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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리니지'에 밀린 중소게임사 '블록체인'으로 재기 노린다

주도권 잃은 중소게임사, 블록체인 게임 출시 잇따라
정부 규제·대형사 무관심으로 '빈수레' 가능성도

(서울=뉴스1) 이수호 기자 | 2019-07-24 06:15 송고
김유라 한빛소프트 대표. © 뉴스1


국내 중소 게임사들이 잇따라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들며 성장동력 확보에 나섰다. 게임시장의 대세로 자리매김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등 대작을 만들 여력이 없는 탓에 암호화폐를 앞세워 다시 주목받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다만 정부의 규제로 인해 수년내로 국내 관련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낮은데다 규제가 정립되면 대형게임사와의 물량경쟁에서 역부족일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자체 메인넷 내놓은 한빛소프트…엠게임은 카카오 품으로  

지난 1일 한빛소프트는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브릴라이트' 메인넷을 가동하고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2종의 모바일게임과 1종의 PC온라인게임 테스트버전을 내놨다. 향후 정식서비스가 이뤄지면 3종의 게임 모두 게임 내 플레이를 통해 암호화폐 보상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한빛소프트는 지난해 3월 홍콩에서 ICO(암호화폐공개)를 진행해 약 500억원 규모의 암호화폐를 판매해 자체 메인넷을 구축했다.

브릴라이트 플랫폼과 연계된 게임이 출시되면 이용자들은 게임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브릴라이트코인(BRC)을 얻을 수 있다. BRC는 브릴라이트와 연동된 모든 게임에서 활용할 수 있고 거래사이트를 통해 현금화도 할 수 있다.  

한빛소프트와 더불어 1세대 게임사로 명맥을 잇고 있는 엠게임도 지난해부터 진행한 암호화폐 채굴사업에 이어 최근 카카오와 손을 잡고 클레이튼에 합류했다. 카카오가 발행하는 암호화폐 '클레이'를 엠게임의 블록체인 게임 내에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연내 프린세스메이커와 귀혼 등 엠게임의 대표 지식재산권(IP)이 블록체인 게임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위메이드 역시 엠게임과 마찬가지로 카카오 클레이튼의 파트너사로 입점해 연내 블록체인 게임 출시를 위해 매진하고 있다. 이밖에도 액토즈소프트, 네시삼십삼분(4:33), 팩토리얼, 썸에이지 등 10여곳의 중소게임사들이 지난해부터 게임 블록체인 사업에 저마다 공을 들이고 있다. 

◇코인 기반 게임 선점해 틈새시장 확보…주가부양 효과도  

국내 중소게임사들이 저마다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엔씨소프트-넥슨-넷마블로 대표되는 대형게임사에 밀려 대부분 존폐위기에 몰린 탓이다.

대형게임사와 경쟁하기 위해선 개발 및 마케팅비를 포함해 수백억원을 쏟아부어야하고, 이마저도 이용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사장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리니지 등 특정 IP 기반의 MMORPG 게임에 이용자 관심이 쏠린 점도 중소게임사의 신작이 힘을 받지 못하는 이유다. 아울러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중국 게임사가 장르를 불문하고 신작을 쏟아내고 있어, 중소게임사 입장에선 마땅한 생존 모멘텀을 찾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블록체인 시장에서는 대형게임사 대부분이 진출을 머뭇거리고 있어 틈새시장이 존재한다는 게 중소게임사들의 설명이다. 수년간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위기를 겪어온 한빛소프트가 해외에서 수백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 엔씨소프트-넥슨 등 대형게임사에 유통권을 뺏긴 카카오와 라인 등 유통사업자들이 블록체인 게임 개발을 적극 돕고 있는 점도 중소게임사의 블록체인 시장진출의 계기가 됐다.  

한동안 신작을 내놓지 못해 바닥을 기던 중소게임사의 주가가 블록체인 시장 진출로 상승효과를 누리면서 관련 서비스를 내놓으려는 업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초 만해도 2000원대 후반을 맴돌던 한빛소프트 주가는 메인넷 출시를 기점으로 3400원까지 치솟앗다. 엠게임 주가도 카카오 클레이튼 입점을 계기로 20% 이상 올랐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상현실(VR) 붐이 일던 지난 2017년 이후 2년만에 중소게임업체들이 성장 모멘텀을 찾은 모습"이라며 "암호화폐에 대한 세계적인 규제 정립이 이뤄지면서 테마주로서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 규제로 좁아진 국내시장…제2의 'VR 열풍'으로 끝날까 우려

이처럼 중소게임사들이 잇따라 블록체인 게임을 내놓고 있지만 '빈수레'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게임산업 규제를 맡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암호화폐를 게임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탓이다.

게임위는 지난해 말 암호화폐 유통이 접목된 게임 '유나의 옷장 for kakao'에 대해 등급 재분류 판정을 내리고 암호화폐 기반의 게임에 대해 사실상 유통 금지 처분을 내렸다. 게임을 통해 암호화폐 '픽시코인'을 얻을 수 있고 이를 거래사이트에서 자유롭게 환전해 현금화할 경우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 게임위의 판단이었다.

이에 따라 중소게임사 대부분 블록체인 게임 출시를 앞두고 암호화폐 활용 여부를 고민 중이다. 일부 게임사는 아예 국내사업을 접고 해외에서만 서비스하겠다는 계획도 내놓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중소게임사가 국내에서만 통하는 IP를 보유한 탓에 해외에서 블록체인 게임을 낼 경우 생존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설사 암호화폐 활용 게임이 허용되어도 중소게임사가 국내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 기기가 플래그십 형태로 진화하면서 과거 애니팡처럼 스타트업이 내놓는 단순한 게임에 반응하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게임시장의 주도권이 MMORPG에 쏠려 있는데다 폭넓은 유저층을 확보한 빅3가 움직이지 않으면 코인 게임은 일회성 흥행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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