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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화이트국가' 한국 제외 한달 앞으로…웨이퍼·공작기계 타격

8월 중순 '화이트국가' 제외 유력, 1100여개 품목 영향
日 의존도 높은 전자 위주, 일각선 '3차 제재' 가능성도

(서울=뉴스1) 산업부 | 2019-07-15 17:01 송고 | 2019-07-15 17:53 최종수정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치와 관련한 양국 과장급 첫 실무회의에 참석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찬수 무역안보과장(오른쪽부터)·한철희 동북아 통상과장이 12일 도쿄 지요다구 경제산업성 별관에서 일본 측 대표인 이와마쓰 준 무역관리과장(왼쪽부터)·이가리 가쓰로 안전보장무역관리과장과 마주 앉아 있다. 2019.7.12 © AFP=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치와 관련한 양국 과장급 첫 실무회의에 참석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찬수 무역안보과장(오른쪽부터)·한철희 동북아 통상과장이 12일 도쿄 지요다구 경제산업성 별관에서 일본 측 대표인 이와마쓰 준 무역관리과장(왼쪽부터)·이가리 가쓰로 안전보장무역관리과장과 마주 앉아 있다. 2019.7.12 © AFP=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일본이 다음달부터 안보상 우방 국가인 '화이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면서 국내 산업계 전반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화이트 국가 배제가 현실화하면 기존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에 이어 전자·정밀기계·화학 등 국내 핵심 산업 전반에 걸쳐 1100여개 핵심 품목의 수입까지 어려워진다. 해당 기업들은 일본 거래선 점검에 나서는 한편, 수입선 다변화 등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를 대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8월 중순 '화이트 리스트' 제외 유력…1112개 품목 영향 예상

일본 정부는 지난 12일 도쿄에서 한국 정부와 가진 과장급 실무회의에서 한국을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오는 24일까지 화이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방안과 관련해 의견 수렴을 받고 있다. 일본은 의견 수렴 절차가 끝나면 우리나라 국무회의 격인 각의 결정 후 공포한 뒤, 21일이 지나면 한국은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된다. 제외 시점은 8월 중순이 유력하다.

안보상 우방 국가인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되면 일본 기업은 해당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때마다 건별로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신청과 심사는 3개월가량 걸리는데, 그만큼 수입에 걸리는 시간이 지체돼 생산에 차질을 빚는 등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법령으로 관리하는 전략 물자는 1112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화이트 국가 제외 여부에 따라 이 품목들의 수입도 영향을 받는다. 한국은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 대상으로 결정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서 수출 규제로 인한 영향을 받게 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제품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90%가 아니라 30~40%만 되더라도, 수출 지연 기간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 자체가 부담된다"며 "지금 (수출 규제를 받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처럼 전체 산업에서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전자·탄소섬유·공작기계 등 日 의존도 높은 업종 긴장감 최고조

이 때문에 수출 규제의 영향을 크게 받는 업계를 중심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핵심 부품의 대일(對日)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등 전자업계의 경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업계는 반도체 공정에 필수인 웨이퍼, 블랭크 마스크, 메탈 화학기상증착기(CVD) 등 주요 부품도 일본이 추가로 규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기판인 웨이퍼는 일본의 신에츠화학·섬코 등이 세계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웨이퍼에 빛으로 회로를 그리는 공정에 사용되는 블랭크 마스크도 국내 제품의 품질이 일본 제품을 대체할 수준이 아니라고 평가되고, 일부는 일본 업체 호야가 독점 생산 중이다. 메탈 CVD도 일본 장비업체가 전세계 90% 이상 점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우려로 삼성전자는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가 강화된 3개 소재가 아닌 다른 소재를 생산하는 일본 업체에 "앞으로도 안정적인 공급을 부탁한다"는 메일을 보냈다. 이재용 부회장도 지난 13일 사장단 회의에서 휴대폰·TV 등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는 다른 부문에 대한 대책 마련을 당부했다고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세계 시장 점유율이 중요한 게 아니라, 1%라도 대체품을 찾을 수 없는 품목이 (수출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면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항공기·자동차에 쓰이는 탄소섬유, 기계 부품을 가공하는 공작기계, 전자기기 부품을 만드는 정밀화학 등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모두 세계 시장에서 일본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높고 한국 기업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이다. 한국무역협회 등의 분석에 따르면 평판디스플레이 제조용 기계의 경우 지난해 일본산 수입 비중이 82.8%, 플라스틱제의 기타 접착성판은 58.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2019.7.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2019.7.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금융제재, 기술협력 중단, 비자 제한 등 3차 제재도 대비해야"

다만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업종에 따라 다를 것으로 보인다. 우선 완성차 업계의 경우 국내 자동차 부품사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 국산화율이 높은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1차 부품사(830여곳) 기준 지난해 국내 완성차 업체 납품 금액은 46조~47조원"이라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영향 이후 부품 수입선을 다변화해서 영향이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기계 부품을 가공하는 공작기계 분야도 영향이 적을 것으로 관측됐다. 설비 투자 분야인 대형 산업기계들은 손바뀜이 심하지 않아 큰 파장이 없고, 일본 화낙(fanuc)의 수치제어 컨트롤러의 경우 세계 시장 점유율이 높긴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독일·한국 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철강업계도 일본이 수출하는 양질의 철 스크랩을 수입할 국가가 한국밖에 없기에 수출 제한 영향을 적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본의 또다른 압박 가능성을 언급하며 주의를 당부한다.

이지평 LG경제연구소 상근자문위원은 "최근 반도체·디스플레이 부품 3종 수출 제한을 1차 제재, 화이트 국가 제외를 2차 제재로 본다면, 금융제재·기술협력 중단·비자 제한 등은 3차 제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일본 정부가 한국을 더 공격할 경우 무역 분야에서 더이상 제재하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이 될 수 있으니, 다른 수단으로 압박할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며 "일본 부품 소재가 작지만 이게 없다면 생산이 안 되는 경우도 있으니 일본 부품을 수입하는 업체들은 재고를 확보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관련 예산을 늘리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정책 수단을 모두 동원해 대응하고 있다. 우선 기획재정부는 국회에서 심의 중인 추가경정예산안에서 일본 수출 규제 대응용 예산을 1214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증액하기로 했다. 또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일본의 수출 규제 품목에 대한 연구개발비는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하는 등 세제 지원도 준비하고 있다. 이 밖에도 화학물질 생산시 관련 법률에서 규제가 있으면 간소화할 방침이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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