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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의 책보기] 상대성 이론으로 인생을 통찰한다

링컨 바넷의 '우주와 아인슈타인 박사'

(서울=뉴스1)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2019-06-20 12:59 송고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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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회학 교수가 강연을 시작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명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매우 어려운 질문을 수강자들에게 던졌다. 질문이 어렵다는 것이 아니라 '명제'라는 말 자체가 일반인들에게는 어렵다는 뜻이다. 아무도 답변을 하지 않자 교수는 칠판에 'E=mc2'를 쓰면서 "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라며 감동스러워 했지만 수강생 대부분은 왜 그런지 몰라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다.

'E=mc2'는 천재의 아이콘 아인슈타인 박사의 상대성 이론을 함축하는 공식이다. 문자적으로만 해석하면 '어떤 물질이 뿜어내는 에너지의 양은 물질의 질량에 빛의 속도의 제곱을 곱한 것과 같다'는 뜻이다. 물리학자가 아닌 입장에서 솔직히 어렵다. 대충의 감이라도 쉽게 오지 않기에 이 명제의 뜻을 속속 아는 것이 '먹고사니즘'과 하등 관련이 있겠냐며 넘어가버리고 만다. 그러나 과학적 지식을 설명하는 책을 조금이라도 탐독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과학 원리, 우주 질서를 파헤치다 보면 그 안에 우리들 인간의 삶의 원리가 숨어있다는 것을! 과학도 결국 인간의 삶을 논하는 인문학인 것이다.

빌 브라이슨이 쓴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참조해 상대성이론을 간단히 설명하면 '공간과 시간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관찰자와 관찰되는 대상 모두에게 상대적인 것이며, 속도가 빨라질수록 그 차이가 커진다. 우리는 절대로 빛의 속도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없고, 우리가 더 빨리 가려고 노력할수록 외부의 관찰자가 보기에는 더욱더 왜곡된 것처럼 보인다'로 정리된다.

'상대성의 ABC'를 쓴 수학자이자 철학자였던 버틀란트 러셀을 비롯해 수많은 과학 해설가들은 아인슈타인과 상대성원리의 개념을 일반인들에게 이해시키려 노력해왔다. 시속 100km로 마주 달리는 기차를 타고 있는 사람이 맞은편 기차를 볼 경우 시속 200km의 속도감을 느끼는 것, 시속 100km로 달리는 기차가 평행으로 달리는 시속 50km의 기차를 추월할 경우 100km로 달리는 기차 안의 사람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50km로 달리는 기차 안의 사람은 자신의 기차가 역주행 하는 것으로 느낀다는 식의 설명들이다. 중요한 것은 같은 기차 안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같은 속도감을 느낀다는 것인데 이것이 상대성원리가 갖는 '동일 조건, 동일 결과의 절대성 원리'이다.

또 다른 예로 먼 곳의 라디오 소리가 작게 들리는 것은 소리 자체가 작아진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멀리 있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으로 느리게 움직이는 달팽이라면 자신의 위치에 따라 라디오 소리의 크기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면 상대성원리의 개념이 어렴풋이나마 다가온다.

이런 과학적 지식이 어떻게 삶을 성찰하는 인문학이 될 수 있을까? 불환빈환불균(不患貧患不均), 공자께서 논어에서 가라사대 '국민은 가난보다 불공평을 걱정한다'고 했다. 모두 가난할 때는 없었던 상대적 박탈감이 권력과 부의 격차가 벌어지면 생기는 법이니 물이 배를 뒤집기 전에 공평무사(公平無私)한 정치를 펼치라는 충고가 'E=mc2' 안에 숨어있는 것이다. '남과 비교할 때 불행이 시작된다'는 성찰 역시 저 안에 들어있다.

단언컨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의 원리를 많이 이해하면 할수록 더욱 많은 인생 성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인 바, 링컨 바넷의 '우주와 아인슈타인 박사'는 과학의 지존인 상대성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세계적인 과학교양서로 대학생 필독서 목록에도 대부분 끼어있는 고전이다. 현재 미국에서 활동 중인 번역자 송혜영은 과거 국내 정보통신(IT) 전문지 기자 출신으로서 물리과학자가 아닌 저널리스트의 눈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번역을 위해 노력한 흔적이 책 속에 역력하다.

◇ 우주와 아인슈타인 박사 / 링컨 바넷 지음 / 송혜영 옮김 / 글봄크리에이티브 / 1만4500원


lgir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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