소충전소 중 일본은 92개의 충전소를 운영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110곳 이상으로 늘렸다. 한국은 21곳에 불과하다.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보니 토요타의 수소차 미라이는 출시된 이후 지난해까지 6848대가 판매됐다.

이에 대해 김 상무는 "한국은 수소차는 있지만,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고, 독일은 충전 인프라는 100개 넘게 갖췄지만, 수소차가 없다"며 "일본은 수소차와 수소 인프라의 밸런스가 잘 맞는다"고 평가했다.

일본은 최근 미국, 유럽연합(EU)과 손잡고 수소경제 표준화 계획을 세우는 등 가장 큰 경쟁국인 한국을 배제하려는 듯한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김 상무는 현대차와 토요타의 관계는 '경쟁자'보다는 '동반자'에 가깝다고 말한다. 그는 "현대차와 토요타는 수소차 분야에서는 기술경쟁 관계이기도 하지만 수소차 생태계 발전을 위한 지향점도 같고 수소위원회 등에서 외부적으론 협력도 많이 한다"며 "수소차에 있어서는 제1의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김세훈 현대자동차 연료전지사업부장 상무가 22일 서울 서초구 현대·기아자동차 사옥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7.2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br><br>
김세훈 현대자동차 연료전지사업부장 상무가 22일 서울 서초구 현대·기아자동차 사옥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7.2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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