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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경찰'이 부실수사…황하나는 '어부지리'로 무혐의 받아

담당 경찰관, 청탁 수사하며 무마…기소의견 검찰송치
"경찰청장 '베프' 발언은 과시용…남양유업 청탁 정황 없어"

(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 2019-07-11 12:19 송고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된 황하나씨(31)/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지난 2015년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인 황하나씨(31)가 마약 사건에 연루됐지만 혐의없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기는 등 부실하게 수사했다는 의혹을 받은 경찰관이 검찰에 송치됐다.

해당 경찰관은 당시 황씨와 함께 마약 혐의로 입건됐던 여성의 지인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사건을 청탁 수사했으며, 그 과정에서 황씨가 아닌 해당 여성의 혐의를 무마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황씨는 '어부지리'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셈이 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1일 직무유기·뇌물수수 등 혐의로 박모 경위(47)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 경위는 당시 서울 종로경찰서 수사과 지능팀에서 근무하면서 사건 청탁 수사 과정에서 500만원을 건네받는 등 총 3500만여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용역업체 운영자 류모씨(46)와 박모씨(37)는 용역 업무에 도움을 받는 대가로 박 경위에게 3000만원가량을 건넸고, 황씨 연루 사건을 제보하면서는 500만원을 줬다. 경찰은 이 두 명도 뇌물공여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박씨는 당시 자신의 여자친구인 A씨가 황씨와 함께 입건됐던 대학생 조모씨로부터 마약을 받고 이를 투약하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조씨를 엄벌하고 여자친구인 A는 처벌받지 않게 해 달라'는 취지로 박 경위에게 사건 처리를 청탁했다.

500만원과 함께 사건을 청탁받은 박 경위는 통상 마약 수사를 맡지 않는 수사과 지능팀 소속이었지만 '재벌가 자녀가 연루된 마약사건이므로 반향이 클 것'이라며 첩보를 꾸며 상관을 설득하고 자신이 사건 처리를 맡았다.

박 경위는 A씨에게 마약을 건넨 조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고 그를 구속하는 등 조씨에 대해서만 수사를 벌였다. 조씨와 함께 입건된 나머지 7명 중 A씨와 황씨를 포함한 나머지 입건자들은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았다. 이후 박 경위는 1년 7개월 만에 황씨와 A씨 등을 혐의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류씨와 박 경위는 이들 사이에 오고간 3500만원가량의 돈이 차용관계에 있는 금액이라며 뇌물 혐의를 부인했지만 박씨는 이 금액이 뇌물이 맞다고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역시 △박 경위가 이들에게 돈을 받고 용역 업무에 경찰 인력을 동원시킨 점 △실제로 황씨 연루 사건이 A씨가 무혐의를 받는 등 박씨가 원하는 대로 처리된 점 △빌린 돈이라고 하지만 돈을 갚은 내역은 확인되지 않는 점 등을 근거로 이들에게 뇌물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경찰은 황씨가 A씨 덕분에 무혐의 처분을 받기는 했지만 황씨가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라는 사실이 있는 만큼 별도로 사건 청탁이나 경찰 고위직을 통한 외압 등이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폈지만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황씨의 외삼촌인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등 황씨 가족 4명을 조사하고, 이들의 휴대폰 사용 내역을 황씨 입건 시점인 2015년 이전까지 포렌식해서 조사했지만 경찰 고위직과의 통화 내역이나 문자 메시지가 오간 정황을 잡지 못했다.

황씨의 휴대폰에서도 외삼촌인 홍 회장에게 전화를 하는 등 가족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경찰 관계자와 연락을 주고받은 내역이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 같은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황씨를 지목한 사건 청탁은 없었던 것으로 결론지었다.

또 황씨가 서울 남대문경찰서 서장실에서 조사를 받았다고 주변인에게 말한 것이나  "우리 삼촌과 아빠가 경찰청장이랑 '베프'(친한 친구)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서 경찰은 황씨가 과시를 하기 위해서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해당 발언은 2015년 황씨가 한 블로거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진정을 당하면서 나왔다.

경찰은 황씨도 해당 블로거를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하려 했지만 이는 반려당했으며, 황씨가 진정당한 건은 기소의견으로 송치가 되는 등 남대문경찰서에서 특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서장실 조사'와 관해서는 당시 IP기록을 추적하는 등 사건기록을 분석한 결과 황씨가 서장실에서 조사를 받은 사실이 없으며, 휴대폰 등에서도 다른 청탁 내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이 의혹과 관련해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돼 있던 황씨를 찾아가 조사를 하기도 했다. 이 조사에서도 황씨는 "상대방이 '부장검사와 아는 사이'라고 하자 자신이 과시를 하기 위해 홧김에 발언한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박 경위 등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이를 모두 반려했다. 경찰은 박 경위의 뇌물죄를 입증하기에 드러난 증거 등 정황이 충분하다고 봤지만, 검찰은 당사자들이 '빌린 돈'이라며 혐의를 부인하는 만큼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판단하고 영장신청을 기각했다.

황씨는 지난 2015년 조씨와 함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입건됐는데, 경찰은 조씨만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고 황씨를 포함한 나머지 입건자들을 혐의없음 의견으로 넘겼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이 재벌가인 황씨를 봐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종로경찰서가 사건 수사에 착수한 후 1년 반여 만인 지난 2017년 6월 황씨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기면서 황씨는 검찰에서도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황씨에게서 필로폰을 구입해 투약했다'고 1심 판결문에 적시된 조씨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문 범죄사실에는 조씨가 2015년 9월 중순 황씨로부터 비닐봉지에 들어있는 필로폰 0.5g을 건네받고 그해 9월22일 대금 30만원을 송금했다는 내용도 적혀 있다.

황씨는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별도 기소돼 현재 수원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kays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