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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인터뷰] 엄태구 "'구해줘2' 여운 길어'…연기 잘한다, 듣고 싶죠"(종합)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2019-07-04 08:25 송고 | 2019-07-04 09:04 최종수정
프레인TPC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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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싶은 수식어요? '연기 잘한다', 그거면 좋을 것 같아요."

최근 종영한 OCN 수목드라마 '구해줘2'(극본 서주연/연출 이권)에서 처음 드라마 주연을 맡아 '미친 꼴통'으로 완벽하게 분한 엄태구. 2007년 영화 ‘기담'으로 데뷔, 다양한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 내공을 쌓은 그는 영화 '밀정' '택시운전사' 등에서 선 굵은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터. 스크린 속 활약에 이어 '구해줘2'에서도 특유의 매력으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구해줘2'는 애니메이션 영화 '사이비'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로 궁지에 몰린 마을을 구원한 헛된 믿음, 그 믿음에 대적하는 미친 꼴통 김민철(엄태구 분)의 나 홀로 구원기. 엄태구는 극 중 김민철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김민철은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으로 교도소 출소 직후, 고향 월추리에서 의문의 남자 최경석(천호진 분)을 만나 맞서 싸우기 시작하며 ‘믿음'에 홀로 도전한다.
인상 깊은 활약을 펼친 엄태구는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프레인TPC 사옥에서 뉴스1과 만나 '구해줘2'를 마무리하는 소감을 밝혔다. 극 중 김민철과 달리 조용하고, 수줍은 모습으로 나타난 그는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조곤조곤 말을 이어나갔다.

프레인TPC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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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작품이 끝났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같이 했던 배우, 스태프 분들 보고 싶기도 하고, 또 시청률이 오른 상태에서 끝나서 기쁘기도 하다. 어느 누구 하나 크게 다치지 않고 끝나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재밌게 시청해주신 시청자분들께도 감사하고, 함께한 배우와 스태프 분들에게 감사하다. 감사한 마음이 크다."

단편, 독립영화 등을 통해 여러 배역을 맡았던 그는 이번 '구해줘2'를 통해 드라마에서는 처음으로 타이틀롤을 맡게 됐다. 엄태구는 "사실 타이틀 때문에 부담감은 있었는데 촬영하면서 내가 맡은 부분만 최선을 다해서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촬영 수가 많고, 더 길다는 차이지 특별히 영화와 다른 점은 못 느꼈다. 다만 대본이 끝까지 안 나온 상태에서 매회 대본을 받으면서 그다음을 생각하고, 방송을 보면서 작업한 게 색다르고 재밌는 경험이었다"라고 밝혔다.

엄태구가 맡은 김민철은 '미친 꼴통' 그 자체였다. 불의에 맞서지만, 본능적인 행동이 앞서는 탓에 가족 같은 사이인 마을 사람들에게도 비난만 받는다. 급기야 어머니에게도 '사탄'이라는 소리를 듣지만 그는 '진짜 믿음'에 도전하며 안티 히어로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대본과 캐릭터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현장에서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하면서 디렉션에 충실하려고 했다. 걱정도 많이 했는데, 막상 머리 빡빡 밀고, 파란색 트레이닝복에 슬리퍼 신고 왔다 갔다 하다 보니까 저절로 민철이의 모습이 더 나오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민철이가 처음에 너무 왈가닥이지만 밉지 않게 보이고 싶어서 어떤 따뜻함과 순수함을 가진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제가 민철이와는 목소리가 가장 비슷한데, (웃음) 민철이처럼 소중한 사람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은 비슷하거나 닮고 싶기도 했다."

OCN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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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엄태구의 목소리가 김민철 역과 어우러지면서 시너지를 발휘했다. 그는 이 같은 평에 "감사하다. 일단 가장 크게 생각했던 건 전달력 부분이었다. 영화는 후시 녹음을 하지만 드라마는 뒷부분으로 갈수록 생방이기 때문에 최대한 그 부분에 신경을 써서 노력하려고 했는데, 아직 진행형이다. 숙제 같은 거라 계속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촬영하면서 소리 지르는 부분이 많아서 목소리가 좀 쉰 것 같았는데, 듣는 분들은 똑같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마을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아도 민철이가 고군분투하며 홀로 믿음에 맞선 이유는 무엇일까. 엄태구는 이에 대해 "마을 사람들은 민철이가 어렸을 때부터 함께한 가족 같이 소중한 사람들이었다. 그런 소중한 사람들이 사기에 빠지는데, 민철이라면 그걸 막기 위해 충분히 그렇게 행동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엄태구는 '구해줘2'를 통해 색다른 모습을 많이 선보였다. 양아치 같이 건들거리는 모습, 구치소에서 춤추는 모습 등이 그렇다. "연기하면서 첫 시도였던 것 같다. 춤추는 장면이 있는지 몰랐고, 춤을 못 춘다고 말씀드렸다. 사실 춤이라기보다는 흥을 몸으로 표현해달라고 하셔서 그렇게 표현했다. 저도 약간 놀랐다. 친구들하고 노래방 가도 민망해서 춤은 못 추는데, 직업이다 보니까 그 상황에서 즐기면서 하게 됐다. 재밌었다. 끝나고는 민망했지만. 하하. 막상 저지르니까 재밌더라."

엄태구가 본 '구해줘2'의 가장 악인은 '성철우 목사'(김영민 분)란다. 그는 "제 대사 중에 성 목사를 향해 '사기꾼보다 더 한 놈이네'라고 하는 게 있는데, 진심이었던 것 같다. 최경석 장로는 사기 치는 걸 스스로 아는데, 성목사는 끝까지 잘못을 잘못이라고 생각 안 하는 게 더 나쁘지 않나"라고 밝혔다. 이에 '마지막에 성목사가 불에 들어가는 건 어떻게 봤냐'라고 묻자 "사과는 상처 받은 사람에게 가서 해야 하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프레인TPC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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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이 모두 죽었지만, '구해줘2'는 희망적인 메시지보다는 현실적인 부분을 조명하며 마무리지었다. 마을 사람들이 원하던 보상금과 믿음이 전부 사라지며 씁쓸함을 남겼다. 엄태구는 "에필로그가 너무 좋았다"라고 강조하며 "안타까움과 짠함이 현실적이지만 전 되게 좋았던 것 같다. 여운이 깊게 남아서 더 좋았다. 종방연 하면서 마지막 회를 선배님들과 같이 보는 게 색다른 경험이었는데 울컥하더라.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지만, 작품으로는 정말 좋은 결말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했다.

'구해줘' 시리즈는 이처럼 종교를 이용한 사이비에 대한 소재를 전면으로 다뤄왔다. 예민하고 민감한 소재이지만, 사이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어 의미를 더한다. 엄태구는 "저는 교회를 다닌다. 그래도 진짜 믿음이 무엇일까, 한 번 즈음 생각은 해봤다. 불편한 지점이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캐릭터대로 하니까 그렇게 크게 어려운 건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해줘2'의 주제를 묻는 질문에 엄태구는 고심 끝에 "사람은 겸손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 아닐까. 너무 거창한가. 저도 그렇게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며 웃었다.

엄태구에게도 '구해줘2'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단다. "굉장히 감사하다. 지금까지 찍었던 작품 중에 가장 여운이 오래가는 작품이다. 홍성에 네 달 동안 있어서 그 영향을 받은 것 같다. 그리고 가장 긴 시간 동안 촬영했다. 일주일 계속 촬영하고 4개월 동안 대본 보고, 방송 보고, 현장 가고, 그래서 어제 꿈에도 '더 찍을 게 남았어'라고 나오더라. 같이 참여한 스태프들도 보고 싶다. 표현은 못하지만 만나고 싶고, 보고 싶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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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적인 성격으로 유명한 엄태구는 연기를 하면서 이를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그는 "원래 불편할 정도로 낯을 심하게 가리는 성격인 것 같다. 친한 친구들과는 이야기도 많이 하는데 현장에서는 불필요할 정도로 낯을 가려서 많이 고치려고 했고, 그리고 고치고 싶었다. 연기할 때 장애물이 되고 그래서 지금도 조금 더 유연 해지는 과정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구해줘2'를 마친 엄태구는 차기작으로 박훈정 감독의 신작 영화 '낙원의 밤'을 준비한다. "보통 작품 하나 끝나면 자연적으로 또 다른 것을 해보고 싶다. 그리고 다른 걸 하면 다시 또 다른 걸 하고 싶고. 물론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웃음) 지금은 '낙원의 밤' 준비를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가벼운 것도 하고 싶었는데 영화 '뎀프시롤'을 찍었다. 올해 개봉하는데 많이 사랑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엄태구는 이날 이어지는 연기 칭찬에 쑥스러워하며 미소를 지었다. 듣고 싶은 수식어도 "연기 잘한다. 그거면 좋을 것 같다"라고. 칭찬에 연신 "감사하다"고 말한 엄태구는 "좋은 댓글들을 진짜 감사하게 보고 있다. '인생 캐릭터'라는 반응도 정말 감사하다. 더 열심히 하겠다. 다음에도 좋은 모습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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