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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의 욜로은퇴] 경제학자가 본 행복의 조건

(서울=뉴스1)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 2019-06-21 19:44 송고
편집자주 100세 시대, 누구나 그리는 행복한 노후! 베이비 부머들을 위한 욜로은퇴 노하우를 전합니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 뉴스1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의 주된 목적은 인간의 마음을 고치는 거였습니다. 프로이트, 융, 아들러 등은 인간의 이상 행동 이면에 있는 굴절되고 뒤틀린 심리를 연구했습니다. 최근에는 긍정심리학으로 행복에 관한 연구가 인기입니다. 빛이 들어 오면 어둠은 자연히 없어지듯 사람이 행복하면 왜곡된 심리도 없을 거라 생각하면 일리가 있습니다. 행복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은 ‘좋아하는 사람과 맛 있는 걸 같이 먹을 때’, 혹은 ‘여행을 할 때’ 등과 같이 행복해지기 위한 구체적 방법들을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수량적인 것을 다루는 경제학자들도 행복의 이유를 분석합니다. 심리학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 방식을 주로 쓴다면 경제학은 자료를 통해 계량적인 분석을 많이 합니다. 이러한 연구를 모아 둔 책이 브루노 프라이(B. Frey)가 쓴 <행복, 경제학의 혁명>이라는 책입니다. 경제학자들이 찾은 행복의 조건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행복을 노골적으로 추구할수록 반대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멋있는 파티를 계획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파티 후에 실망이 컸다고 합니다. 의도적인 행동으로 행복을 추구한다면 일시적인 만족감은 얻을지언정 지속적인 만족감을 얻기는 어렵습니다. 만족감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더 강한 만족감이 이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기대와 현실의 괴리, 그리고 더 강한 만족감이 이어질 수 없는 것이 행복 추구가 행복을 가져다 주지 못하는 모순에 빠지게 합니다.

오히려, 행복은 단기적인 희열의 추구 혹은 희열의 연이은 추구가 아니라 장기적인 ‘좋은 삶’의 결과물일 수 있습니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가족을 위해 사느라 자신의 인생이 없었던 주인공 덕수(황정민 분)가 아버지 영정을 보면서 “이만하면 내 잘 살았지예”라고 하는 대사에 묻혀 있는 마음입니다.

둘째, 돈은 일정 수준까지만 행복에 중요하고 그 이상에서는 중요한 변수가 아닙니다. 이를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 Paradox)’이라고 하는데,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 이스털린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뒤 이은 다른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들이 나왔습니다. 미국, 영국, 벨기에, 일본 등의 국가에서 1인당 국민소득이 최근 몇 십 년 동안 크게 상승했는데도 평균적인 행복수준은 거의 그대로이거나 하락했습니다.

2000년 초에 실시한 세계가치조사에서는 63개국을 대상으로 1인당 국민소득과 평균적인 삶의 만족도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았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만 달러가 될 때까지 삶의 만족도는 올라갑니다만 만 달러를 넘어서면 1인당 국민소득과 삶의 만족도 사이의 상관관계가 거의 사라져버립니다. 5만 달러 소득의 국가와 만 달러 소득 국가의 삶의 만족도가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만 달러 이상에서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은 소득이 아닌 다른 곳에 있다는 뜻입니다.

셋째, 행복해지려면 일을 해야 합니다. 일과 행복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실업 상태가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부(-)로 나옵니다. 1975년부터 1992년까지 유럽 12개국을 대상으로 장기간 조사한 개인별 자료에 의하면 다른 조건을 동일하게 만들었을 경우 실업상태가 고용상태에 있는 것보다 삶의 만족이 훨씬 낮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실업은 삶을 극도로 불행하게 만듭니다. 이혼이나 별거 등 다른 어떤 특성보다 안정감을 떨어뜨린다고 합니다.  

재미 있는 사실은, 실업이 사람을 극도로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소득을 감소시키기 때문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소득 요인을 다 통제하고 조사를 해 보아도 실업은 사람을 불행하게 합니다. 다시 말하면, 실업급여를 받더라도 일을 하지 않으면 불행하다는 뜻입니다. 일에 몰두하는 사람일수록 실업의 고통은 큽니다. 건강상태가 나빠지고 사망률이 높아지고 자살할 가능성도 커진다고 합니다. 실업상태에 빠진 사람들은 매우 큰 비금전적 비용을 지불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마지막으로, 내재적 속성을 가진 활동에 의도적으로 자신의 자원을 배분해야 합니다. 외재적 속성이 가져다 주는 행복을 과다하게 평가하다 보니 내재적 속성이 가져다 주는 행복에 소홀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재화와 활동은 내재적 속성과 외재적 속성으로 나뉩니다. 내재적 속성은 타인과의 연결, 자신의 유능감, 자율성, 참여 등과 관련되어 있고 외재적 속성은 재화의 소비, 지위, 소득, 명예 등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여행을 하는 경우는 내재적 속성이 더 강한 활동을 하는 셈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외재적 속성의 재화를 소비하거나 활동을 할 때 더 큰 효용감을 느낀다고 착각합니다. 돈을 벌거나 지위를 얻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붓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실제 만족도는 내재적 속성이 더 높습니다.

내재적 속성은 반복해도 잘 지겨워지지 않습니다. 가족과 친구와는 여러 번 식사를 해도 만족감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만날 때마다 새로운 경험을 얻고 정보를 얻고 감정을 치유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그 일을 아무리 오래 해도 만족감이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증가합니다. 그리고, 그 경험의 기억도 장기간 지속됩니다. 반면에 외재적 속성은 잘 지겨워지고 경험의 기억도 오래 가지 않습니다. 명품 백을 사고 조금 지나면 행복감은 사라져 버립니다. 지위를 얻고 엄청난 허탈감에 빠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경제학자가 보는 행복의 조건을 정리해보겠습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까먹어야 합니다. 노골적으로 행복을 추구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좋은 삶을 살아가면 됩니다. 그리고, 삶의 구조를 다음과 같이 바꾸어 나갑니다. 돈은 어느 정도는 필요하지만 그 이상의 돈이 행복을 가져다 주지 않으므로, 돈을 버는 데 집중되었던 자원을 적절히 재배치합니다. 일을 해야 합니다. 금전적 가치 외에 비금전적 가치도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내재적 속성의 활동을 의도적으로 늘려야 합니다. 

※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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