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말로만…정부 10년전도 "반도체장비 국산화"

[韓日경제전쟁, 구호보다 실력으로①]장비 국산화율 20%
2010년·2018년에도 '장비 산업' 육성책 내놨지만 무효?

(서울=뉴스1) 주성호 기자, 권구용 기자 | 2019-07-04 06:00 송고 | 2019-07-04 09:25 최종수정
편집자주 일본이 한국에 '경제전쟁'을 선포했다. 우리나라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핵심 소재를 '무기'로 삼아 수출 과정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당장 한국 산업계 발등엔 불이 떨어졌다. 일각에선 우리도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통해 맞불을 놓아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그러나 불매운동과 같은 감정적 대응은 일회성에 지나지 않는다. 치욕을 두 번 다시 겪지 않으려면 대일(對日) 기술 의존도를 낮추는 수밖에 없다. 감정적인 '구호'보다 냉정하게 우리 산업의 실력을 쌓아야만 한다. 이를 위한 전략을 짚어본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에 따른 국내 산업계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10여년 전에도 '장비 국산화'를 주장해왔지만 목표 달성에는 턱없이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당시 정부는 5년 후인 2015년까지 국산 반도체 장비 점유율을 3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국산화율은 20% 수준에 머물러 있어 핵심 원천기술 개발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9년 전인 2010년 9월초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2015년까지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 35%를 달성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시스템반도체 및 장비산업 육성전략'을 내놓은 바 있다.

정부는 당시 이같은 전략을 발표한 배경에 대해 "우리나라가 메모리 반도체는 세계 1위 국가이지만 시장 규모가 큰 시스템반도체와 이를 뒷받침하는 반도체 장비산업의 발전 없이는 진정한 '반도체 글로벌 강국'이 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 육성 전략으로 정부와 민관이 합동으로 시스템반도체 일부 품목 국산화와 반도체 장비 국산화를 위해 1조7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2015년까지 반도체 장비산업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13%까지 제고하겠다는 목표도 내세웠다.
2010년 9월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2010년 9월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2015년까지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 35%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공개한 '시스템반도체 및 장비산업 육성전략'이 담긴 보도자료의 모습.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은 2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뉴스1

하지만 실제 우리나라 반도체 장비 산업이 전세계 시장에서 갖는 존재감은 미미한 수준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의 글로벌 반도체 장비시장 점유율은 3.6%에 그쳤다. 2010년 목표치로 내세웠던 13%보다 거의 10%포인트가량 부족한 수준이며 업계 선두권인 미국(44.7%), 일본(28.2%), 네덜란드(14.1%)에 크게 뒤처져 있다.

현 정부 들어서도 반도체 장비·재료 국산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8년 2월에도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을 한자리에 모아 '반도체 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대·중소 상생협력 강화를 통해 '월드챔프' 소재·장비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5년간 2조원을 투입하는 '상생협력 2.0'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 미국 등 해당 분야 선진국과의 기술격차 5년을 극복하고 20% 수준인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을 2022년까지 3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홍보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10년 당시 정부가 2015년까지 장비 국산화율을 35%까지 달성하겠다고 발표했으나 8년이 흐른 지난해엔 2022년까지 30%를 목표로 내세우며 오히려 목표치가 후퇴했다"면서 "이것만 보더라도 그간 정부 주도의 민관 반도체 장비 분야 육성 전략이 효과가 없었음이 드러난 셈"이라고 꼬집었다.

2018년 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발전전략'에 담긴 정부의 향후 정책방향. 2010년 '장비산업 육성전략' 발표 당시 2015년까지 35%를 목표로 내세웠던 장비 국산화율이 2017년 기준 20%로 낮춰져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뉴스1
2018년 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발전전략'에 담긴 정부의 향후 정책방향. 2010년 '장비산업 육성전략' 발표 당시 2015년까지 35%를 목표로 내세웠던 장비 국산화율이 2017년 기준 20%로 낮춰져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뉴스1

산업통상자원부는 2017년 50%인 반도체 소재 분야 국산화율도 2022년까지 7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으나 여전히 포토리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 등 일본 정부가 '경제 보복' 무기로 삼은 핵심 소재는 일본에 절반 이상을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리지스트가 필요한 노광 분야의 경우 장비와 부품 국산화율이 0% 수준으로 사실상 대부분의 기술과 장비를 해외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기업의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뾰족한 대책마련 없이 지켜만 보고 있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일자, 당정청은 지난 3일 고위협의회를 통해 매년 소재부품장비 개발에 1조원가량을 투입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정부는 현재 일본의 한국수출 규제 상황에 대해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긴밀히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여러 상황과 전략적인 측면 등을 고려해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산업부 장관이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정청의 반도체 장비소재 분야 지원방안 발표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면서도 "단기적으로 1조원으로 무역전쟁을 해결할 성과를 내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성 교수는 "실제로 정부의 재정적 지원 투입이 성과를 거두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려서 실제 기업의 피해를 재정만으로 해결하긴 어렵다"면서 "현재 일본에서 추가 제재 가능성도 나오고 있어 결국 일본과의 신뢰 재구축을 포함한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장비·소재 분야에서 대기업 외에도 중소기업, 스타트업 등 규모가 영세한 곳들도 원활하게 기술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테스트베드' 구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새로운 형태의 반도체 재료나 장비 관련 기술이 개발되더라도 파일럿 단계에서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시설이 현재 국내에 전무한 상황"이라면서 "당정청이 발표한 1조원 투자를 토대로 국내에도 반도체 재료·장비 기업들이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sho218@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