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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 구미 재벌家의 재산다툼 소프오페라

(서울=뉴스1)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2019-06-24 13:50 송고 | 2019-06-27 15:31 최종수정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News1
주위에서 가족들 간 싸움이 있는 경우를 종종 본다. 대개 돈 문제다. 돈이 모자라서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 돈이 충분히 많은 사람들도 싸우는 경우가 있다. 돈이 너무 많아서다. 어떻게 나눌지를 두고 분쟁이 생긴다.

아마도 현대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하고 비극적인 싸움은 이탈리아 구치(Gucci)패밀리에서 일어난 싸움일 것이다. 창업자 구치오 구치의 장손이자 가업승계자였던 마우리치오 구치가 살해당했다. 이혼한 전 부인 파트리치아 레지아니가 보낸 청부업자가 죽였다. 전 남편이 재혼할 경우 자신의 두 딸에게 돌아갈 몫에 문제가 생길까 봐 살인한 것으로 본다.

범행을 부인한 본인은 29년 형을 선고받고 ‘블랙 위도우’가 되었지만 딸들은 온전히 부친의 재산을 물려받았다. 블랙 위도우가 모범수로 18년 만에 출소해서 그간 딸들이 관리해 온 유산의 상당 부분을 뒤늦게 받게 되자 이번에는 딸들이 모친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다.

구치 못지않은 사례는 미국의 코크(Koch)형제 드라마다. 코크 4형제는 월마트의 월튼패밀리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돈이 많은 사람들이다. 보수적인 자유주의자들로 공화당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가장 큰 정치자금 후원자들이라 대중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자기 의석이 위험한 일부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코크를 깎아내리기에 바쁘고 주류언론도 코크에 비우호적이다.

코크인더스트리(Koch Industries)는 1940년에 창업자 프레드 코크(코치라고 많이 번역되는데 코크가 맞는 발음이다)가 캔자스에서 원유가공업으로 설립했다. 카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비상장 회사이고 매출기준 세계 17위 기업이다. 석유, 화학, 에너지, 섬유, 금융 등 안 하는 사업이 없다. 60개국에서 약 12만 명을 고용한다.

창업자는 1967년에 타계하고 4형제가 가업을 물려받았다. 그런데 형제는 둘씩 두편으로 나뉘어 불화가 심했다. 1983년에 법정소송과 이사회 쿠데타가 일어나 현재의 이사회 의장 겸 CEO인 찰스 코크(차남)와 부사장인 데이비드 코크가 프레데릭(장남), 빌 코크 두 형제를 회사에서 축출했다. 지분은 11억 달러에 인수했다. 현재 두 형제는 각각 42%씩 가진다.

찰스 코크는 그 자체 탁월한 기업가다. 미국의 2세, 3세들은 자신들이 이른바 ‘Trust Fund Kid’라고 불리는 것을 아주 꺼린다. 코크형제도 같다. 창업자가 일군 기업을 스스로의 역량으로 훨씬 더 키운 사람들이다. 회사에서 밀려난 두 형제도 비록 밀려나기는 했지만 엄청난 부자들이고 나름 의미있는 활동으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형제들은 약 20년간 법정소송을 벌이며 서로를 비방하는 불행한 인생을 살았다. 거의 핵전쟁이라고까지 불린다. 변호사 비용과 상대방의 비리를 캐기 위한 사립탐정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데이비드와 빌 코크는 일란성 쌍둥이 형제다. 그리스 비극도 이런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이런 사례들은 사람이 재산이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도 누군가 말했듯이 없어서 싸우는 것보다는 있어서 싸우는 것이 나을까. 사치벽으로 유명했던 레지아니는 ‘자전거 위에서 행복하기보다는 롤스로이스 몰면서 울겠다’는 유명한 말을 했다.

보통 사람이 나름 이런 일을 겪지 않을 좋은 방법이 있다. 자녀들에게 돈을 물려주기보다는 공부시키고 여행시키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머릿속에 든 지식과 지혜, 경험은 나누고 말고 가족 간에 서로 싸울 일도 없고 누가 뺏거나 훔칠 수도 없다. ‘지식 상속’과 ‘경험 상속’에는 세금도 없다. 건강만 잃지 않으면 든든한 직업을 가지고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는 확실한 기반이 된다. 아닌가.  

※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