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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美와 '이민합의' 인정…"짐승 우리 만들 셈이냐"

멕시코 외무, 의회에 비밀합의 문서 공개
합의 구속성 없다 부인했지만…여야 강력 반발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2019-06-15 13:00 송고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장관. © AFP=뉴스1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장관. © AFP=뉴스1

미국과 멕시코간 진실공방이 벌어졌던 이민·관세 협정 '비밀 거래'(secret deal)와 관련, 멕시코 측이 협정 체결 사실을 인정하고 해당 문서를 공식발표했다. 하지만 논란이 됐던 '안전한 제3국' 조항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장관은 이날 멕시코 의회에 출석해 의원들에게 미국과 체결한 이민·안보 보조 협정, 이른바 비밀 합의 문서를 공개했다. 
이 문서에는 "45일 후 미국이 멕시코의 불법이민 억제 노력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할 경우, 멕시코 당국은 이 보조협정을 발효하기 위해 국내법에 따라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협정문에는 이외에도 '안전한 제3국' 조항과 비슷한 난민 지위 처리 관련 합의사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에브라르드 장관은 문서를 공개하면서도 '미국 대통령에게 굴복하지 않았다'며 안전한 제3국에 대해선 완강히 부정했다. 양국 정상이나 외교장관의 서명이 없기 때문에 구속력을 갖는 합의가 아니라는 것.
에브라르드 장관이 이같은 입장을 고수하는 건 멕시코 정부가 이번 협상에서 해당 조항을 레드라인(금지선)으로 설정했었기 때문이다.  

멕시코가 안전한 제3국으로 지정되면 미국 망명을 희망하는 중미 이민자를 대상으로 망명 절차를 밟게 해줘야 한다. 사실상 이민자를 미국 대신 떠맡게 되는 셈이다. 미국은 오랫동안 멕시코에 안전한 제3국 지정을 요구해왔지만, 멕시코는 개발도상국인 멕시코에 그 정도 여력은 없다며 거절해왔다.

이날 의회에서는 협정문을 두고 실랑이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 의원들은 에브라르드 장관의 일방적 통보에 "비밀협정의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라"며 강력 반발했다. 

야당에서는 해당 문서에 구속력이 없다는 주장은 어불성성이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심지어 여당 소속 포피리오 무노즈 레도 하원의장도 멕시코와 트럼프 정부가 "우리나라를 중미 이민자를 수용하는 우리(cage)로 만들려 한다"고 비판했다. 

멕시코 측은 그동안 공동선언문 외에 추가 합의는 없다고 주장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11일 기자들 앞에서 비밀합의 문서까지 직접 꺼내들며 합의 사실을 공개하자 이날 결국 비밀합의 문서를 공개한 것이다. 

이민 협정이 발효되려면 멕시코 상원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상원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비준 절차를 동결한 채, 정부를 압박하고 있어 사태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angela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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